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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환자 인식 급변…S-ICD 부정맥 시술 표준될까?

발행날짜: 2021-12-07 05:45:50

인터뷰 포항세명기독병원 이상희 과장
"환자 인식 변화가 변화 양상…새 패러다임 열릴 것"

"S-ICD에 대한 환자들의 인식 변화가 드라마틱하다. 이런 인식 변화는 향후 부정맥 시술의 변화 양상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

부정맥 시술 방법에 대한 세대 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ICD(경정맥형 제세동기)의 단점을 극복한 S-ICD(피하 삽입형 제세동기)가 급여 적용되면서 변화에 가속도가 붙게된 것.

혈관과 심장 안에 전극선을 꽂아야 하는 ICD는 혈관 관련 합병증 발병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만에 하나 혈관 감염이 발생하면 기존 시스템을 드러내야 하는 '대공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ICD는 삽입 후 10여년 간 감염과 정맥 폐쇄 등 전극선과 관련된 합병증이 최대 40% 발생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직접 전극선을 넣지 않는 S-ICD와 같은 신기술로의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보스톤사이언티픽이 개발한 S-ICD인 EMBLEM이 국내에서 첫 급여 등재된 지는 불과 3년 남짓. S-ICD가 ICD 시술을 모두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벌써부터 부정맥 시술의 새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혈관센터, 심장센터 등의 심혈관 전문 센터를 갖춘 포항세명기독병원 이상희 과장을 만나 부정맥 시술에서의 ICD 대비 S-ICD가 갖는 장점 및 ICD 대체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추워진 날씨에 급사의 위험이 부각된다. 특히 부정맥은 돌연사를 발현시킬 수 있는데 전조증상 등을 통해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비정상적인 심장 리듬을 뜻하는 부정맥이 발생하면 심장이 온몸으로 혈액을 보낼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런 경우 수 분내 사망할 수 있다. 문제는 전조 증상이 뚜렷치 않다는 데 있다. 자각할 수 있다면 돌연사의 예방이 가능할 텐데, 말그대로 돌연사는 급작스럽게 발생한다. 80~85%는 관상동맥질환이 주 원인이다. 관상동맥질환이 있으면 일상에서 흉통 내지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이런 사소한 변화를 느끼면 향후 신체 변화를 동반할 수 있으니 미리 전문의를 찾아서 심전도, 심전초음파 검사를 하는 편이 좋다. 갑자기 심장 두근거림을 느껴 부정맥 검사를 위해 내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돌연사의 주 원인이 관상동맥질환이다보니 첫 검진에서 부정맥을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두근거림이 생활 불편을 초래도 하는데, 기존에 심근질환 및 유전적 질환, 비후성 심근경증이 있어도 초기에 두근거림이 나올 수 있다. 이런 경우 24시간 홀트 검사를 병행해 보다 면밀히 검사한다.

▲부정맥은 치료보다 정확한 진단이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원인 및 대응은?

환자들의 생활 패턴도 다 다르고 전형적인 상황을 고려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다. 환자들의 어려움 만큼 의사들 역시 부정맥 때문에 어렵다는 말을 한다. 특정 질환들은 병원에서 검사하면 보통 진단되고 특정이 되지만 부정맥은 그렇지 않다. 부정맥 특징이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정맥 발생으로 한 시간 넘게 증상을 겪다가도 병원 검사에선 멀쩡한 것으로 나올 때도 있다.

따라서 두근거림이 느껴지면 부정맥 진단보다 기저에 심근질환이나 혈관질환과의 연관성이 있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두근거림은 병이 아니라 증상이다. 기침을 한다고 기침약만 줄 수 없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기침이 폐 질환에서 기인했는지, 단순 바이러스 감염인지 따져봐야 정확한 처방이 가능한 것처럼 두근거림이 발생하면 심근질환인지, 선천성 심질환인지 이런 걸 다 따져봐야 한다.

홀터 검사나 심전도 검사가 중요하지만 검사 시 이상없다는 것만 믿고 방치하다간 빙산 밑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수면 위 빙산은 말 그대로 빙산의 일각이다.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관찰하는 게 더 중요하다. 좌심실 구혈률이 30% 이하 여부는 예후를 결정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부정맥으로 진단될 경우 약물과 시술을 고려할 수 있는데 기준은?

근거 중심 의학에서 결정한 대로 따르지만 보험 반영 여부도 따져봐야 한다. 보통 심방세동이라면 1차로 약물 치료를 시행하고 이에 반응하지 않으면 전극도자절제술 등을 한다.

보험에는 심방세동인 경우 6주 이상 약을 복용해도 반응하지 않는다면이라는 조건이 붙어있다. 제세동기삽입은 무조건 할 수 있는게 아니라 좌심실 구혈률이 30% 이하더라도 약제를 3개월 사용한 후 효과가 없으면 하게 된다.

▲ICD가 기존의 표준 시술이었는데 최근 S-ICD가 급여 등재되며 관심을 받고 있다. 환자별로 시술 대상자가 나뉘는지?

진료 가이드라인은 환자별로 ICD/S-ICD 대상자를 특별히 구분하진 않는다. 환자의 선호도 및 의료진의 판단에 보다 우선권을 둔다는 뜻이다. 환자가 젊거나 미용을 위한 목적이 있다면 피하형인 S-ICD를 선택한다. 젊은 사람이 제세동기를 삽입하면 노후까지 오랜기간 기기를 삽입한 채 살아야 한다. 이런 경우 전극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이 삽입 기간과 비례해 올라갈 수 있다. 따라서 젊은 사람들은 전극 합병증에서 자유로운 S-ICD가 우선 고려 대상이다.

S-ICD가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제세동기 시술자 중에는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경정맥을 통해 심장에 직접 전극을 접촉해야만 박동기 기능이 가능하다. 심장에 직접 전극을 꽂는 ICD 방식만 심박을 조율하는 박동기 기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다.

피하형 S-ICD도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1분 미만만 가능하기 때문에 심박 기능이 필요할 땐 ICD, 그렇지 않은 경우 S-ICD를 제시한다. 심박 기능이 필요한 대표적인 질환이 노인성 질환이다. 심실빈맥을 동반해서 서맥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유럽 데이터를 보면 약 8% 정도가 경정맥을 통한 ICD 방식이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온다.

가장 우려하는 것은 감염이다. 전극선이 감염되면 심장도 무사할 수 없는데 심내막염이 생기면 사망률이 50%에 달한다. 살아나도 최소한 4주 동안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전극을 혈관에 넣는 ICD는 삽입 1년, 2년만에 감염이 발생했다고 해도 벌써 전극선이 혈관에 유착돼서 이를 제거하기 위해선 대공사를 필요로 한다. 피하형도 감염의 위험이 아예 없진 않지만 가능성이 낮고 정맥을 통하지 않아 혈관 손상이나 기흉 위험도 크지 않다.

시술 시간은 두 방식 모두 비슷하다. 피하형이 기기 사이즈가 더 크지만 옆구리 살 밑에 들어가기 때문에 티는 덜 난다. 배터리는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개복이 필요한데 S-ICD는 혈관을 직접 열지 않으니까 교체 시에도 감염에 더 안전하다.

80대 노인 환자라고 하면 배터리 교환에 대해 걱정을 안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라면 10년마다 계속 교체해야 한다는 점도 제세동기 방식 선택에 같이 고려해야 한다. 본인의 경우 S-ICD, ICD의 각각의 장단점을 제시하고 환자가 선택할 수 있게 한다.

▲신기술은 검증을 필요로 한다. S-ICD는 2019년 급여 등재됐는데 환자 반응은?

환자들은 물론 의사들도 신기술이 들어오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소 보수적으로 관망하는 편이다. 누구든 자신들이 먼저 베타 테스터가 되는 것을 원치는 않기 때문이다. 다만 S-ICD는 ICD에 수반됐던 합병증을 낮추는 방향으로 기획됐기 때문에 신기술에 대한 반감이나 우려는 훨씬 덜한 편이다.

오히려 기존 ICD의 합병증 우려로 시술을 망설였던 분들까지 S-ICD에는 우호적인 편이다. 단순히 안전성은 비슷한채 확인되지 않은 신기술이 등장했다면 보다 더 많은 시간의 검증을 필요로 했을지 모르지만 S-ICD가 안전성 부분에 포커스를 맞춘 것이 주효했다는 판단이다.

S-ICD는 국내에 급여 등재된 것은 2019년도이지만 본인이 이 시술을 처음 경험한 건 2012년이었다. 당시 유럽에선 S-ICD가 이미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언제 국내에 도입되고 보급되나 생각했는데 벌써 국내 도입 후 3년 남짓한 시간이 됐다.

환자들의 반응에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2019년 당시 환자들에게 S-ICD를 소개했을 때 약간의 거부감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 듣도 보도 못한 시술이었으니까 그런 반응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요즘의 환자들을 '스마트 컨슈머'라고 하지 않나. 이미 해외에서 자리를 잡은 시술이고 국내에서도 계속 시술 사례가 쌓이는 것을 환자들이 먼저 검색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환자들이 먼저 검색해서 S-ICD를 해 달라고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자기 몸에 삽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가장 적극적이다. 최근엔 포항 거주 환자가 부산에서 부정맥을 진단받고 많은 검색 끝에 S-ICD를 해 달라고 온 경우도 있다. 인터넷 및 환자 커뮤니티가 발달하면서 더 이상 정보의 불균형이나 일방적인 정보의 편중은 없는 편이다.

▲제세동기를 삽입한 부정맥환자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심리적 불안감이 클 수 있을 것 같다. 전문의로서 조언한다면?

본인 역시 심장 문제로 심폐소생술로 살아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환자들의 심리적 불안감, 공포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이런 경험을 하기 전에는 진료 과정에서 환자들이 느끼는 공포를 크게 실감하지 못했다. 해외에선 이런 부분들도 진료/케어의 영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선 심폐소생술 후에 심리적 케어 어떻게 해야 할지 그런 부분도 포함해 제시한다. 심리 치료에는 정신과가 포함돼야 하는데 국내에선 아직 보험 수가 등의 문제로 현실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돌연사할 뻔 한 것은 그 자체로 굉장히 공포스러운 경험이다. 불안이 없을 수 없다. 그래서 본인의 경우 정신과와 협진을 하는 편이다. 심리적 불안으로 약이 필요하면 정신과 진료 후 약을 처방받게 한다. 보호자들의 이해도 필요하다. 용기가 필요한 부분이 제세동기와 같은 기계 삽입이다.

기계 삽입 후에도 기계가 정상 작동을 안 해 돌연사할 수 있다는 공포심을 갖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에겐 제세동기가 돌연사를 막는 방패라는 확신을 주는 게 중요하다. 기기 오작동률이나 합병증에 대해 ICD와 S-ICD를 직접 비교한 헤드 투 헤드 연구가 많이 축적되면 자연스레 의문은 해소될 것이라 본다.

▲부정맥 시술을 결심했다면 시술 병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래도 인서울권을 선호할 것 같은데 시술 병원 선택 시 고려 사항은?

대구/경북 지역에서 S-ICD를 시술할 때만해도 본인이 그 지역에서 유일한 S-ICD 시술자였다. 그만큼 보급이 안됐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다양한 지역에서 S-ICD를 시술하고 있고 두 시술의 난이도 차이는 크지 않다. 즉 ICD가 가능한 곳이라면 S-ICD도 가능하다. 지난 10월 시술 교관으로 해석되는 S-ICD 프록터로 선정된 바 있다. 포항 거주 환자라면 혹은 포항 주변의 환자라면 믿고 포항세명기독병원으로 오면 된다.

제세동기 삽입에서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바로 팔로우업(추적 관찰)이다. 시술은 기기를 넣고 끝, 이런 개념이 아니다. 기기를 넣은 후부터 추적 관찰이 시작된다. 적절한 기기의 작동 유무 및 포착된 위험 신호에 대한 해석 및 진단, 대응이 중요하다. 3개월마다 팔로우업을 하는데 만일 지방 환자가 서울에서 시술을 받았다면 이 진단 및 대응에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실 구혈률이 30% 미만인 환자는 보통 점차 상태가 조금씩 나빠지다가 최종 종착점이 심장이식이 될 수 있다. 그때까지는 계속 돌연사 위험을 버텨야 하는데, 환자가 자기 거주지와 거리가 먼 곳을 선택하는 것은 자충수가 될 수 있다. 이 부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제세동기 삽입술의 미래 표준에 대해선 어떻게 전망하는지?

앞서 언급했지만 S-ICD가 ICD 전부를 대체할 수 없다. ICD의 박동기 기능이 S-ICD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동기 기능이 필요한 환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S-ICD가 안전성, 편의성 측면에서 상위호환된다고 생각한다. 즉 일부분의 ICD 대체 불가 환자를 제외하곤 S-ICD가 보편적인 시술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한다.

무엇보다 환자가 어떤 인식, 정보를 가지냐에 따라서 선택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정보가 넘치는 세상이다. 환자들이 이미 의견을 가지고 온다. 시술의 편의성이나 시술 후 합병증 정보를 접한 분들은 S-ICD에 대한 선호도가 강하다.

심박 조율이 필요한 환자들이나 비후성 심근증이 아니면 나머지는 경정맥 ICD 방식이 꼭 필요치 않다. 피하형 S-ICD의 범위가 확장되는 추세다. 유럽 등 해외에서 데이터가 쌓이면서 오히려 특정 환자의 경우 꼭 S-ICD 시술이 필요하다는 식의 카테고리가 생기는 편이다. ICD와 S-ICD를 비교한 데이터들이 축적되고 그 결과들이 표준시술 마련에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