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종 건강보험연구원장 적정수가 산출 위해 투명한 원가자료 제출 필요성 강조 "비급여 보고 의무화, 원가조사 객관성 높일 것" 전망
"적정수가 산출을 위해 원가분석은 꼭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이 제공하는 원가분석은 객관적이지 않다."
건강보험공단 이해종 건강보험연구원장의 지적이다. 그의 지적은 곧 앞으로 이 연구원장이 해야 하는 과제일 수 있다.
병원경영 전문가 이해종 연구원장(64)은 지난 4월 건보공단의 싱크탱크인 건강보험연구원에서 3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이 연구원장은 1981년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경영학도다.
기업의 활동이 영리만 추구하는 게 아니라 '비영리' 영역도 있다는 데 대한 생각이 병원경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에서 관련 연구를 해왔다.
학자 시절 그는 '원가분석'을 하는 기관을 독립적으로 둬야 한다고 주장할 만큼 그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병원경영의 출발점은 원가가 얼마인가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가분석은 건보공단의 주요 업무다. 건보공단은 의료기관의 원가를 계산하기 위해 139곳의 패널 병의원을 통해 원가조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적정수가'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원가분석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원가가 제대로 산출돼야 적정수가가 얼마인지에 대해서도 합의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도 원가분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이해종 연구원장은 해당 위원회에 자처해서 합류했다.
그는 현재 건보공단이 내놓는 원가분석은 정확성과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건보공단이 제시하는 원가분석 결과와 의료단체가 내놓는 결괏값의 차이가 합의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너무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원가 분석을 할 수 있는 패널 의료기관 숫자가 제한적이다 보니 의료단체가 내는 원가와 건보공단이 내는 원가의 갭이 너무 크다"라며 "패널을 확대하면서 계산 방법을 공급자와 협상하면 충분히 정확성과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건보공단은 원가 자료를 제출하는 패널 의료기관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의료기관의 협조를 얻어내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 건보공단에 자료를 제출하면 의료기관을 '통제'할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해종 연구원장은 원가자료 제출을 건보공단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적정수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의료기관에 당부했다.
이 연구원장은 "의료기관은 수가가 부족하다고 말만 하지 얼마나 부족한지에 대한 근거를 내지 않고 있다"라며 "저수가를 주장하려면 객관적 자료가 필요한데 이를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주장하면 어디까지 수가를 설정해야 할지 모른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현재 운영 자료를 보여줘야 수가가 많다, 적다라는 말을 할 수 있다"라며 "보험자가 한다고 해서 꼭 통제를 하려는 게 아니다. 효율적인 수가 결정의 자료를 구축하려고 하는 것이다. 투명한 자료를 갖고 토의하는 게 적정수가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정수가' 산출이라는 큰 명제 하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보고 의무화는 원가조사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였다.
건보공단은 이해종 연구원장을 단장으로 하고 '비급여 보고 추진단'을 별도로 꾸려 비급여 보고 의무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연구원장은 "비급여 보고 의무화 고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고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 작업만 진행하고 있다"라며 "비급여 보고 범위 등이 확정되면 내부 시뮬레이션을 거쳐 내년 하반기는 돼야 본격적으로 자료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라고 추측했다.
그러면서 "병원 수익은 크게 비급여와 급여로 나뉘는데 현재는 급여 수익만 알 수 있다"라며 "비급여 비용까지 알게 되면 의료기관의 수익구조, 비용구조를 모두 알 수 있게 되고, 이는 적정수가 결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년의 임기 동안 수가를 결정하는 메커니즘을 구축하기 위한 발판이라도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건강보험연구원은 건보공단이 수행하는 정책에 대한 참모 기능을 한다"라며 "원가분석 역시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외부에 연구용역을 맡겨서 원가분석을 하는 구조인데 자체적으로 원가계산을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전문성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원가분석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는 독립성이 중요하다"라며 "건강보험연구원처럼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가진 조직이 원가분석 결과를 내놓으면 정부는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정책을 만드는 구조로 가야 한다. 의료기관의 신뢰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