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9개월 동안 불법 사무장병원 운영 부부 총 14억여원 타가 명의 대여료로 보증금 2000만원에 월 150만 또는 200만원 지급
의료법인과 의료생활협동조합의 이름을 빌려 병원을 차린 불법 사무장. 이들에게 이름을 빌려준 의료법인과 의료생협은 보증금 1500만원에 매월 150만~200만원을 대여료로 챙겼다.
의료인이 아니면서 의료법인과 의료생협 이름을 빌려 병원을 차린 불법 사무장들은 징역형을 받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부부 사이인 정 모 씨와 조 모 씨의 첫 사무장병원 설립은 의사 이름을 빌리는 데서 시작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H의원을 운영하다가 고용 의사가 그만두는 바람에 더 이상 의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됐다.
이들 부부가 선택한 방법은 의료법인의 이름을 빌리는 것. 의료법인 J병원 이사장에게 보증금 1500만원, 매월 150만원을 지급하고 의료법인 분원 형태로 H의원을 개설했다.
의사 1명, 간호조무사 2명, 물리치료사 2명 등을 고용해 진료실과 물리치료실을 구비한 후 '의료법인 J병원 H의원'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했다. 이들 부부는 약 40개월 동안 7억2836만원의 요양급여비를 타갔다.
그러다 의료법인 이사장이 "법인에 세무조사가 들어와서 압류가 될 수 있으니 일단 병원을 폐업하라"고 통보했고, 불법 개설된 H의원은 그렇게 문을 닫았다.
정 씨와 조 씨 부부는 이번에는 의료생협 이사장과 의기투합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사를 직접 고용해 병원을 운영하는 사무장병원 적발 사례가 많아지자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해 이사장직을 맡고 있던 K씨한테 S의료생협 명의를 빌리기로 했다.
K씨는 일시불로 1500만원, 매월 200만원을 받기로 하고 S의료생협 명의를 부부에게 빌려줬다. 불법 사무장 부부는 진료실과 물리치료실 등을 구비하고 의사 및 직원을 고용한 후 'S의료생협 H의원'이라는 이름으로 의료기관을 다시 개설했다.
약 2년의 시간이 지난 후 K씨는 불법 사무장 부부에게 아예 의료생협을 5000만원에 넘겨버렸다. 이에 남편 J씨가 의료생협 이사장을 맡으며 H의원을 운영했다. 부부 사무장은 S의료생협을 인수한 후에도 병원을 1년 더 운영했다. K씨가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던 27개월 동안 H의원은 4억7115만원의 요양급여비를 건강보험공단에게 받았다.
의료법인과 의료생협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불법 개설한 부부 사무장은 총 6년 9개월 동안 14억5302만원에 달하는 요양급여비를 챙겼다.
법원은 부부 사무장과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을 위반해 의료생협을 만든 K씨에 대해 징역 1년6개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K씨는 재판 과정에서 1억1500만원을 공탁해 놓은 게 크게 작용했다.
법원은 "사무장병원은 건전한 의료질서를 어지럽히고 국민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것으로서 사회적 위험성이 크다"라며 "특히 K씨는 소비자의 소비생활 향상 등 비영리 목적에 종사해야 하는 생협 제도를 악용한 것으로서 죄질이 좋지 않다"라고 판단했다.
또 "정 씨 부부는 당초 운영하던 사무장병원을 더 이상 영업할 수 없게 되자 거짓으로 설립된 의료생협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계속해서 사무장병원을 운영했다"라며 "의료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국민 건강 및 안전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라고 판시했다.
다만 불법 사무장이라도 이들이 운영한 의료기관에서는 실제 의사가 의료 행위를 했고, 급여비를 과다 청구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의료기관 운영을 통해 실질적으로 얻은 수익은 편취 금액 보다 크지 않은 점 등은 재판에서 유리하게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