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관 출신인 건강보험공단 김동완 상임감사(60)는 취임 6개월 만에 앞으로 남은 1년 반의 임기 동안 '감사로서' 수행해야 할 계획을 짰다. 이제 실행만 남았다.
김 감사는 가톨릭관동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검찰 수사관으로 공직을 시작했다. 30여년 동안 대검찰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춘천지방검찰청, 수원지방검찰청에서 수사과장 및 인사팀장 등을 역임했다. 인사·수사·감사·징계·소청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그야말로 감사 업무에 특화된 적임자다.
그의 이력은 건보공단 내외부에서 톡톡히 역할을 하고 있었다. 내부 감사를 통해 비위가 적발된 직원을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는 것부터 불법 사무장병원 적발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특사경법안 필요성에 대해서도 보다 높은 이해도를 갖고 적극 대외적인 설득에 나서고 있다.
김동완 감사는 "불법 사무장병원 적발 등도 직접적인 감사의 업무는 아니지만 건보공단에 몸을 담은 만큼 한 편이 돼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사무장병원은 사건이 소위 따끈따끈할 때 수사에 착수해 재산을 가압류하고 환수 등을 해야 하는데 긴급성, 주목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니 후순위로 밀려나는 실정"이라며 "건보재정 건정성 강화 측면에서 즉각 수사를 해야 한다. 신속하게 편취금을 확보하고 수사를 통해 불법 사무장병원의 재산을 보전이라도 해야 될 것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그는 2년의 임기 동안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 ▲건강보험료 징수, 부과, 지급 관련 서비스 제도 고도화 ▲조직 업무역량 강화 ▲감사실 체계 고도화 등 총 4가지의 계획을 설정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 강화를 위해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감사는 "몇 년 뒤에는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된다는 언론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라며 "건보공단은 국민이 낸 보험료와 세금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체계적, 객관적으로 운영해 신뢰받는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강보험 재정 편취, 허위청구 등을 사전 차단하는 시스템을 감사실에서 만들어 시행되도록 할 수 있다"라며 "기존에 있는 건강보험 재정이 건보공단의 각종 사업 집행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집행이 되고 있는지, 불필요한 예산 지출은 없는지도 감사의 영역"이라고 전했다.
공공기관 최대화두 '이해충돌방지법' 안착 최우선 과제
감사 업무에 돌입한 지 반년, 그에게도 '부담감'은 있다. 공기업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7년 연속 1등급을 받았고, 이 성적을 올해도 유지해야만 한다는 부담감이다.
그는 "사실 (평가 결과를 유지해야 한다는) 걱정이 많다"라며 "성과를 달성하는 것보다 유지하는 게 훨씬 어려운 것 같다. 내년에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20주년을 맞아 체계도 대폭 바뀔 것이기 때문에 평가 기준에 부합하는 결과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내년 5월부터 시행될 이해충돌방지법의 안착도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LH사태 이후 8년간 국회에서 표류하던 이해충돌방지법이 지난 4월 통과했고, 법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있는지 각종 평가에 반영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법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자체감사를 통해 내부 규정에 이해충돌 관련 조항을 추가했다. 행동강령책임관인 감사실장이 전국을 순회하며 각 부서장인 분임행동강령책임관에 대한 이해충돌방지법 교육도 선제적으로 실시했다.
내년에는 감사실 청렴감사부 안에 이해충돌방지 전담팀을 구성할 예정이다. 전담팀에서는 이해충돌 사례를 적발, 내부적으로 적극 공유할 예정이다.
건보공단 역시 내부 정보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다. 장기요양인정 조사에서 부모나 친인척이 대상자라면 보다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할 수 있다. 실제 장기요양인정부 내부 감사를 실시했더니 이해충돌 사례가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해당 직원은 내부적으로 징계 조치를 받는데서 끝났지만 내년부터는 형사적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김동완 감사는 "문제가 있으면 재발을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감사를 통해 직원에게 징계를 내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제도를 개선해 조직을 보다 투명하게 만들어서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감사의 임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