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calTimes
  • 정책
  • 제도・법률

문케어 설계자 김용익 떠난다..."보험자 역할 확대했다"

박양명
발행날짜: 2021-12-20 05:45:55

28일 퇴임식 예정…전문가 영입해 전문성 강화에 총력
비급여 관리 조직 구성‧적정수가 실현 위해 한 발짝

비급여의 급여화, 일명 문재인 케어의 시작과 마무리의 중심에 있는 건강보험공단 김용익 이사장. 3년의 임기에다 1년을 더, 총 4년 동안 건보공단 수장으로 몸담으며 새로운 역사를 썼다.

아직 차기 이사장은 감감무소식이지만 오는 28일에는 김용익 이사장의 퇴임식이 예정돼 있다.

건보공단 김용익 이사장은 오는 28일 퇴임식을 가진다.
김용익 이사장은 비급여의 급여화, 일명 문재인 케어의 설계자다. 4년 동안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재임하며 문재인 케어 실행을 최일선에 해왔던 만큼 '보험자'의 역할을 보다 확대했다는 평가를 내외부적으로 받고 있다.

김용익 이사장은 취임 초기 전문가 영입에 공을 들였다. 강청희, 이상일 등 전문 의료인을 급여상임이사에 임명하는가 하면 의사출신인 박종헌 실장을 급여전략실장, 빅데이터운영실장 등에 전진 배치했다.

의사를 비롯해 약사, 회계사, 간호사, 수사관 등의 채용을 확대하며 건보공단의 전문화를 계획했다. 다만 건보공단 조직의 경직성, 공공기관 급여수준의 한계 등으로 전문직 채용이 그의 바람처럼 원활하게 이뤄지지는 못했다.

문재인 케어 실현을 위해 '비급여' 관리도 나섰다. 비급여 보고 의무화 확대에 대비해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고시 개정 및 비급여 자료 표준화, 전산시스템 구축 등 제도 조기정착을 위한 준비를 한창하고 있다. 비급여의 급여화 과정에서 정부가 의료계에 약속했던 '적정 수가' 실현을 위해 병원경영 전문가인 이해종 교수를 건강보험연구원장으로 임명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건보공단은 건강보험 재정에서 23%를 차지하는 약가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급여전략실 안에 있던 조직을 독립시켜 약가관리실을 확대하며 약가협상 등 약가제도 전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

의대교수, 국회의원 시절부터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철학이었던 것만큼 대국민 캠페인도 다양하게 진행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악수 보다 목례라는 캠페인도 새롭게 진행했다.

김용익 이사장은 2017년 12월 건보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당시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의 김용익 이사장 임명장 전달 모습.
이 같은 전문성 확보와 역할 확대 움직임은 내부에서도 긍정 평가가 나왔다. 건보공단이 단순히 건강보험료 징수 및 요양급여비 지급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이라던 인식을 바꿨다는 이유에서다.

건보공단 한 고위 임원은 "건보공단이 보건의료 전반에 대해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라며 "공급자 단체와 소통하는 기획도 늘었다. 대립 상대로만 느꼈던 공급자 측에서도 김용익 이사장의 임기가 끝났다는 데 서운해하는 의견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임원도 "급여가 되는 부분에만 관심을 가졌다면 비급여, 원가분석 등 보다 폭넓은 분야에서 보험자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보험자가 전문 조직이라는 인식을 내부적으로도 갖게 됐다"고 전했다.

물론 4년의 임기 동안 부침도 겪었다. 보편적 보장성 강화 방침에 따라 상대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자 등은 소외를 겪어야 했고 이에 대한 비판은 고스란히 들어야 했다. 비급여의 급여화와 함께 약속했던 '적정수가'에 대한 약속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한 공급자단체 임원은 "정부는 해마다 건강보험료를 3% 이상 올리겠다가 약속했지만 전혀 지키지 않았다"라며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정부의 약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정수가 보전이 이뤄질 수 있었겠나"라고 반문했다.

임기 말에는 건보공단 콜센터 직원 정규직 전환을 놓고 노-노 갈등을 겪어야 했다. 갈등을 잠재우기 위해 김 이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단식투쟁. 그럼에도 갈등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고, 김용익 이사장과 임원들은 전국 지사를 다니며 직원 설득에 총력을 기울였다.

건보공단 한 임원은 "김 이사장이 보건의료 전반에 대해 너무 많이 알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 빠른 속도를 업무를 추진하다 보니 따라가기 많이 버거웠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