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장관이 2021. 8. 3.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 일부 개정령안(이하 ‘개정안’이라고 함)을 입법 예고하였다. 개정안은 2018년 개정된 「의료법」 제78조에 따라,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 범위를 규정함으로써 전문간호사 자격 제도를 활성화하고 전문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데 입법 목적이 있다고 한다.
2018년 개정 이전의 의료법 제78조는 전문간호사에 관하여 ①보건복지부장관은 간호사에게 간호사 면허 외에 전문간호사 자격을 인정할 수 있다. ②제1항에 따른 전문간호사의 자격 구분, 자격 기준, 자격증, 그 밖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인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도 전문간호사의 자격 구분, 자격 기준, 자격증 등 주로 자격인정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었을 뿐,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은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였다.
이후 2018년 개정된 의료법 제78조 제4항이 전문간호사의 자격에 관한 사항뿐만 아니라 그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도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이번 개정안이 마련된 것이다.
개정안 제3조는 전문간호사를 보건, 마취, 정신 등 13개 분야로 구분하고, 각 분야별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그 중에서 특히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제2호의 마취전문 간호사의 업무에 관한 것이다.
즉, 개정안 제3조 제2호는 마취전문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중 '가. 의사, 치과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처치, 주사 등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마취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내용이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관한 다른 의료법 규정 및 기존의 대법원 판례와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현행 의료법 제2조 제2항에서는 각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정하고 있다.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제2조 제2항 제1호), 간호사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등을 임무로 한다(제2조 제2항 제5호). 여기서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한 이유는, 진료행위는 의사가 직접 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6도2306 판결 등은 “의사가 간호사에게 진료의 보조행위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할 수는 있으나, 고도의 지식과 기술을 요하여 반드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 자체를 하도록 지시하거나 위임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으므로, 간호사가 의사의 지시나 위임을 받고 그와 같은 행위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 의료법 제25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라고 일관되게 판시하고 있다.
또한,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8도590 판결은 "마취전문 간호사라고 하더라도 마취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는 간호사인 자격을 인정받은 것뿐이어서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직접 할 수 없는 것은 다른 간호사와 마찬가지이다"라고 하면서, 마취전문 간호사가 마취액을 직접 주사하여 척수마취를 시행하는 행위는 마취전문 간호사가 할 수 있는 진료 보조행위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의료법에서 금지하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
즉, 마취 약제의 선택이나 용법, 투약 부위, 환자의 체질이나 투약 당시의 신체 상태, 응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능력 등에 따라 환자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이러한 행위는 고도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의사만이 할 수 있고, 비록 의사의 지시가 있다고 하더라도 마취전문 간호사가 이러한 행위를 직접 할 수는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그런데, 앞의 개정안 제3조 제2호의 가.목 내용은, 마치 의사나 치과의사의 지도만 있으면 마취전문 간호사도 마취에 관한 처치, 주사 등을 직접 할 수 있는 것으로 오인될 여지가 있다. 2018년에 개정된 의료법 제78조 제4항은 전문간호사의 분야별 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라는 것이지, 의료법 제2조 제2항에서 규정한 각 의료인의 업무범위를 벗어나서(또는 무시하고)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새로이 규정하도록 한 것은 아니다.
만약, 전문간호사의 업무범위를 의료법 제2조 제2항과 무관하게 정하고자 한다면 이는 「전문간호사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할 것이 아니라 의료법에 특칙을 두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안 중 마취전문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관한 사항은 의료법 제2조 제2항의 규정과 저촉될 뿐만 아니라, 기존의 대법원 판결의 취지에도 반한다고 할 수 있다. 개정안의 내용대로 시행될 경우 법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무적으로 상당한 혼란이 초래될 수 있으므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