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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응 의료진 번아웃 연구 첫 보고...안전장치 필요 결론

발행날짜: 2021-09-17 05:45:56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감염병-정신건강 상관성 연구 결과 공개
"상담 지원, 아동보호센터 개설, 상여금 등 지원책 강구해야"

코로나 유행 이후 감염병 대응 의사의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번아웃(Burnout)'의 구체적 영향을 다룬 연구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보고됐다.

번아웃 증상이 의료의 질, 감염 대응 능력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해외 의료 선진국들의 예방 조치를 참조해 국내 방역당국도 지원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정훈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등이 진행한 '코로나19가 의사의 번아웃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결과가 의협 학술지 9월호에 게재됐다(doi.org/10.5124/jkma.2021.64.9.636).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환자는 16일 기준 2억 2540만 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는 464만 여명에 이르고 있다.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27만 9930명, 사망자 2386명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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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다양한 연구들은 감염병 유행 시기에 의료 종사자는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건강 문제, 번아웃 등을 겪을 수 있는 것으로 보고했는데 특히 높은 감염률 및 사망률은 의료 종사자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조사에서는 사스 및 메르스 발병 당시 해당 감염병 대응에 종사하는 의료종사자의 30% 이상이 번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연구진은 전공의의 경우 최대 60% 이상까지 번아웃 증상을 보고하는 등 직역별 차이가 있다는 점, 기존 감염병과 달리 코로나19의 유행 기간이 길고 현재 진행중이라는 점에 착안, 코로나와 번아웃의 상관성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는 코로나 유행 이후 번아웃에 대한 결과를 통계값으로 제시한 선행 연구만을 대상으로 체계적으로 고찰해 코로나가 감염병 대응 의사에 미치는 영향 및 상관성을 밝히는데 집중했다. 연구 대상이 의사가 아니거나 구체적인 수치가 제시되지 않은 연구는 배제했다.

번아웃 키워드를 중심으로 최초 수집된 문헌은 총 465건이었으며, 측정의 객관성, 교란 변수 통제, 결과 변수 측정, 적절한 통계분석 수행 등 적합한 연구를 추려 최종적으로 32건을 선정했다.

번아웃 측정도구로는 14종의 도구가 사용됐지만 가장 많이 사용된 것은 일반적인 번아웃 증상 지표인 MBI(말라크 번아웃 인벤토리)였다. MBI는 감정소모, 비인격화, 개인적 성취, 냉소, 직업적 효율성 5개 측면에서 번아웃 여부를 판별한다.

아줄레이(Azoulay)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서 항목별 평균 MBI는 정서적 소진이 18(10~29), 비인격화 항목 8(4~12), 개인적 성취감 35(29~40)로 나타났다.

알틴(Altin) 교수가 진행한 연구는 성별에 따른 차이를 제시했다. 평균 MBI는 정서적 소진 항목이 남성이 27(11~44), 여성이 31(11~42)였고, 비인격화는 남성이 13(5~20), 여성이 13(5~22), 개인적 성취감은 남성이 22(14~32), 여성이 22(16~41)로 정서적 소진 영역을 제외하고 성별에 따른 차이는 대동소이했다.

축약형 MBI 도구로 측정한 두 개의 연구는 평균 표준편차 방식으로 항목별 점수를 제시했다. 한 연구는 정서적 소진 7.86±5.18, 비인격화 5.22±4.65, 개인적 성취감 14.62±3.07으로 나타났다. 다른 연구는 정서적 소진 7.05±5.12, 비인격화 2.73±3.46, 개인적 성취감 15.06±2.71로 나타났다.

이외 다양한 연구 및 지표에서도 유사한 정서적 소진, 비인격화 징후가 관찰됐다.

특히 번아웃 증상이 의료의 질, 감염 대응 능력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안전장치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해외 의료 선진국들은 번아웃을 예방하기위한 상담지원, 아동보호센터 개설, 상여금 등의 지원책을 마련한 바 있다.

박정훈 연구원은 "사스와 메르스 당시 감염병 대응 의료종사자의 30%가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 증상을 겪으로 보고된 바 있다"며 "코로나로 인한 의사의 번아웃을 조사한 연구들에서 약 40% 이상이 번아웃 증상을 호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 대응을 위해 외부에서 의료 인력이 파견되지만 충분치 않고 기존 의료 인력이 이탈하는 경우도 있다"며 "감염병 일선 현장에서의 인력 부족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인력 부족으로 인한 의료진의 과로가 심각하고 이는 번아웃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한 번아웃은 국내 의료진에게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으며, 정책 및 실무적으로 의사의 번아웃을 해소하고 예방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며 "유럽을 포함한 다수 국가에서 코로나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전문가들을 위해 정신건강, 육아, 재정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지원방안은 주로 상담을 통한 심리적 안정이다. 영국과 벨기에, 핀란드 등은 정신건강 상담 서비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어플리케이션과 온라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또 몰타는 정부가 의료진, 경찰 등 특정 직업군을 대상으로 아동보호센터를 직접 개설했다.

박 연구원은 "리투아니아, 프랑스 등 재정적 지원방안을 수립한 국가는 19개로 코로나 관련 업무에 대한 급여인상, 상여금 등을 지급함으로써 통상적인 급여 이상을 지급했다"며 "캐나다의 경우 연방정부와 지자체가 필수 의료 종사자의 임금 인상분을 나눠 지불하는데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폴란드는 보건의료종사자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2020년 4월 29일부터 3개월간 코로나19 환자와 접촉한 경우, 해당 종사자가 한 개소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며 "우리나라 정부도 실질적이고 합리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