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토론회 개최…현장 간호사들 호소 "3교대 삶은 곧 잠" 병원계, 실현 가능한 개선안 주문…복지부 "조만간 시범사업 추진"
병원 간호사들의 사직과 번 아웃 주요 원인인 교대근무제에 대해서 간호계, 노동계, 병원계 모두 개선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대근무제 모형 개선을 위한 간호인력 확충과 지원책으로 보건당국이 시범사업 추진을 예고해 주목된다.
보건의료노동조합(위원장 나순자)은 11일 오전 10시 노조 생명홀에서 '간호사 인력문제 해결의 열쇠, 새로운 교대제 개편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비대면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원주대 박경옥 간호학과 교수는 적정인력과 적정근무, 적정휴식 등을 담은 교대제 모델을 제언했다.
현 병원 간호사 교대근무는 2교대와 3교대. 야간전담제 등으로 운영 중이나 근무조 구분이 없고, 요일별, 시간대별 투입 인원 차이 등으로 간호사 이직을 발생시키고 있다.
박경옥 교수는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예측 가능한 패턴형 근무제를 제시했다.
개선 모델은 ▲교대조와 상근조, 순환 패턴형 ▲교대조와 상근조, 야간전담조 순환 패턴형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박 교수는 "적정 인력 배치 수준의 상향없이 간호사 휴일이 증가하면, 일일 근무인원이 감소되어 노동 강도가 강화된다. 반대로 일일 근무인원을 증가시키면 근무별 간호사 수가 많아져 노동 강도는 낮아지지만 간호사 휴일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면서 "적정근무와 적정 휴가 배치를 위해선 적정 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김진현 간호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간호사 교대근무 개편의 해답"이라며 "장기적으로 볼 때 간호사 인력 수급은 큰 문제가 없다"며 통합병동 확대를 주문했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3교대 현장 간호사들의 어려움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화의료원지부 이지정 사무장은 "간호대 학생 시절 부푼 꿈을 안고 병원에 들어왔는데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오버타임과 연속 근무, 업무부담 등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평균 4년 근무, 7년 퇴사가 현실이다. 몸이 버티지 못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3교대 삶은 곧 잠이다. 근무하고 집에 와서 자고, 병원 가서 근무하고 집에 와서 자고 하는 반복된 생활을 하고 있다. 가족들도 왜 잠만 자냐고 교대근무 상황을 이해 못하고 있다"며 "간호사의 헌신과 봉사만 요구하는 데 간호사도 노동자이다, 의료계 밑거름으로 언제까지 희생만 해야 하느냐"며 효율적인 교대제를 촉구했다.
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은 "코로나 영웅이라는 공허한 말보다 교대제 개선이 절실하다"면서 "근무형태 다양화와 정규직 전제한 제도 도입, 근로시간과 휴게기산 준수, 정시 출퇴근 문화, 근무형태 선택과 형평성 준수 등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계는 간호사 교대근무제 개선에 공감하면서 인력 확충과 재정적 지원 등 실현 가능한 정책과 제도를 요구했다.
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미국 등 선진국이 다양한 간호사 교대제를 시행할 수 있는 것은 적은 입원환자와 국민들의 적정 보험료 부담 등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단순히 인력배치와 교대제 모형을 개선한다고 가능한가"라고 반문했다.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김진현 교수가 해답으로 제시한 간호간병통합병동을 확대하지 못하는 것은 인력과 재정이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재정 투입 없이 통합병동 표준모형 추진은 어렵다. 병원들도 다양한 형태의 교대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상혁 녹색병원 병원장은 "작년 한해 간호사 87명이 입사해 75명이 퇴사했다. 박경옥 교수가 제언한 예측 가능한 교대제 필요성에 실현 가능한 교대제를 추가해야 한다"며 개선 모형의 실효성을 조언했다.
그는 "녹색병원은 간호사 교대제 개선을 위해 많은 실험을 했다. 교대근무 급여 현실화는 성공했으나 야간전담 간호사 채용은 실패했다. 근무표 1개월 전 작성은 간호사들의 잇따른 사직으로 반만 성공했다"며 병원의 실상을 전했다.
복지부는 다양한 형태의 교대근무제 시범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병원별 여건을 고려해 근무 패턴화 등 예측 가능한 간호사 교대제 시범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별도 인력 충원 유도 방안과 정책적 인센티브를 고민하고 있다. 현재 보건의료노조와 간호계, 병원계 등과 논의 중에 있다. 조만간 정부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양정석 과장은 "간호간병통합병동이 효과적 정책임은 분명하나, 단기적으로 간호인력 수급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시범사업 형태를 보완해 발전방안을 고민할 때이다. 현장의 파급력을 고려해 사회적 논의를 거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