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27일 10년만에 같은 주제로 공청회 열고 해법 고민 의료계 진료지원인력 관리 모니터링, 정부 적극 개입 주문
진료지원인력, 일명 PA 문제 해결을 위해 '시범사업'을 예고했던 정부가 구체적인 PA 업무범위를 공개했다. 연구용역 수행 중간보고 및 의견수렴 형태로 공청회를 개최한 것.
보건복지부는 27일 서울 세브란스빌딩에서 진료지원인력 관련 정책방향 수립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복지부가 발주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고려의대 예방의학교실 윤석준 교수팀은 진료지원인력을 운영하는 병원을 위한 관리운영체계를 제안했다. 또 실태조사를 통해 실제 임상현장에서 진료지원인력이 하고 있는 의료행위를 파악, 구체적인 업무범위를 설정했다.
대원칙과 현실 사이에서...의협-병협 동상이몽
연구결과를 접한 의료계와 병원계는 묘한 입장 차를 보였다.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는 대원칙에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현실'을 바라보는 눈이 달랐다.
대한병원협회 이성규 부회장은 정부의 방향성 자체에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의료행위를 의사가 직접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할 것"이라면서도 "현실이 그렇지 않다. 현장에서 의사 및 간호사 수급 문제에 부딪히고 있다. 진료지원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있다"라고 호소했다.
이어 "환자안전과 병원 현실을 고려해 진료지원인력 업무 범위를 구체화해서 그레이존을 메울 수 있는 인력관리 운영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원칙'만 강조했다.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기준 마련은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라며 "의협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모든 의료행위는 의사가 직접해야 한다는 원칙하에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구분 작업을 하고 있다. 추후 업무범위 설정 시 의협과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진의 행위분류 중 초음파와 심전도는 분리해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그는 "초음파는 촬영장비라기 보다는 청진기와 같은 실시간 진단장비로 봐야 하기 때문에 심전도, 엑스레이를 따로 분류해서 초음파는 의사가 직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지원인력 관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공청회에 참석한 의료계 각 직역 관계자는 연구진이 공개한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가 '보수적'이라며 현실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연구진은 44개 세부 항목 중 30개는 의사가 꼭 해야 하는 의료행위로 분류했다"라며 "보수적으로 접근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렇게만 된다면 이 논의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지 않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보건의료노동조합 나순자 위원장 역시 "연구 결과에서 진료지원인력이 할 수 있는 업무는 몇 개 안된다. 병동 간호사를 조금만 확대하면 가능할 것도 같다"라며 "이렇게만 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도 의사가 부족해 1만명 정도 되는 진료지원인력이 현장에 있다"라며 "지방병원은 전공의도 없어 간호사가 하고 있다. 연구결과는 이상적인데 현장에서 적용이 되겠나"라고 반문했다.
진료지원인력 관리를 위한 운영체계를 자율적으로 만들도록 하는 데에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단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 조문숙 부회장은 "업무범위, 인력 관리 운영체계를 명확히 표준화해야 한다"라며 "의사의 지도 감독 하에 수행 가능한 업무가 아닐 때는 진료지원인력이 거부할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하다. 의료기관에 자율성을 주면 현재와 달라질 게 없다"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사의 지도 감독이라는 말 자체가 포괄적이면서 명확하지 않다"라며 "같은 공간에서만 해야 하는 것인지, 퇴근 후 부재중에도 전화로 지도 감독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복지부는 감시체계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지침이행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불법의료행위 신고센터를 만들어 위반 의료기관을 진료지원인력이 스스로 신고할 수 있도록 규제 조치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서는 진료지원인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전공의도 같은 입장이었다. 진료지원인력을 제대로 운용하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제재를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한다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 여한솔 회장은 "현장에서는 업무범위를 벗어나는 행위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의료기관장 책임하에 진료지원인력이 잘 관리된다면 이런 공청회를 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환자안전과 직결된 문제를 기관장 책임하에 한다고 했을 때 현장에서 명확하게 이뤄질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라며 "복지부 장관 명령하게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남은경 사회정책국장 역시 "관리운영을 병원 자율에 맡기면 사실상 가이드라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라며 "의료의 폐쇄적인 특성상 실태들을 객관적으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고 당연히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가이드라인을 어겼을 때 행정처분 여부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료지원인력 문제 근본 원인은 결국 '의사부족'?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진료지원인력 업무범위 구체화 문제는 결국 의사인력 부족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남은경 국장은 "의료법에서 정하는 의료인의 업무범위가 명확히 있는데 정부는 법에도 없는 진료지원인력 체계를 운영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든다고 한다"라며 "이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진료의사의 부족이다. 의사부족 문제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할 때다. 지난해 중단됐던 의대정원 확대가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순자 위원장도 "5년 안에 수도권에 5000병상이 확대될 계획"이라며 "의사가 부족하다. 몇몇 병원에서는 수련병원이 안되면서 전공의 업무 대부분을 PA 간호사를 채용해 하고 있다. 의사정원 확대 정책 없이 이 문제가 해결할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i6#정부는 PA라는 새로운 직군을 만드는 게 아니라는 원칙을 다시 한번 확고히 하면서도 정부의 적극적 개입에 대해서는 고민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복지부 양정석 간호정책과장은 "PA 제도화가 우리 의료현장과는 맞지 않다"라며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실제 진료지원인력으로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신 있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레이존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접근해 법적 불안 문제를 해소하는 데 방점이 있다"라며 "기관 책임이라는 게 지나친 자율을 부여한다는 게 아니다. 진료지원인력 문제는 기관장이 관심 자체도 없었던 사안이다. 기관장이 관심을 갖게 하고 병원 전체적으로 체계화 시킨다는 문제"라고 밝혔다.
복지부 이창준 보건의료정책관은 해묵은 과제인 진료지원인력 문제 해결 의지를 확인했다.
이 정책관은 "10년만에 같은 주제로 공청회가 열렸다"라며 "현장 의견을 반영해 업무범위를 명확히 정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적정한 인력 기준에 대한 검토를 하고 필요한 인력을 더 고용하기 위한 비용보상, 의료전달체계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료계와 논의하며 대책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