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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간호법 저지 본격화…10개 단체 비대위 발족

발행날짜: 2022-02-08 16:31:46 업데이트: 2022-02-08 16:51:02

법제정 시도하는 정부·정치권 자중 촉구…"논의 우선돼야"
의료인력 처우 개선 논의할 대통령직속 민·관협의체 제안

10개 의료단체가 간호단독법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축하고 공동 대응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8일 대한의사협회 등을 비롯한 10개 의료단체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을 개최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간호단독법이 논의되는 것을 규탄하며 이를 대선 정국에 이용하려고 하는 정부·정치권의 자중을 촉구했다.

10개 의료단체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현장

이날 발대식에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오미크론의 대유행 속에서도 대한간호협회와 국회는 국민건강을 담보로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간호단독법 제정을 시도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이 회장은 해당 법안이 간호사의 간호행위를 독점적·분절적으로 허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의사의 의료행위가 간호행위로 분류될 경우 무면허 간호행위에 해당돼 징역 5년 이하 또는 벌금 5000만 원 이하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것.

또 간호단독법이 의료법보다 우선적으로 적용돼 간호행위나 간호정책이 의사의 의료행위나 의료정책보다 우선시 된다고 꼬집었다.

이 회장은 "이 법에는 추후 간호사 단독 의료기관 개설을 위한 법적 근거를 제공하는 독소 조항이 들어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가운데 수고하는 보건의료분야의 다른 직역은 일체 배제한 채 오로지 간호협회에만 재정적 특혜를 주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병원협회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간호 업무의 질을 제고하고 간호사가 최적의 환경에서 일하기 위한 간호단독법 제정의 취지는 이해하나 이는 모든 보건의료인에 해당되는 과제"라며 "보건의료인의 처우 개선 문제는 보건인료지원법 등을 바탕으로 모든 직역이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다 좋은 서비스를 위해 보건의료인 간의 협력이 중요한 만큼 모든 직역이 반대하는 법안을 고집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치과의사협회 홍수연 부회장은 "치과에선 간호사가 일하지 않고 치위생사, 간호조무사가 일한다"며 "이들은 직역 상 의료기사기 때문에 여러 보건의료 업무에 참여할 수 없어 보건의료인으로 격상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이를 간호사가 가장 저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 단독 직역에 대한 법률보단 보건의료인 전체가 의료법이라는 우산 아래서 혜택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료법이 낡았다고 생각된다면 모든 직역을 아우르는 공중보건의료법을 먼저 만들고 간호법을 그 하위 항목으로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홍옥녀 회장은 "현재의 간호단독법은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왜곡하는 악법인 만큼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의료인의 처우개선 및 근무환경 개선과 같은 사안은 보건의료인력지원법을 통해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만약 간호단독법의 지속적인 제정 추진을 강행할 경우 우리 비대위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10개 의료단체 간호단독법 저지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 현장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김영달 회장은 "간호단독법은 간호사가 응급구조사, 의료기사 등 타 직역의 면허 범위를 침범하고 타 소수보건의료 직역의 존폐 자체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크다"며 "결과적으로, 의원, 장기요양기관, 보육시설, 사회복지시설에서 간호사를 의무 고용하게 돼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여러 보건의료인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노인복지법상 인력으로 간호사와 독립적으로 업무를 수행해 왔던 요양보호사는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이들 단체는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국회에 간호단독법을 졸속으로 강행 처리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특히 대선 정국에 휩쓸려 관련 논의가 포퓰리즘에 매몰될 우려가 있는 상황인 만큼 더욱 자중해야 한다는 것.

또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논의하기 위한 대통령직속 민·관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는 한편, 간협에 현행 보건의료 시스템에서 간호인력의 전문성과 권익을 찾을 해법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이필수 회장은 "지난달 보건복지부를 통해 의협, 병협, 간협, 간무협이 논의를 진행한 바 있는데 각 단체의 입장을 표명하기만 했을 뿐 협의와 관련해선 어떠한 진척도 없는 상황"이라며 "간호단독법 문제가 단기적인 논의로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를 합의해나가는 과정이 단체 간의 알력 싸움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들 단체는 당초 오는 13일 간호단독법 저지를 위한 궐기대회를 계획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센 만큼 이를 잠정 유보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