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오피니언
  • 이슈칼럼

식약처의 망나니 칼춤에 보툴리눔 사업 다 죽는다

강윤희 위원
발행날짜: 2021-11-15 05:45:50

강윤희 전 식약처 심사위원

필자는 이전 칼럼(2020.5.28.)에서 식약처가 쥐고 있는 허가취소라는 칼을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 때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가 빌보에서 스팅이라는 검을 주면서 한 말을 인용했는데, 그 말은 이와 같다. "이 검을 사용해야 할 때 다음을 기억해라. 진정한 용기란 생명을 빼앗을 때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살릴 때를 아는 것이라는 걸'.

뒤돌아 보니 식약처에 바랄 것을 바랬어야지 라는 생각이 든다. 골룸조차 살렸던 빌보의 스팅은 커녕 망나니 칼춤을 추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 왜 식약처의 품목허가취소가 망나니 칼춤인지를 지난 수년간 미국의 FDA, 유럽연합의 EMA에서 품목허가를 취소한 경우와 우리나라 식약처가 품목허가를 취소한 경우를 비교해 살펴보도록 하자.

FDA는 2017년 12월 사노피사의 뎅기열 백신 'Dengvaxia dengue'에 대해 판매허가 취소를 내렸는데, 사유는 질병을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FDA는 2018년 BMS사의 면역항암치료제 '옵디보'의 소세포폐암 적응증을 취소했는데, 승인 후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의 유의한 연장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FDA는 2020년 1월 에자이사의 비만치료제 '벨빅'의 자발적 시장 철수를 회사에 요청했는데, 사유는 임상시험 결과에서 위약 대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2020년 10월 바이오센추리사의 조산예방제 '메카나'의 허가취소 계획을 제약회사에 통보했는데, 사유는 시판 후 임상에서 약물의 유익성을 넘는 건강상의 위험을 내포했기 때문이었다. 정리하면 FDA에서 품목허가를 취소하거나 제약회사에 자진철수를 권고하는 이유는 환자에게 미치는 유익성/안전성에 변동이 생긴 경우이다.

EMA는 2013년 '메토클로프라미드' 함유제제의 고용량 제제를 시장에서 철수하도록 권고했는데, 유익성/위해성 자료를 검토한 결과 급성신경계 위험성이 고용량에서 증가했기 때문이었다. EMA는 2018년 애브비사의 다발경화증 치료제인 '진브라타'에 대해서 시장 철수를 권고했는데, 중증의 간손상이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EMA는 2020년 자궁근종 치료제 '울리프리스탈'의 허가취소를 권고했는데, 간이식이 필요할 정도의 중증의 간손상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었다. 정리하면 EMA가 품목허가를 취소하거나 제약회사에 자진철수를 권고하는 이유는 대부분 안전성에 변동이 생긴 경우이다.

그럼 이제 우리나라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사례를 살펴보자. 굳이 수년간을 살펴볼 필요도 없이 2021년만 살펴봐도 품목허가 취소 풍년이다. 2021년 1월 식약처는 메디톡스사의 '이노툭스주'를 품목허가 취소했는데, 허가변경시 제출한 안전성 시험 자료를 위조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4월 식약처는 종근당의 여러 품목에 대해서 판매중지 조치를 했는데, 변경허가를 받지 않고 첨가제를 임의로 사용하고, 제조기록서를 거짓으로 작성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5월 식약처는 한올바이오파마가 수탁제조한 '삼성이트라코나졸' 등에 대해서 품목허가를 취소했는데, 이유는 허가/변경시 제출한 안전성 시험자료를 조작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10월 식약처는 제일약품의 고혈압치료제 '텔미듀오정' 등 3개 품목의 품목허가를 취소했는데, 사유는 허가시 제일약품이 제출한 잔류용매 시험자료 일부가 허위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2021년 11월 식약처는 휴젤사 등의 보툴리눔제제의 허가를 취소했는데, 사유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판매했기 때문이었다.

정리하면 식약처의 품목허가 취소 사유는 대부분 식약처가 허가/변경 신청시 제출한 자료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그 당시에는 발견하지 못했다가 뒤늦게 내부고발자 등을 통해 발견하거나, 국내의 잘못된 관행에 갑자기 철퇴를 내린 것이었다. 그러니까 식약처가 갑자기 일을 열심히 해서 발견한 거랄까. 그나마 FDA, EMA의 사례에서와 같이 환자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유익성/위해성에 변동이 생겨서 품목허가를 취소한 경우는 단 한 사례도 없었다! 대단한 식약처이다.

한편 식약처는 2020년 10월 코로나 백신 관련 민원 안내서를 발행했는데, 거기에는 백신의 안전성 장기추적조사, 장기면역원성연구, 특정인구집단의 안전성 정보 수립 등 코로나 백신의 시판후 안전성관리계획에 대한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코로나 백신을 개발한 회사에 규제기관이 요청할 뿐만 아니라 검토하고 그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려주어야 하는 내용이다. 예를 들어 유럽의 EMA는 시판 후 안전성 정보인 PSUR을 통상적으로는 매 6개월마다 제출하도록 하지만 코로나 백신의 경우 매월 제출하도록 했고, 이에 매월 안전성 정보를 갱신하고 있다.

필자는 매우 궁금하다. 식약처가 과연 코로나 백신 제조회사에 어떤 안전성 계획을 요청했으며 또 어떤 안전성 정보를 검토했는지. 그런데 한편으로는 하나도 안 궁금하다. 식약처가 이런 일을 했을 리가 없으니까.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식약처는 약사법/공종보건특별법에 명시된 의무사항인 백신부작용 모니터링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도 식약처장이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과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대답하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 이런 무책임한 식약처 밑에서 백신부작용으로 고통받은 국민들을 생각할 때. 식약처는 안전에 관해 제대로 일을 안 할거라면 품목허가 취소를 남발하는 망나니 칼춤도 추지 않으면 좋겠다, 정신 사나우니까.

※칼럼은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