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병원·혜민병원, 음압 투석실 포함 코로나 병실 전환 "의료진 부족" 신장학회, 신장내과 의사 파견 지원 “투석환자 대기 길어지면 중증 악화”
혈액투석 환자의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중소병원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중소병원은 혈액투석 확진자를 위한 인공신장실에 별도 음압공사를 했으나 신장내과 의사 부족으로 투석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 강남병원(원장 정영진)은 최근 전체 4개 병동(300병상) 중 2개 병동을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전환해 110병상의 음압공사를 마무리 했다.
기존 160개 인공실장실을 운영 중인 강남병원은 투석환자 확진자 증가를 감안해 24개 별도 음압 투석실을 마련했다.
문제는 의료진. 일반 투석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 외에 투석 확진자를 전담할 신장내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병실 공사 완료시점까지 발을 동동 굴렸다.
서울 혜민병원(병원장 김병관) 또한 전체 병상을 코로나 음압 병상으로 전환한다. 전체 250병상을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해 180병상 확보를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는 투석 확진자를 위한 음압 투석병실 15병상이 포함되어 있다.
김병관 병원장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대처하기 위해 모든 병상을 코로나 병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번 주부터 음압병실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면서 "투석 확진자 치료를 위해 음압 투석실 15병상의 별도 공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병원장은 "투석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의료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서 "복지부 중수본과 신장학회 등에 의료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한정된 의료자원으로 효율적인 치료를 위해 일반 투석환자와 확진된 투석 환자의 치료 요일을 구분하는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는 비단 이들 중소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드 코로나 전환 후 혈액투석 환자의 확진자 발생이 증가하면서 인공신장실을 운영하는 중소병원의 의사 인력난이 가중됐다.
대한신장학회(이사장 양철우)에 따르면, 11월 28일 기준 투석실 코로나 확진자 수는 총 252개 기관에서 508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20%인 104명은 11월에 발생했다.
학회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요청으로 의사 인력 지원에 나선 상태이다. 지난 6월에 이어 두 번째 지원이다.
이영기 투석이사(강남성심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투석환자 중 확진자 수는 지난 11월 28일 기준 508명에서 12월 13일 현재 2배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복지부 중수본에서 실제 투석환자 확진자 수 집계 등 정보공유가 수월하지 않아 정확한 확진자 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투석 확진자 치료는 인공신장실 환경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 중이다.
평택박애병원처럼 전 병상을 코로나 전담병상으로 전환한 병원과 일부 음압병상을 지닌 병원으로 나뉜다.
인공신장실을 음압병상으로 운영 중인 병원은 코로나 확진 투석환자를 치료하고, 대다수 병원은 음압병실에 이동식 투석장비와 RO(물 여과 장치) 등을 이용해 치료하고 있다.
확진자 전용 투석실 부족으로 투석환자의 대기 기간은 길어지는 상황이다. 투석환자는 일주일 2~3회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한 만큼 대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중증환자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학회 입장이다.
이영기 투석이사는 "강남병원과 같이 음압을 갖춘 투석실 공사가 일부 병원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확진자가 제때에 투석 치료를 받지 못하면 중증으로 악화되는 만큼 방역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신장학회는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신장내과 전문의 인력 지원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병원별 진료 업무로 인력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강남병원 정영진 병원장은 "신장학회에서 신장내과 전문의 1명을 지원해 확진자 투석치료에 숨통이 트였다"면서 "의료진들이 방호복 착용하며 투석치료에 임하고 있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현 의료인력으로 투석 확진자를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올해 1월 확진자 혈액투석 의료기관의 별도 가산을 신설해 한시적으로 적용 중이나 원활한 의료진 수급을 위한 대폭적인 수가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