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등 인턴 88명 수련 포기…교수들 "정책부재, 복지부 책임" 지방 내과·외과 중도 사직 증가…전공의들 "현 의료환경 무섭다"
의료체계 전문과목 핵심인 내과와 외과 전공의들의 중도 사직이 지역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메디칼타임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해 ‘최근 3년(2019년~2021년 8월말) 인턴과 레지던트 지역별 중도 포기율’ 자료를 입수해 분석했다.
우선, 인턴의 경우 올해 8월말 현재 3162명 중 88명(2.8%)이 중도 사직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빅5 병원 1.9%, 서울지역 4.2%, 경기 4.1%, 대구 3.6%, 대전 4.5%, 인천 7.1%, 울산 3.4%, 충남 3.2%, 충북 2.6% 등을 보였다.
이는 지난해 의사 파업의 여파와 함께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방역 강화 이후 인턴들이 부지불식간에 선별진료소와 생활치료센터 등에 투입되면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업무 가중 등이 크게 작용했다는 시각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은 전체 인턴 인원 3182명 중 135명(4.2%), 2019년은 전체 인턴 인원 3184명 중 99명(3.1%) 등이 중도 사직했다.
인턴 중도 포기율은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나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등 수련병원 인턴들의 사직 행렬은 지속세를 보이는 형국이다.
그렇다면 레지던트 상황은 어떨까.
전문과목 핵심인 내과와 외과의 중도 포기율은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했다. 내과의 경우, 올해 전공의 정원 600명 중 39명인 6.5%가 수련 중 사직했다.
■내과 전공의 39명 사직…경기·경남·전북·제주 ‘증가세’
빅5 병원은 5명이, 서울지역은 7명이 사직서를 던졌으며 경기는 8명, 경남 3명, 광주 4명, 부산 4명, 전북 3명, 제주 1명 등이 중도 포기했다.
2020년 중도 포기율인 내과 전체 정원 594명 중 43명인 7.2%, 2019년 내과 전체 정원 599명 중 48명인 8.0% 등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문제는 지방 수련병원 중도 포기율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부분이다.
빅5 병원과 서울 지역은 큰 변화가 없으나 경기와 경남, 광주, 부산, 전북, 제주 등 지방에서 수련 중인 내과 레지던트들의 중도 포기율이 되레 높아진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내과학회 수련이사를 역임한 길병원 엄중식 교수는 "정부와 학회가 내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면서 "수련 3년제 전환 후 전공의들이 수련업무가 오히려 늘어났다.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방역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인턴과 내과 레지던트 모두 지쳐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수련 단축 해소방안으로 기대했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낮은 수가로 대학병원들이 주저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는 전공의 수련 대책이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전문과별 정원 조정과 수련병원 감축 등 수련제도 개선을 중장기적으로 논의하는 큰 그림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 "내과 미래가 없다"…전공의 "교도소 담장 걷는 심정"
내과 전공의들은 결이 다른 의견을 개진했다.
서울지역 대학병원에서 수련 중인 내과 3년차 전공의는 "내과를 선택했을 때 기대감은 수련 과정에서 사라졌다. 최선의 진료를 했어도 환자 상태가 안 좋을 경우 지도교수와 함께 소송을 당하는 일이 일상화됐다"면서 "내과 전공의들은 '우리는 교도소 담장 위를 걷고 있는 바이탈과'라는 자조 섞인 표현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전공의 마지막인 3년차도 병실과 함께 중환자실, 응급실 당직 등 1년차와 동일한 수련을 보내고 있다. 전문의 시험 준비는 연차를 내고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며 "과거에는 힘들어도 보상이 온다는 말로 버텼다. 지금 의료 환경은 한마디로 무섭다"고 덧붙였다.
해당 전공의는 "지방 내과 전공의들의 중도 포기율이 높은 것은 이해가 간다. 수련병원 간판은 봉직 혹은 개원했을 때 무시 못 한다. 지난해 의사 파업 여파가 전공의들에게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내과 전문의를 취득하면 뭐가 달라질까라는 회의감마저 든다. 내과 전공의들 대부분 힘든 수련과 미래 불안감이 공존하면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과 또 다른 한축인 외과 상황은 어떨까.
올해 8월말 현재 외과 전공의 전체 정원 179명 중 13명인 7.3%가 중도 사직했다. 빅5 병원은 2명, 서울 지역은 4명, 경기 4명, 대전 1명, 전북 1명, 충북 1명 등의 외과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외과 179명 중 13명 사직…대전·전북·충북 포기율 ‘상승’
지방 대학병원의 외과 전공의 정원은 수도권 대학병원에 비해 적어 1명의 전공의 사직은 수련병원에 큰 영향을 미친다.
2020년의 경우 전체 외과 전공의 정원 176명 중 19명인 10.8%가, 2019년 전체 외과 전공의 정원 179명 중 18명인 10.0%가 사직했다.
외과 역시 빅5 병원과 서울지역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와 대전, 전북, 충북 등을 중심으로 중도 포기율의 상승 곡선을 나타냈다.
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은 정부의 정책 부재에 따른 당연한 결과로 평가했다.
이우용 이사장은 "외과에 대한 미래가 없는 데 어느 전공의가 자긍심을 갖고 남아 있겠느냐"면서 "사직하는 전공의를 잡을 명분도 없다. 정책과 수가개선을 아무리 얘기해도 복지부는 꿈쩍도 안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명감과 헌신을 강요하는 시대는 지났다. 힘들게 수련해 외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달라지는 게 없다. 힘들고 비전이 없는 외과에 남아있는 전공의들이 훌륭하다"며 학회 이사장으로서 송구함을 역설적으로 표현했다.
외과 전공의들 생각은 다르지 않았지만 미래 불안감은 심각했다.
빅5 병원에 근무 중인 외과 4년차 전공의는 "수도권과 지방 대학병원은 전공의 정원만 차이 날 뿐 처우와 환경은 크게 다르지 않다"면서 "지난해 의사 파업 여파와 젊은 의사들의 개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용 이사장 "전공의 잡을 명분 없어"…외과 전공의 "일반의로 개원하는 게 낫다"
그는 "외과 전문의가 무슨 의미가 있나, 일반의로 개원해 피부미용을 하면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후배 전공의들이 의외로 많다"면서 "외과 3년 전환 후 수련단축을 기대하고 지원한 전공의 중 힘들다고 나가는 후배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외과 전공의는 "남아 있는 전공의 상당수가 교수 임용과 세부전공을 살린다는 꿈은 애초에 버렸다. 봉직의사로 취직해 월급을 받는 게 차라리 낫다. 비전도 없고 힘들다는 생각은 모든 외과 전공의들이 공통된 인식"이라고 토로했다.
내과와 외과 전공의 중도 포기율 이면에 깔린 수련현장 목소리는 의료체계에 대한 경보음인 셈이다.
엄중식 교수와 이우용 이사장은 "수련을 중도 포기한 내과와 외과 전공의들에게 잘못이 없다. 현 수련환경과 의료정책을 수수방관한 의료계와 복지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