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필수 진료과 입원료 수가가산 폐지 방침에 의료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18일 개원가 취재결과, 메디칼타임즈의 ' '수가 살생부' 내과·소청과·정신과 입원 가산 폐지' 제목의 보도 이후 보건복지부와 의료단체를 향한 의료계 비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16일 복지부 주재 내과와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관련 학회와 자문회의를 열고 입원료 30% 수가 가산 폐지 방안을 논의 중에 있다고 보도했다.
복지부는 해당과 입원료 가산의 실효성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폐지와 수가 조정을 제안했으며, 이에 대한 보상으로 의료행위 수가 개선을 제시했다.
3차 상대가치개편을 통해 입원료를 손보는 과정에서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수가 가산이 높다고 판단돼 이를 삭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3차 상대가치개편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아 의료계가 혼란스러운 시기라고 진단했다. 입원료 가산 삭제로 인한 손해는 명확한데 보상은 구체적이지 않아 우려가 나오는 상황.
정신과의사회 신용선 보험이사는 "본과에 할당된 입원료 30% 가산이 연간 843억쯤 되는데 이를 어떻게 보존해줄지에 대한 논의가 아직"이라며 "보상에 대한 내용 없이 가산을 뺏어간다는 내용만 드러나다 보니 입원실을 운영하는 의사들은 황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정신보건법이 개정되면서 규제가 강화된 것에 이어 입원료 가산까지 사라지면 정신건강의학과 입장에선 입원실을 운영하기가 어려워진다는 것.
신 보험이사는 "특정과 입원료를 빼서 다른 과 입원료를 높이는 방식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만큼 다른 수가에서 이를 보존해줘야 한다고 본다"며 "아직 논의가 시작단계기 때문에 본회는 우선 복지부가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들어볼 방침"이라고 전했다.
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폐과를 고민할 수준으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입장이다.
소청과의사회 임현택 회장은 "기존에도 저출산 문제로 소청과 경영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객관적 지표만 가지고 상대가치개편을 논의하는 것은 탁상공론"이라고 꼬집었다.
소청과 의료기관 폐업률이 증가세고 전공의도 급감하는 추세인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 없이 기존 가산부터 삭제하겠다는 논의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해외 선진국들은 소아과 등 필수의료과를 살리기 위해 무조건적인 지원책을 펴고 있다"며 "소아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있고, 실제로 의료기관이 없어 사망하는 소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성만 따지는 논의는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의료전달체계 왜곡 및 의료 자원 불균형으로 인한 우려도 나온다. 민초의사연합은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가 3차 상대가치개편을 주도하면서 의료 보험 재정의 추가 부담 없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재정을 재단하려는 움직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물가·인건비 상승 및 의료 질관리를 위한 비용 지출이 상당한데 정부는 관련 피해를 의료기관에 전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떠나 미용분야 진출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
민의련은 "정부가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모든 국민이 누리도록 노력하려면, 필수의료 분야를 더욱 지원하고 활성화해야 한다"며 "낮은 수가에 대한 개선 없이 필수의료 관련 과를 억압한다면, 정부가 바라는 선진 의료 체계 구축은 요원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