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 코어라인소프트 등 상장전부터 1000억원대 모아 밸류만 수천억원대 육박…휴이노 등도 가파른 성장세
4차 산업 혁명의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의료기기 기업들이 벤처캐피탈 등 투자사들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규모를 키워가고 있다.
지난해 전체 시드 투자 규모의 3분의 1 이상이 의료기기에 몰렸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뭉칫돈을 모으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상장전부터 많게는 1천억원이 넘는 자금을 확보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16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루닛과 코어라인소프트 등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들이 상당한 규모의 투자금을 모으면서 눈에 띄게 규모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경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역시 의료 인공지능(AI) 분야의 대어로 꼽히는 루닛이다. 이미 상장 전 투자유치(Pre-IPO) 단계까지 온 루닛은 이미 1천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금을 모아 놓은 상태.
루닛을 실제로 지난달 말 진행된 Pre-IPO에서만 720억원의 투자금을 모으는데 성공했다. 불과 몇 달 전인 7월 미국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가던트헬스로부터 300억원을 유치한 지 4개월만에 700억원대 자금을 모으며 올해만 1천억 이상의 투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누적 투자금을 봐도 사실상 상장 기업의 수준이다. 시드 투자 모집에 들어간 지난 2015년과 2016년 시리즈A에서만 58억원을 모았고 2018년과 2019년 시리즈B를 통해 218억원, 2019년 시리즈C(트랜치A) 300억원, 2021년 시리즈C(트랜치B)를 잇따라 진행하며 300억원을 유치했다.
여기에 가던트헬스로부터 받은 투자와 Pre-IPO로 모은 자금을 합치면 총 누적 투자 금액은 1600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러한 연이은 자금 유치에도 특징이 있다. 바로 초기 투자에 참여한 카카오벤처스, 미래에셋벤처투자, 레전드캐피탈(Legend Capital), 소프트뱅크벤처스(SBVA), IMM 인베스트먼트 등이 계속해서 투자금을 늘려가며 후속 투자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초기 투자로 상당한 밸류를 만들어냈음에도 더욱 더 값이 비싸지는 후속 투자까지 이어갈 만큼 투자금 회수(EXIT)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설정한 보호예수 기간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베팅하지 않는다면 보통 상작 직후 엑시트 전략을 고민하지만 루닛은 투자사들 대부분 상장 후 1년간 보호예수(의무보유 확약)를 걸었다.
국내 벤처캐피탈 등도 대부분이 의무적 보호예수 1개월에 자발적 보호예수를 더해 총 6개월간 보호예수를 진행한다. 상장 후에도 그 밸류가 지속해서 상승한다는데 베팅을 한 셈이다.
루닛과 함께 의료기기 대어로 꼽히는 코어라인소프트와 휴이노 등도 막대한 자금을 빨아들이며 눈에 띄게 규모를 확장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 기업인 코어라인소프트는 올해 국내 벤처캐피탈에서만 27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상태. 또한 지난달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A·A로 통과하며 청신호가 켜졌다.
국내 1호 규제 샌드박스 모델로 알려진 휴이노도 수백억원대 자금을 모으며 몸집을 키우고 있는 상태다.
2016년 시드 투자로 미래에셋캐피탈 등에서 27억원을 투자받은 뒤 식약처 허가를 받은 2019년 신한캐피탈, 시너지아이비투자, 데일리파트너스 등으로부터 83억원의 추가 투자를 받은 휴이노는 지난해에만 200억원을 모으며 그 밸류를 인정받았다.
여기에 최근 루닛과 마찬가지로 Pre-IPO를 통해 KTB네트워크, SL인베스트먼스 등을 신규 투자자로 맞아들이며 5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확보한 상황이다. 총 누적 투자금액도 800억원에 달한다.
휴이노도 지속적으로 팔로우온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루닛과 같이 초기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휴이노의 성장에 베팅 금액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휴이노는 초기 투자로 들어온 유한양행과 신한캐피탈 등이 계속되는 시리즈 투자에 참여하며 투자 금액을 늘려오고 있다.
A벤처캐피탈 임원은 "사실 지난해 국내 VC(벤처캐피탈) 출자금의 거의 절반은 헬스케어 섹터에 들어갔다고 할 만큼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뭉칫돈이 몰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그만한 언급한 기업들 정도의 밸류를 가진 기업들은 사실상 한정적인 것이 사실이며 섹터 자체의 밸류가 너무 고평가되고 있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오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