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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거듭하는 의원급 재택치료…늑장 행정에 발목

발행날짜: 2021-12-30 05:40:56

내년 1월 중, 서울시 4개 구부터 스타트…단계적 확대 전망
일선 의료진들, 의원급 재택치료로 업무 부담 경감 예상

병원·보건소·응급실 일선 의료진들 사이에서 의원급 재택치료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9일 대한의사협회는 '재택치료 응급상황 대책 관련 좌담회'를 개최하고, 의원급 재택치료를 진행하는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의 진행 상황과 보건소, 응급실, 병원 등 의료기관 현황을 진단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기존에 운영하던 재택치료 모델에서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만큼 좀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겠다는 측면에서 의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만들게 됐다"며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의 개발 취지를 밝혔다. 이어 "다만 지자체와 함께 운영하는 모델이기 때문에 적극 협의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난 11월부터 준비한 모델을 아직까지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병원급 재택치료 모델을 가동하고 있다보니 일부 서울시 자치구는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되면 의원급 재택치료를 시행하자고 늑장을 부리고 있다는 것.

■의원급 재택치료 연이은 제동…자치구 행정 부담 우려 때문

실제 서울시의사회는 지난 13일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을 출범한 뒤 21일부터 환자 배정을 시작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청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어 27일부터 구로구부터 단계적으로 시작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번엔 서울시가 세부 운영 방안과 관련해 더 협의가 필요하다고 해 이마저도 지연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 재택치료는 내년 1월 중 4개 구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어느 구부터 시행할 지에 대한 윤곽은 아직이다.

이런 구청의 비협조는 의원급 재택치료로 행정 부담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시의사회는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각 구의사회에 행정 인력을 충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재택치료 응급상황 대책 관련 좌담회 현장.
박명하 회장은 "의료전달 체계에 맞춰 병원은 항체 치료제 주사 및 병상 확보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1차 의료기관이 만성질환 및 호흡기 질환 환자를 담당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입원대기 환자가 감소하긴 했지만, 오미크론 변이, 위드코로나에 대비하기 위해선 의원급 재택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재택치료관리 운영 단장을 맡고 있는 중랑구의사회 오동호 회장은 의원급 의료기관 서울형의 안정성을 강화를 위해 병원급 의료기관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환자 배정이나 야간 진료 백업, 이송·전원 시스템에 있어 2차 의료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는 것.

오동호 회장은 "보다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의원이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 중랑구는 이미 관련 연수 교육을 여러 차례 진행했고 30명의 회원이 참여한 지원단을 출범했다"며 "백업 시스템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 2차 의료기관과도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초구보건소 우선옥 소장은 코로나19 확진자가 7000~8000명에 달할 당시 병상 부족 문제로 보건소 의료진들이 겪었던 고충을 토로했다.

우선옥 소장은 "병상이 부족해 구급차를 출동 시켜도 산소 투여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 이어지는 등 어려움이 계속돼 직원들이 무력감과 피로도가 심각한 수준이었다"며 "현재는 상황이 나아졌지만, 위드코로나를 시행하면 이전 같은 상황이 재발할 수 있는 만큼 의원급의 재택치료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치구 보건소 입장에서 행정적인 부담으로 선뜻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위드코로나에 대비해 지금부터 이러한 진료 경험을 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선 의료진, 행정 부담 경감 및 위급상황 대책 강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병상 및 의료 인력 부족으로 환자 대응 자체가 불가능한 응급실 상황을 설명하며 의원급 재택치료로 만성질환 환자를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이로 인해 행정 업무에 추가적인 부담이 생기는 것은 방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형민 회장은 "병원급 재택치료와 의원급 재택치료는 조금 더 구체적인 목표를 가져야 하며 현재 의료체계가 완전히 포화 상태인 만큼 부담이 더 얹어져서는 안 된다"며 "원활한 해결을 위해 행정 지원 인력을 늘려야 하고 의원급 재택치료로 만성질환을 가진 환자에 대응해 응급실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의료원 표창해 응급의학과 과장은 의원급 재택치료로 병원의 업무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문제가 발생 시 해결 방안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된다고 촉구했다. 의원급이 담당한 재택치료자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최종적으로 치료하고 검사할 수 있는 연계 체계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

표창해 과장은 "현재 응급실에 방문한 재택치료자가 위중하지 않을 때 다시 자택으로 돌려보낼 수단이 없다"며 "이 같은 후속 문제에 대한 위험이 남아있는 만큼 의원급 재택치료 시행에 앞서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