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수술실 내 CCTV 설치법 통과에 우려스런 입장 피력 전공의 외과계 기피, 방어진료 불가피 부작용 불보듯 뻔해
"외과계 미래는 종쳤다. 수술실 내 CCTV 설치 법제화는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을 부추기고 결국 피해는 국민들에게 갈 것이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24일 메디칼타임즈와 통화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담은 의료법안에 대해 "종쳤다"라는 극단적 표현을 써가며 침울한 심경을 내비쳤다.
앞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열고 수술실 내 CCTV 설치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환자가 요구하는 경우 수술실 내 CCTV 설치해야 한다. 다만 촬영은 정보유출 가능성을 우려해 외부 네트워크와 연결되지 않은 CCTV로 제한했다.
또한 응급수술과 고위험 수술, 전공의 수련에 위축 우려가 있는 경우 의료진이 CCTV 촬영을 거부할 수 있으며 CCTV 녹음은 하지 않도록 했다.
개정안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며 해당 법안은 공포 후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다.
외과학회 반응은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은 "그동안 수술실 내 CCTV 설치의 문제점을 여당 등 국회에 충분히 설명했는데 다수당인 여당이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면서 "외과계 미래는 종쳤다. 젊은 의사들이 수술을 감시하는 외과를 누가 지원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외과 의사들의 방어 진료가 늘어날 것이고 피해는 결국 환자, 국민들에게 갈 것"이라며 "여당과 정부가 향후 발생할 모든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고려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개정안 시행에 2년의 유예기간을 뒀지만 모법이 바뀌지 않은 이상 환자와 의사 간 불신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하고 "소아외과와 소아흉부외과, 소아정형외과 등 소아 수술을 위한 젊은 의사들의 지원은 지금보다 현격히 줄어들 것이다. 의사를 수입해야 한다는 말이 현실화될 수 있다"이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청한 세브란스병원의 한 외과 교수는 "일주일에 수술을 9건 한다. 수술실 내 CCTV가 설치된다고 해도 수술이 위축될 것 같지 않다. 보호자가 들어와도 관계 없다. 다만 CCTV 설치가 의도와 다르게 이용될 것이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환자가 녹화를 원한다면 어떤 의사가 거절하겠느냐. 수술을 해도 잘 될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의 수술을 꺼리고 방어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리스크 감수에 대한 보상이 없는 데 누가 수술을 하겠느냐"고 꼬집었다.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의사는 신이 아니다. 심장 수술 결과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현재보다 더 많은 의료소송이 제기될 것"이라며 "의료계 일부의 잘못된 수술 행태를 명분으로 암과 소아, 심장 등 메이저 외과계가 피해를 보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세계 최고의 의료라는 한국 의료는 수술실 내 CCTV 설치법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방어 진료와 소극적 수술로 의료시스템은 변화될 것이며 젊은 의사들의 흉부외과 지원은 지금보다 더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고 단언했다.
여당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를 통해 수술실 내 CCTV 설치를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