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 "수가개선 통한 병원 유인책 필요" 요양병원 4.6%·병원 1.5% 설치 불과 "의료인 연명의료 교육 시급"
"연명의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높아지는데, 정착 이를 시행하는 의료기관 참여는 여전히 낮습니다. 연명의료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심과 함께 의료인 교육이 시급합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김명희 원장은 최근 보건복지부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나 연명의료결정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애정과 관심을 피력했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을 게기로 2013년 국가생명심의위원회의 연명의료결정 법제화 권고안 마련 후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제정과 2018년 2월 법 시행으로 출발했다.
이 제도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할 수 있는 기준 및 절차를 마련해 국민이 삶을 존엄하게 마무리한다는 취지이다.
연명의료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과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을 연장하는 것이다.
연명의료 중단 결정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의사 또는 환자가족 전원 합의에 따라 이뤄지며,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판단과 환자(환자 가족) 의사 확인으로 이행된다.
9월말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04만 4499건이며, 연명의료계획서는 7만 4445건, 연명의료 이행서는 17만 7326건 등으로 집계됐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19세 인구 대상 1000명당 24명이 적성한 셈이다. 60대 이상 노년층이 작성자 전체의 88%를 차지했다.
문제는 연명의료 실질적 기전인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참여 의료기관 수가 적다는 점이다.
상급종합병원 45개소(100%)를 포함해 종합병원 171개소(53.6%), 요양병원 67개소(4.6%), 병원 21개소(1.5%) 등 3239개소 중 304개소(9.4%)가 참여하고 있다.
의료기관 환자 사망의 30%를 차지하는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의 참여율이 5% 미만이다.
공용 윤리위원회를 활용하면 해당 병원에게 연 200만원을 지원한다.
낮은 수가로 연명의료에 대한 요양병원과 중소병원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은 제도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김명희 원장은 "수가제도는 병원의 유인책이 될 수 있다. 요양병원 입장에서 일당 정액제 수가체계에서 연명의료결정보다 환자가 몇 일 더 사는 것이 경영적 효과가 있는 수가 구조"라면서 "연명의료결정제도 자체 문제가 아니라 요양병원 수가체계 등의 총체적인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동석한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성재경 과장은 "요양병원 수가 특성 상 입원기간을 단축하면 수익이 떨어진다. 연명의료 사전등록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수가로 메워주면서 모순적 상황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일 시점"이라며 "올해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를 통해 연명의료 시범사업의 본 사업 전환 개선방안 상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명희 원장은 연명의료 환자와 의료비를 연계한 일부 주장에 우려감을 표했다.
그는 "연명의료결정제도의 포커스는 의료비가 아니라 생애 말기에 인간의 존엄에 맞춰야 한다"면서 "많은 병원에서 윤리위원회를 설치하면 연명의료결정제도 시행이 가능하다"며 정부의 효과적인 유인책을 주문했다.
의사 출신인 김명희 원장은 연명의료에 대한 국가와 의료계 관심을 선결 과제로 제시했다.
김 원장은 "국가가 연명의료에 관심을 가지고 조속히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독립에 매진해야 한다. 많은 노인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누워있는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면서 "국민들 스스로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한 가치와 미래를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3년 연명의료 관련 교육을 의사 전체의 2%, 간호사는 1% 밖에 하지 못했다"면서 "의료현장에 있는 의료인들이 연명의료 제도와 취지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명희 원장은 "사회적으로 연명의료 상태에서 누워있는 삶이 가지는 함의가 무엇인지, 개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결정해 주는 연명의료결정제도를 많은 사람들에게 역할에 맞게 알리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며 정부와 의료계 관심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