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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실려온 환자 호흡중지까지 검사만 계속한 대학병원

박양명
발행날짜: 2021-12-08 12:07:40

특발성혈소판감소증으로 비장절제 환자 사망, 합의금 1억4천만원
의료중재원, 수술 후 퇴원 결정 및 응급실 처치에서 과실 인정

의료분쟁은 처음이지? -의료분쟁 조정중재 이야기-

의료현장에서 벌어지는 예기치 못하는 의료사고. 이에 따른 분쟁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도 모를 의료사고, 그리고 분쟁에 현명한 대응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도움을 받아 '의료분쟁 조정중재' 사례를 소개하는 창을 마련했다.
혈소판 수치가 감소해 대학병원으로 전원된 환자에게 의료진은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ITP, 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진단을 내리고 복강경하 비장절제술을 했다. 환자는 퇴원 다음날 담낭염으로 다시 응급실을 내원했고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에 이르렀다.

유족 측은 치료비 및 일실이익, 위자료 등을 모두 더해 4억2700만원을 배상하라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 문을 두드렸다.

의료중재원의 병원 측의 과실을 일부 인정했고, 병원과 유족측은 1억4000만원에 합의하기로 했다.

자료사진. 기사와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40대 여성 환자 A씨는 자반출혈 증상으로 동네의원을 찾았는데 '혈소판 수치 감소' 소견이 나와 큰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1만6000(참고치 150-400 10^3/㎕)이라고 측정됐고 의료진은 특발성 혈소판 감소증이라고 진단하고 면역글로불린 투여를 시작했다.

이틀 뒤 혈색소 수치가 8.0 g/dL(참고치 11.4~16.0)으로 입원했고 용혈성 빈혈까지 동반돼 고용량 스테로이드(소론도)를 투여 받았다. 이후 스테로이드를 감량하면서 다나졸을 추가 투여 받았고 혈소판 수치 등을 모니터링하면서 약제를 증감하는 치료를 이어갔다.

약 7개월 후 A씨에게 일과성뇌허혈발작(TIA) 의심증상이 발생했고 악성 고혈압과 자가면역 질환에 대한 감별을 위해 심장내과, 류마티스 내과 등과 협진 후 신경과 진료를 받으며 외래에서 경과관찰을 했다.

ITP 진단 후 1년여가 지난 후 A씨의 혈소판 수치는 2만4000, 1만6000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두통, 구토, 체간에 멍이 많아 의료진은 외과와 협진해 비장절제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당일부터 38도 정도의 발혈이 있어 아이스팩 적용 및 해열제 등을 투여하면서 경과관찰을 했고, 수술 후에도 체온이 37~38.4도 수준이었다. 혈소판 수치 역시 3만2000으로 나와 혈소판 농축액을 수혈했다.

수술후에도 38도까지 가는 발열은 이어졌고 흉부 엑스레이 검사 결과 흉수 증가(increased Lt pleural effusion) 소견이 보였지만 의료진은 혈소판 농축액 수혈 후 퇴원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퇴원 바로 다음날 발생했다. 혈뇨, 수술부위 통증 및 발열이 계속돼 A씨가 다시 응급실을 찾은 것. 혈소판 수치는 2만2000으로 측정됐고 산소포화도가 85%로 떨어져 산소를 투여받았다. 복부 CT에서는 수술 부위 아래에 9.7cm 크기의 액체저류, 흉부 CT에서는 흉수가 동반된 기관지 폐렴 소견이 확인됐다.

검사와 진단이 이어지는 과정에서 환자는 호흡곤란이 심해졌고 무수축(PEA)가 발생했고 심폐소생술을 총 62분 동안 실시했다. A씨는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 및 경피적 심폐보조장치, 지속적신대체요법을 받았지만 사망에 이르렀다. 사인은 대사성산증, 폐혈전색전증 의증, 면역성 혈소판 감소증 등이다.

유족 측은 "A씨가 스테로이드 등을 투여 받으면서 혈소판 수치를 2만~3만 정도로 유지했고 신약인 레블레이드 투여를 원했지만 의사가 수술을 강행했다"라며 "수술 후 오히려 혈소판 수치가 감소하는 등 수술 실패로 의심되는 상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염증 의심 소견도 있었지만 항생제 처방도 없이 퇴원시켰고 다음날 바로 담낭염으로 응급실을 찾았지만 처치 후 심정지가 발생,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사망했다"라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수술 후 혈압, 맥박, 자발적 활동량 등을 봤을 때 퇴원이 가능해 정상 퇴원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의료중재원은 복강경하 비장절제술 결정과 시행, 수술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수술 후 환자를 퇴원 시키는 과정에서는 과실을 인정했다.

의료중재원은 "수술 후에도 환자 발열이 이어지고 백혈구 증가증과 CRP 상승 등의 감염소견에서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라며 "비장 절제 후라는 감염에 보다 취약한 상태의 환자를 퇴원 직전까지 혈소판 농축액 보충을 한 후 다른 검사나 평가도 없이 퇴원 시켰다"라고 판단했다.

또 "환자가 응급실에서 호흡 곤란이 심해지고 호흡 중지까지 이르는 시간 동안 CT 등 검사만 계속했다"라며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산소 공급량만 2리터씩 올리는 소극적인 치료를 했고 그사이 적극적 치료를 할 시간을 놓쳤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