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대유행 장기화 여파로 제약사들이 의사 대상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과거부터 운영되던 의료 전문 포털의 존재감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제약사들이 기존 의료 전문 포털의 시스템을 활용해 온라인 플랫폼을 새롭게 구축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기업 간 거래(Business to Business, B2B) 방식의 실제 효과를 두고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공존하고 있다.
8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현재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에 뛰어든 제약사를 모두 합하면 25개 안팎이다. 여기에 제약사 외 기존 의료전문 플랫폼 기업들까지 합하면 30개가 넘어서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암젠에 이어 에자이 등 외국 글로벌 제약사까지 온라인 플랫폼 시장에 가세했으며, 같은 시기 국내 제약사는 보령제약과 동아에스티가 신규 오픈 혹은 리뉴얼 방식으로 자체 플랫폼을 새롭게 마련했다.
여기에 올해 초 대원제약도 후발주자 성격으로 의사대상 온라인 플랫폼(D‧Talks, 디톡스)을 구축하고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는 동시에 언제 대유행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외에는 영업·마케팅 대안이 없어지자 각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제약사들에게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바로 의사 회원 유치다.
의사 회원이 많을수록 자사 품목의 영업·마케팅 효과가 더욱 힘을 받는데다 제품설명회 등 프로모션 등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한 후 단 시간 내에 만족할만한 의사 회원을 구축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한내과의사회 임원인 서울의 A내과 원장은 "방문하는 제약사 영업사원마다 자체 플랫폼 회원 가입과 온라인 제품설명회 시청 요청은 꼭 하고 간다. 코로나 대유행 시기가 지나면서 훨씬 많아졌다"며 "결국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병용하는 영업 형태가 트렌드가 됐다. 다만, 제약사 간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면서 실제 처방에 실제 큰 도움이 돼야 하는지에 대해선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최근 제약사들은 기존 의료전문 포털과 협력해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업무 협력을 통해 기존 의료전문 포털과 연결, 이들이 보유한 의사 회원을 자체 플랫폼 오픈 초기부터 활용해 온라인 영업‧마케팅을 벌이는 방식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사들 중 동아에스티와 대원제약 등이 해당 방법을 택한 뒤 대대적인 온라인 영업‧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반면, 보령제약은 기존 업체와의 협력이 아닌 자체 회원 모집방식을 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사 임원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는 영업 방식이 대세가 되는 동시에 자체적으로 보유한 회원 수가 제약사 경쟁 속 가치를 증명하는 표본이 됐다"며 "이에 기존 의료포털과의 협력해 의사 회원정보를 연동하는 것이 대세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해당 방법은 제약사가 새롭게 플랫폼을 오픈하면서도 기존 업체들과 동등한 제품설명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이 강조된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제약사와 기존 의료포털과의 업무협력이 보편화되면서도 실제 효과를 두고선 '무용론'도 제기된다.
자체 플랫폼 구축과 의료포털 업체와의 협력에 수 억원을 투자했지만 정작 의사 대상 영업, 마케팅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 치는 것 같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 중인 B제약사 관계자는 "의료포털 업체와 업무협력을 통해 운영 중이다. 해당 업체 회원정보를 연동해 온라인 세미나 형식의 제품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제품설명회를 하고 난 뒤 시청한 의사들의 IP정보 등의 공유를 요청했지만 개인정보를 이유로 확인할 수 없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회원 연동을 통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의료포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실제 효과를 평가할 수 있는 잣대는 아직없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