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레지던트 모집 결과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는 처참한 결과를 받아 들어야 했다. 4년이라는 수련기간 동안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병원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디칼타임즈는 흉부외과와 소청과 수련병원의 현실을 살펴보고, 심폐소생 가능성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상>흉부외과·소청과 대가 끊겼다
<하>추락 속에서도 정원을 채운 수련병원의 비밀은?
소아청소년과와 흉부외과는 전공의들의 기피하는 대표적인 진료과로 자리매김했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 진료과임에도 지원율은 최하위를 기록했고, 이 같은 현상이 수년째 이어지면서 일부 수련병원은 대가 끊길 지경에 놓였다.
메디칼타임즈는 자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도부터 2022년도까지 흉부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확보 현황을 살펴봤다.
흉부외과에는 4년 내내 전공의가 지원하지 않아 아예 '전공의'라는 존재 자체가 없는 병원이 수두룩했다. 소아청소년과 역시 최근 3년 사이 전공의 모집에 실패하는 병원들이 속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다.
■흉부외과, 4년 내내 전공의 확보 실패 병원 속출
최근 마감된 2022년도 전국 수련병원 전문과목 레지던트 1년차 지원 현황'에 따르면 흉부외과는 48명 정원에 19명이 지원했다. 20명대의 벽이 깨진 것. 전공의 지원율은 39.6%로 2021년도 지원율보다 14.6%p나 하락한 수치다. 특히 빅5 병원 중 세브란스병원은 4명 정원에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는 충격을 안겼다.
문제는 내년도까지 더해 4년 내내 전공의를 확보하지 못한 병원들이 수두룩하다는 것. 이 말은 곧 수련병원에서 교육을 받는 전공의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뜻한다.
메디칼타임즈가 개별 수련병원을 통해 전공의 모집 현황을 파악한 결과 경희대병원, 고려대 안암병원 등 서울에 위치한 대형병원도 4년 내내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에 실패했다. 수도권 병원 중에서도 길병원, 순천향대 부천병원에는 4년 동안 단 한명도 전공의가 오지 않았다.
지방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 중증환자 치료를 위해서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필수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차원에서 강원도, 제주, 충청북도 지역 전공의 정원을 추가적으로 확보했지만 원서를 내는 지원자가 없었다.
충남대병원, 제주대병원은 4년째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다. 울산대병원도 3년째 전공의 확보에 실패하며 4년차 한 명만 남았다. 한림대 성심병원에도 고년차 전공의만 남았다.
제주대병원 흉부외과 이석재 교수는 "전공의가 없는 상황에 익숙해지지는 않지만 버티고 있다"라며 "전공의가 없으면 스태프 숫자도 줄어들고, 들어오지도 않는다. 빠르면 10년 안에 지방은 흉부외과 진공 상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제주대병원은 흉부외과 전공의 부재가 만성화된 상황. 개원 12년 역사 이래 전공의는 단 한 명뿐이었다는 게 이 교수 전언이다. 초반에는 1년에 100회 이상 심장수술을 했지만 이제는 1년에 10건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 교수는 "아무리 전국이 한 시간 생활권이라고 하지만 1~2시간 안에 수술실에 올려야 하는 초응급수술이 있다"라며 "환자 예후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지방에도 흉부외과 전문의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공의가 아예 없다는 것은 결국 흉부외과 전문의의 '역량'과 직결된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김웅한 이사장(서울대병원)은 "사람이 없으면 남아있는 교수, 스태프가 4~5명의 역할을 해야 하고 교육받는 전공의도 없으니 궁극적으로는 흉부외과의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수술을 하더라도 환자 케어까지 일주일 내내 밤을 새워야 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이다. 정상적인 흉부외과 역할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비관했다.
그러면서 "48명이라는 정원은 최소한의 정원"이라며 "코로나19에서 에크모를 돌리며 중환자를 케어하는 등 흉부외과 전문의의 역할이 크다. 번아웃에 빠진 대학병원 교수들도 그만두고 있다. 학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다.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경환 차기 이사장은 전체 100여명 정도 되는 전공의를 한 명 한 명 모두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계획 중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있는 전공의들이 학회와 소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한다"라며 "이렇게 전공의가 들어오지 않으면 10~15명 정도는 정부 차원에서 정원(TO)을 갖고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방 병원의 현실에 대해 우선 논의해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소청과 "이대로 가면 붕괴 걷잡을 수 없을 것"
소아청소년과는 200명 정원에 47명만이 지원해 23.5%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전년도 보다 7.3%p 떨어졌고 핵의학과 다음으로 낮은 수치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하락세는 이미 3년 전부터 기미를 보였고, 지난해부터 본격화되는 모습이었다. 서울권에서 고려대 구로병원, 한양대병원, 인제대 상계백병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2년 연속 전공의를 뽑지 못했다. 내년부터는 고년차만 남아있게 된 셈. 경기도와 인천에 있는 인하대병원, 분당차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역시 2년 동안 전공의를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이대목동병원, 가천대 길병원,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은 3년째 전공의를 뽑지 못했고 4년차만 남게 된 상황.
지방 수련병원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충남대병원, 한림대 춘천성심병원도 3년 연속 전공의를 뽑지 못하고 있으며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동아대병원 역시 2년째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다.
소청과학회는 일찌감치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학회 이름을 '소아과'에서 '소아청소년과'로 바꿨다. 내년도부터는 수련 기간도 3년제로 단축하면서 반전의 기회를 꾀하고 있다.
소청과학회 김지홍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은 "의사로서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저출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대학에서도, 개원도 불안해진 상황"이라며 "이대로만 간다면 소청과는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 몇 곳만 제대로 기능을 하고 지방은 3차 병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쪼그라들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개원가는 지역사회에서 소아청소년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주치의 개념을 정착시키고 3차 병원에서는 소아 중환자, 응급, 신생아 영역에서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수련 기간을 단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현재 개원과 병원에서 일하는 소청과 의사의 분포가 8대 2 수준인데 이를 역전시켜 4대 6까지는 만들어야 한다는 게 김 이사장의 장기적인 플랜이다.
다만, 학회의 방향에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빠른 시일안에 따라와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김 이사장은 "소청과 전문의로서 1차 의료 영역에서 단순히 감염병 치료 등을 하는 게 아니라 소아청소년의 발달상황을 관리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라며 "물론 여기에 보상은 따라야 하고 심층상담 수가가 바로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련병원은 전담 전문의제도를 도입해 소아 중환자, 응급, 신생아에서 양질의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 이번 기회에 아예 전문의 중심의 진료로 질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라며 "정부 예산은 물론 지방재정을 투입해 소아청소년 전담전문의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 내년 초에라도 정부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