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오미크론 대응체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응급실 등 일선 현장에선 과밀화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오미크론 대응 의료체계가 안정적으로 관리 중이라는 정부 발표와 관련해 일선 현장의 어려움을 파악하지 못한 낙관적인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정책브리핑을 통해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의료대응체계 역시 이에 대비해 관리 가능 범위 내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응급실 현장에선 코로나19 증상이 있는 응급환자들이 몰려 발생하는 과밀화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오미크론 대응이 재택치료 참여기관 확보에만 집중되는 등 응급상황에 대한 준비가 미흡하다는 것.
실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코로나19 상담·처방 가능 의료기관은 전국 7583개소다. 반면, 응급의료기관은 전국 300여 개소에 격리병상은 1000개 수준이다.
이와 관련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유증상 응급환자가 늘어나면서 역량이 안 되는 응급실에 무차별적으로 배정돼 현장 혼란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응급치료를 해도 후속치료를 진행할 의료기관이 없다. 중증병상 배정을 신청해도 몇 시간에서 수십 시간까지 대기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복지부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응급실 과밀화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코로나 응급환자 전담 응급센터를 확보해 분만·소아·투석 환자 병상 확충 등 응급·특수환자 의료대응체계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과밀화 개선방안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방안은 코호트 격리구역 등 응급실의 일부 구역에서 유증상자 및 중위험군 환자를 진료하고 음압격리실은 코로나 확진 환자에게 우선 배정하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격리병상 부족, 환자 이송지연을 줄이기 위한 졸속대책일 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으며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도 어렵다는 것.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지난해 말부터 의사회 차원에서 대책마련을 건의했지만 유의미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응급실 과밀화 문제 개선 방안에 현장의 목소리가 담기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앞서 응급의학과의사회는 대유행에 대비해 현장 전문가 자문단체를 구성하고, 응급실 음압격리실 확대, 감염병 대응능력을 향상시킬 장기적 계획마련을 촉구한 바 있다.
현재 마련된 대책은 응급실 음압격리실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늘리겠다는 취지인데, 이는 이어지는 입원·검사·수술 등 후속조치가 어려운 경우 입원·이송대기 말고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것. 결국 입실 만 가능할 뿐 별다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대책이고, 의료진의 업무와 책임만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갈 데 없는 응급환자들을 무조건 응급실에 밀어 넣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정부당국과 유관기관은 지금이라도 성실하고 책임있는 답변과 행동을 해야 하며, 현장 전문가들과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는 "코로나19 환자를 아무 응급실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응급시설을 갖춘 분만·소아·투석 의료기관으로 보내야 한다"며 "일반 응급실의 코로나19 확진자 진료를 늘리는 것은 하는 것은 감염이 안 된 응급환자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의사회는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으로 ▲코로나19 확진자 입원·수술 시 응급실 거치지 않고 바로 입원 ▲PCR검사 역량 향상을 통한 응급실 순환대책 향상 및 중환자 이송대책 논의 ▲응급재택환자 방문 가능 응급실 확충 ▲현장 전문가 구성 논의체 통한 중장기적 계획 마련 ▲응급의료진 감염·격리 관련 손실보상 및 안전대책 마련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