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바이오콘퍼런스, 해외 신규 실사 방식 공유 FDA·EMA 등 주요 기관, IT 신기술 접목 플랫폼 활용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예고한 원격 방식 비대면 실사의 부실 위험성이 제기된 가운데 이에 대한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다양한 사례가 공개돼 주목된다.
이미 원격 방식은 국내에서만 시도된 사례가 아니라 미국 FDA나 유럽 EMA에서도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는 점에서 감염병 유행의 특수한 상황을 벗어난 이후에도 하나의 방식으로 정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
14일 식약처가 주최하고 바이오의약품협회가 주관한 글로벌바이오콘퍼런스(GBC 2021)에서 향후 GMP 실태조사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이 공유됐다.
작년 초부터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유행으로 규제당국 또한 각국의 여행 제한 조치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됐다. 의약품 제조 시설에 대한 현지실사는 말 그대로 현장에서의 장비 및 생산 시설 실제 조사를 뜻하지만 이를 수행하기 부적합한 환경이 조성된 것.
이에 식약처를 포함한 해외 규제기관들이 웨어러블 글라스나 웹캠 등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온라인 실사 플랫폼 도입 및 실행 방안 수립과 같은 비대면 조사 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실제로 14일 식약처 역시 해외제조업소의 비대면 조사를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세부 운영 절차를 담은 '비대면 조사 운영 매뉴얼'을 발간한 상황.
이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실사가 온라인으로 대체될 경우 부실심사를 부추기고, 허가제도 및 품질관리의 질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입장이다.
반면 비대면 조사를 경험한 업체들은 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를 완성 단계로 진단, 선제적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팬데믹 상황에서의 신규 실사 방식'을 발표한 백남호 셀트리온 품질감사팀 차장은 "여행 제한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의 다양한 규제기관이 현장 실사를 대신할 신기술 도구를 개발했다"며 "이미 원격 조사는 FDA, 러시아, 유럽 등지에서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격 조사는 동영상을 사전 녹화해 자막으로 해당 장면을 설명해 제시하는 방법이나 아예 스마트 글라스를 쓰고 실시간 라이브스트리밍을 하는 방식이 포함된다"며 "방식의 선호도는 규제기관의 성격, 조사 대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원격 방식은 현지 공장과 규제기관의 장소와 시간대가 다르기 때문에 보통은 현지 업체의 업무 시간을 기준으로 실사 계획을 수립하고 제시한다"며 "EMA와 같이 스웨덴, 헝가리, 독일 등 다국가가 그룹으로 원격 조사를 할 땐 오후 1시부터 저녁 8시까지 특정 시간을 정해 진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르면 현장에서의 대면 실사를 제외하고 FDA는 ▲이메일을 활용한 데스크탑 조사 ▲동영상, (실시간)화상회의 등을 활용한 원격(버추얼) 조사를 활용하고 있다.
이미 대면 실사에 준하는 업무 프로세스와 기술적 신뢰도를 확보한 만큼 버추얼 조사 방식으로도 일정 기준에 충족하는 경우 정기 실사, 감사를 대신할 수 있다.
백 차장은 "FDA는 품질 이슈 등 중대한 하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데스크탑 조사로도 정기 실사/감사를 갈음하거나 연기하기도 한다"며 "FDA는 작년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사를 진행하지 않아 약 1만 6천건의 대기 실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알렸다.
그는 "FDA가 다시 실사 업무에 착수했지만 그 중요도를 고려해서 무조건적인 현지실사만 고집하진 않게 됐다"며 "신규 의약품에 대해서는 높은 우선순위를 두고 실사 위주를 추구하지만 이메일 방식의 질의-답변 형태도 활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셀트리온도 자사 품목에 대해 폼403이라는 형태의 질의서에 두 차례 답변서를 보낸 이후 추가 실사는 경험하지 못했다"며 "이는 규제기관들이 질의서를 기반으로 조사했다고 해도 검토 결과에 문제가 없다면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이를 신뢰할 뿐더러 굳이 대면 방식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FDA가 원격 방식의 품목 실사를 진행하고 이에 신뢰도를 부여한 만큼 향후 감염병 유행과 같은 특수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비대면 기조는 하나의 선택 가능한 실사 방식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백 차장은 "러시아는 녹화된 영상도 인정해주는 반면 EMA는 라이브스트리밍을 자주 요청하는 식으로 나라마다 디테일한 방법론은 다르다"며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비대면 조사 방식이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어떤 의사소통 플랫폼을 활용할지 이런 세세한 부분들을 미리 사전에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은아 삼성바이오로직스 그룹장 역시 IT를 활용한 실사 플랫폼이 또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준비를 촉구했다.
여 그룹장은 "코로나19라는 비상 사태를 통해 현지실사를 대체하기 위한 다른 플랫폼의 필요성이 논의됐고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나왔다"며 "많은 제약회사와 규제당국은 환자 안전과 의약품 품질 보장 등 시설 평가를 지속하기 위해 신기술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규제기관들이 IT 플랫폼 도입 및 운영방안과 같은 세부 사항을 담아 비대면 평가 지침을 발표했다"며 "지난해부터 40건 이상의 비대면 조사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한 얼리 어답터로 자리매김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