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책연구소 6342명에게 인식도 설문조사 발표 코로나 상황 무관 77.1% 부정적....경험자는 59.8% 불만족
코로나19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전화상담과 전화처방 제도화에 의사 77%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소장 우봉식)는 26일 '코로나19 이후 시행된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현황 분석과 함께 의사들의 인식도 조사 결과를 담은 연구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 비대면 전화진료를 도입했다.
이번 연구는 고대안암병원 유승현 교수가 공동 연구자로 참여했다.
공단 청구자료(2020년 2월 24일~9월 30일) 분석 결과,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에 참여한 의료기관은 총 8273개소이며, 60만 9500명의 환자가 이용했다. 진료횟수는 91만 7813건이다.
진료과목은 내과 60.2%, 신경과 6.0%, 정신건강의학과 4.8% 순으로 나왔다.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환자는 1인당 평균 1.5회 이용했으며, 고령 환자의 경우 이용률이 높은 경향을 보였다.
다빈도 상병은 본태성 고혈압과 2형 당뇨병, 지질단백질 대사장애 및 기타 지질증, 급성기관염, 위-식도역류염, 치매, 뇌경색증, 협심증 등이 전체의 43%를 차지했다.
연구소는 의사 6342명에게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인식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 의사들은 코로나 감염병 상황과 무관하게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77.1%가 '부정적'이라고 답변했다.
상급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근무 의사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비율이 다른 직역에 비해 높았다. 반면,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들은 매우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진료 경험이 있는 의사 1770명 조사에서는 59.8%가 '불만족'을 표했다.
그 이유는 ‘환자의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의 어려움’이 83.5%를 차지해 비대면진료의 안전성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을 제공하지 않은 의사들 3919명 조사에서도 '환자 안전성 확보에 대한 판단'(70.0%)과 '책임 소재 문제 부담'(56.1%) 등을 이유로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연구소는 비대면진료 제도 도입의 단계적 접근을 주문했다.
연구소는 비대면진료 추진과 관련 분명한 원칙 설정과 전화진료의 명확한 가이드라인 개발, 불필요한 진료 증가 규제, 환자 및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안전성 확보 등 환자와 의사 모두 법적, 제도적 안전장치를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동 연구자인 유승현 교수는 "정부는 전화상담 및 전화처방 일부 결과만 보고 의료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의 편의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는 긍정적인 면만 부각해왔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법적책임 범위 규정 문제와 의료서비스 복잡성 및 다양성, 보상 설계와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요인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우봉식 소장은 "환자의 편의성과 경제적 효용성을 이유로 비대면진료를 전면적으로 허용 또는 제도화 연결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며 "향후 정책 도입 시 규정과 요건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내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