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와 병원계가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성명을 잇따라 내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단체는 법을 더 상세하게 고쳐야 한다고 맞서면서 갈등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의협 "코로나에 희생한 댓가가 CCTV 개정안이냐"
가장 먼저 입장을 낸 대한의사협회는 "CCTV 만능주의에 빠진 대한민국"이라고 표현하며 개탄 성명을 냈다.
의협은 "이번 법안은 전문가 집단의 자율적 발전과 개선 의지를 부정하고 정치권력이 직접적으로 사회 각 전문영역을 정화하고 통제해야 한다는 왜곡된 인식의 결과"라면서 "궁극적으로 환자 안전에 대한 가치에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강제된 감시 환경 하에서 신의성실을 다하는 최선의 의료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높은 위험을 감당하며 환자 생명을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이 사라질 것이고, 나아가 정보 유출을 통한 개인권 침해, 감시 환경 하에서의 의료 노동자의 인권 침해, 환자-의사의 불신 조장 등의 민주 사회의 중요한 가치들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법의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협회 측은 “개인의 기본권을 심각히 침해하는 현 법안의 위헌성을 분명히 밝히고 헌법소원을 포함, 법안 실행을 단호히 저지하기 위한 모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병협 "의료진 노력 평가절하하는 것...유감스럽다"
대한병원협회는 이번 법안 통과를 코로나19 시기에 환자의 생명을 위하여 현장에서 땀흘리는 모든 의료인과 병원계 종사자의 노고와 희생을 평가절하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전국의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을 대표해 유감을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 병협은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앞서 병협은 무자격 대리수술 등 사안 개선의 필요성에는 깊이 공감하지만, 수술실 내부 CCTV 촬영에 수반되는 부작용의 내용과 수준이 매우 심각하므로 무면허의료행위 등을 보다 적극적으로 예방·관리할 수 있는 찾자고 강조해왔다.
그 일환으로 대안으로 수술실 출입구에 CCTV를 의무 설치와 수술실 출입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수술실 내부 CCTV 자율설치 의료기관의 명단을 공개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충족시키는 방식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심도 있는 검토와 대안 마련 논의 이뤄지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병협측은 “극소수 의료인의 일탈행위에 대한 다양한 제재방안이 있음에도 여러 가지 쟁점이 있는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을 처리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내부 설치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강력히 촉구한다"고 피력했다.
환자단체 "생명구하는 중대한 수술...자의적 해석 우려"
반면 환자단체는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여·야 합의로 수술실 CCTV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한 것에 환영하며, 신속하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본회의 통과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호할 수 있는 문구를 더 보완해야 한다고 피력하면서 의료계를 자극하고 나섰다.
연합회에 따르면, 촬영 영상의 열람이나 사본의 발급이 허용되는 요건으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의 의료분쟁의 조정·중재 절차 개시는 포함되어 있지만 한국소비자원에서의 피해구제의 조정절차 개시는 빠져 있어 이를 추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술실 CCTV 의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예외 요건 중에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적극적 조치가 필요한 위험도 높은 수술을 수행하는 경우”는 법적용에 있어서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할 우려가 크고, “수련병원의 전공의 수련 등 그 목적 달성을 현저히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도 전공의 수련병원은 모두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험도 높은 수술과 전공의 참여 수술은 삭제하고, 보건복지부령 개정 시 사회적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수술실에서의 환자 안전과 인권에 대한 불안감으로 국민의 약 90%가 수술실 CCTV 내부 설치·촬영 입법화에 찬성하고 있다. 이제는 지난 7년간의 수술실 CCTV 내부 설치·촬영 입법화 논란을 종식시키고 안전한 수술실 환경을 만드는데 환자와 의료인 모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