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 신규 감염자의 80% 이상이 오미크론 변이로 확인됐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잡으면서 변이에 효과적인 백신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
상용화된 백신이 초기 우한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개발돼 델타, 오미크론 변이에서 효과가 무력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품목마다 누적 접종에 따른 효과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것.
예방률이 60~70%대에 머무른 백신을 부스터샷을 포함 3회 접종하는 경우, 예방률이 90%대의 백신을 3회 접종하는 경우, 교차접종하는 경우 등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어 효율적인 접종 품목 선택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특히 최근 부스터샷에서도 1~2차 접종 품목과 3차 품목을 달리하는 교차접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나오면서 부스터샷 최적화 전략 모색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현재까지 나온 품목별 예방 효과 내용을 정리했다.
▲초기 예방률 높은 백신, 변이에도 두각
상용화된 백신은 크게 바이러스 벡터, mRNA, 유전자 재조합, 사백신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품목은 바이러스 벡터를, 화이자와 모더나 품목은 mRNA 방식을 활용한다. 예방 효과면에선 바이러스벡터 방식이 60~70%대에 그치는 반면 mRNA 방식이 90%대로 더 높다.
최근 국내에서 정식 승인을 얻은 노바백스는 유전자 제조합 방식으로 약 90%의 예방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백신 접종 완료 이후의 돌파감염 사례 및 변이가 발생하면서 백신 품목별 효과 차이가 있다는 연구들이 줄 잇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델타 변이에서 접종 2회 기준 화이자 백신의 예방률은 80%, 아스트라제네카는 67%에 그쳤다. 유럽 연구에선 아스트라제네카의 델타 변이 예방률이 20%대로 하락했으며 화이자 대비 아스트라제네카의 돌파감염 발생률은 3배에 달했다.
작년 12월 미국 CDC의 발표에 따르면 백신 미접종자의 감염은 10만명당 451명, 백신 접종자는 134명, 부스터샷 접종자는 48명로 줄어든다. 사망자 역시 미접종자의 경우 10만명당 6.1명, 접종자는 0.5명, 부스터샷 접종자는 0.1명으로 줄어든다.
연구마다 예방률 차이에서 소폭 차이가 존재하지만 접종 회수 누적에 따른 감염 위험·사망률 감소는 확인된 사실이다. 또 품목별 기전 등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90% 이상 예방률을 가진 mRNA 기반 백신이 오미크론에서도 상대적인 '강세'를 보인다는 것이 일관적인 견해다.
▲mRNA 기반 백신, 부스터샷에서도 강세
미국 CDC는 백신별 예방률에 대한 세 가지 연구를 진행했다.
선행연구는 작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0개 주의 병원과 응급실 그리고 긴급 치료 센터에서의 감염 사례를 조사했는데 화이자 또는 모더나 백신을 3회 투여한 후 백신 효능이 가장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 3차 투약은 델타 변이에서 응급실 방문 확률을 94%, 오미크론 변이에서 82% 감소시켰다.
두 번째 연구는 작년 4월 초부터 12월 말까지 25개 주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례와 사망률에 초점을 맞췄는데 부스터샷은 델타가 우세종인 시기뿐만 아니라 오미크론 감염이 증가할 때도 보호 효과를 나타냈다.
세번째 연구는 작년 12월 10일부터 올해 1월 1일까지 오미크론이 가장 활발했던 당시 미국 4600개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인 사람들을 조사했다.
분석 결과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3회 접종한 사람들은 미접종자에 비해 오미크론 관련 증상 질환에서 약 67%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를 근거로 CDC 백신자문위원회는 만장일치로 화이자 및 모더나 백신을 추천했다.
CDC는 얀센의 백신 역시 3회 접종 시 입원 및 사망 위험 감소에 효과를 보인다고 단서조항을 달았지만 예방효과 면에서는 mRNA 기반 백신 대비 떨어지는 것을 부정하긴 어렵다.
실제로 지난달 FDA와 CDC는 화이자 및 모더나의 부스터샷 시기를 5개월로 단축한 반면, 얀센의 부스터샷 간격은 2개월로 설정했다. mRNA 기반 백신의 변이 대응 효과가 5개월 유지되는 반면 바이러스 벡터 방식 얀센 백신은 2개월에 그친다는 뜻이다.
영국보건국에서 발표된 리얼월드데이터도 이를 뒷받침한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2차 투여 후 20주 후 오미크론으로부터의 증상 감염을 막는 데 약 10%의 효과밖에 없었지만 부스터샷은 증상 감염을 예방 효과를 최대 75%로 끌어올렸다.
뉴욕에서 발표된 자료도 비슷했다. 작년 10월~11월까지 델타 유행 당시 모더나 2회 접종자의 감염 비율은 10만명 당 75명, 화이자는 93.9명, 얀센은 107.5명으로 mRNA 기반 백신이 보다 효과적이었다.
다만 12월 이후 오미크론 유행 당시는 차이가 발생했다. 모더나는 221.6명, 얀센은 246.6명으로 모더나 백신은 최저 감염 발생율을 유지한 반면 화이자는 280.1명으로 발생율이 세 품목중 최고였다.
▲부스터샷도 교차접종 유리…시노백 이후 화이자 때 효과↑
접종 회수별로 백신 품목을 달리했을 때 나타나는 면역 반응 강화가 부스터샷에서도 재현된다는 연구가 최근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작년 6월 영국 옥스포드대학 연구진은 단일 백신 품목을 2회 접종하는 것 보다 1회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2회차는 화이자 백신을 접종했을 때 면역 반응이 더 강화되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지난달 21일 국제학술지 란셋에 공개된 연구(doi.org/10.1016/S0140-6736(22)00094-0)는 중국 시노백사가 개발한 불활성화 사백신 코로나박 2회 접종자가 이후 화이자나 얀센 백신을 접종할 경우 강력한 항체가 형성된다는 것을 밝혔다.
연구진은 코로나박 백신을 2회 접종한 1250명을 4개 그룹으로 나눠 각 그룹별로 얀센(ad26), 아스트라제네카(ChAdOx1), 화이자(BNT162), 코로나박을 3차 부스터샷으로 접종시켰다.
분석 결과 부스터샷 이후 28일까지 모든 그룹의 IgG 항체 농도가 모두 상승했는데 얀센의 경우 77, 화이자 152, 아스트라제네카 90, 코로나박이 12였다.
이와 관련 연구진은 "항체 농도는 코로나박 2회 투여 시 6개월에 걸쳐 낮아졌는데 세 번째 부스터샷 접종 이후 중화항체의 현저한 증가를 유도했다"며 "특히 부스터샷을 교차접종할 경우 더 강력한 면역 반응을 초래해 보호 효과를 강화했다"고 결론내렸다.
해당 효과는 백신 플랫폼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박은 불활성화 사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약독화시킨 것으로 사용한다. 선행 연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이후 백신을 접종할 경우 비감염자의 백신 접종 대비 상대적으로 강한 항체 형성이 보고된 바 있다.
다만 현재의 최적화 백신이 향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오미크론 전용 백신이 상용화될 예정이고, 오미크론 이후 우세종을 현재로썬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우주 백신학회 회장은 "현재 상용화된 각 백신들은 초기 우한 바이러스를 타겟으로 설계됐기 때문에 변이 발생에 취약하다"며 "오미크론 대응 백신이 나온다면 1년에 한번 접종만으로 적정 예방률을 유지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또다른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성립한다"고 강조했다.
백신별 예방률 효과 차이는 전용 백신 상용화 이후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상용화 당시의 우세종이 변화한다면 전용 백신의 무력화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화이자는 오미크론 변이와 싸우기 위해 재설계된 백신을 승인 신청하고 이르면 3월에 대량 생산 계획에 돌입할 예정이다. 모더나 역시 오미크론 전용 백신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