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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병상에 막무가내 공보의 투입…'내과' 전문의 0명

박양명
발행날짜: 2021-11-27 15:12:20

공보의협, 중증도 높은 코로나 병동에 전문성 무관 배치 '분통'
파견 요청 취소 병원 등장…인턴 업무 지시 등 현장 혼란

정부가 코로나19 치료 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요청을 받아들여 '공보의'를 결국 투입하기로 했다.

중환자 진료 등에는 전문성이 필요함에도 진료과 구분 없이 강제 차출 대상이 된 공보의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중증도가 높은 코로나 환자를 감당할 수 있는 체계적 인력 배치가 아니라 막무가내 배치라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부터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인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내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로 구성된 공중보건의사 50명을 파견한다고 발표했다. 상급종병에서 치료하는 환자의 중증도 치료 가능 여부 등을 고려한 조치다.

문제는 50명 중 내과 전문의는 단 한 명도 없고,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도 2명에 불과하다는 것.

실제 울산시, 경상남도, 충청북도, 강원도, 경상북도, 전라남도, 충청남도 등 전국에서 차출된 공보의 전문과목을 확인해보면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많았고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재활의학과, 방사선종양학과, 안과, 비뇨의학과, 피부과, 성형외과, 신경과 등이었다.

공보의 파견을 요청한 상급종병은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중앙대병원, 고려대의료원, 인하대병원,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경희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 건국대병원, 한양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이다.

모두 의사 면허를 취득 후 전문의 자격까지 따긴 했지만 감염환자, 호흡기환자, 그것도 중증도가 높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전문성'이 뒤따라야 하는데 현실이 따라주지 않고 있는 것.

상황이 이렇자 인력 파견을 요청했던 21개의 상급종합병원 중 경기도와 서울의 병원 각 한 곳은 그 요청을 취소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은 파견 나온 공보의에게 인턴이 해야 할 업무를 시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임진수 회장은 "코로나19 초기에 공보의를 막무가내로 대구에 파견했던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라며 "복지부에 공보의 파견 계획에 대해 사전 공유라도 해달라고 했지만 지자체로 바로 공문이 내려왔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공보의 인력 파견에 대해 대공협과 조금이라도 논의를 했다면 보다 효율적인 배치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임 회장 설명에 따르면 전체 공보의 중 내과 전문의는 29명인데 모두 의료원 등에서 근무 중이다. 보건소나 보건지소에 있는 내과 전문의는 6~7명 수준인데 이들도 모두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파견을 나가 있다보니 상급종병 차출 인원에는 포함되지 했다.

대공협은 파견 지역에 공보의가 머무를 수 있는 지원이 열악하다는 점도 짚었다. 현재 정부는 2개월 파견을 예정하고 있는데, 일비 2만원, 식비 2만원, 숙박비 7만원을 더해 하루 총 11만원을 지원한다.

임 회장은 "사실 서울에서 그것도 연말연시에 한정된 비용안에서 장기간 머무를 숙소를 찾는 것부터가 일"이라며 "지난 2년 동안 정부 대응이 바뀐 게 없다.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기 때문에 대공협과 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