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석 변호사 "임종과정 환자 판단, 소송 부담에 기피 우려" 의료법학회서 올해 의료계 주목해야할 3대 판결 제시 눈길
의사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위해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를 판단하는 과정이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의료기관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시각이 법조계에서 나왔다. 허위 처방전 발행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어 법률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세승)는 최근 열린 대한의료법학회 월례학술발표회에서 올해 상반기 주목해야 할 판결로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 요건 ▲허무인 이름으로 처방전 발급 ▲실손보험사 채권자대위권 행사 등 총 3가지를 소개했다.
조 변호사는 이 중에서도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이 의료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가 소개한 판결은 췌장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유족이 경기도 K대학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지난 5월 1심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지만 유족 측은 법원 판단에 불복해 항소했고, 아직 변론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
K대학병원 감염내과 의사는 70대 췌장암 환자 K씨에 대해 연명의료결정법에서 정한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보고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서'를 작성했다. 더불어 K씨 자녀들에게 환자가 충분한 기간 동안 연명의료 중단 등에 관한 의사를 일관되게 표시했다는 내용의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에 대한 환자의사 확인서'를 받았다.
이후 의료진은 K씨에 대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을 이행했고, K씨는 췌장암으로 인한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렀다.
문제는 유족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 과정의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유족 측은 K씨가 패혈증,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인공호흡기 착용, 항생제 투약, 혈액투석 등의 치료를 받고 의식 상태가 회복되는 등 호전 양상이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에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감염내과 의사가 신장내과 협진도 없이 말기 암 환자로서 다발성 장기부전이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환자를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한 점도 문제라고 했다.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폐렴 증상이나 의식 상태가 다소 완화되기는 했지만 활력징후나 검사 소견이 불안정했기 때문에 호전 양상이 명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당시 K씨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도 했다. 환자 임종과정을 판단할 때 신장내과 판단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조진석 변호사는 "연명의료 판단 과정에서 문제를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따른 판결은 처음이었다"라며 "법원이 원고패소 판단을 내리기는 했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연명의료 결정 이행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형사적으로도 비슷한 소송이 몇 건 진행되고 있다"라며 "1심 법원 판단이기는 하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연명의료 결정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판례라고 봤다"라고 설명했다.
"없는 사람 이름으로 허위 처방전 발급, 처벌 근거 없다"
조 변호사는 '허위처방전' 발급에 대한 처벌 규정이 법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했다. 현행 의료법 상 허위 진단서, 의무기록 거짓 작성에 대한 직접적인 처벌 규정은 있는데 '허위 처방전'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의료법 제17조 제1항을 적용해 유죄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의료법 17조 1항은 의사가 직접 대면 진찰한 환자에 대해서만 진단서, 검안서, 증명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 변호사는 지난 2월 나온 대법원 판례를 예로 들었다. 의사인 A씨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이름으로 의약품 200정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해 B씨에게 교부했다. A씨는 1년여 동안 7번에 걸쳐 7장의 없는 사람 이름으로 처방전을 발급했다. 법원은 의료법 17조 1항을 적용해 A씨에 대해 벌금형을 내렸다.
조진석 변호사는 "거짓 처방전 발급에 대한 벌칙 조항이 없다 보니 대면진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법 조항을 적용해 돌려서 처벌하는 것"이라며 "진단서, 의무기록 거짓 작성에 대한 처벌 규정은 있지만 허위 처방전 발급으로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처벌을 위해 다른 규정을 갖고 와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라며 "잘잘못을 떠나 법적으로만 봤을 때 거짓 처방전 발급에 대해 처벌 규정이 없는 이상 해당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