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의 블록버스터 약물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연달아 출시되면서 처방 시장에서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임상 현장에서는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간 경쟁은 물론 바이오시밀러간 경쟁도 불가피한 만큼 누가 대학병원 등에 먼저 처방 코드를 넣는가가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8일 바이오산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제약이 이번 달부터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의 국내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플라이마는 지난해 10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으며 3월부터는 보건복지부 약제 급여 고시에 따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출시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아달로체까지 더해 휴미라 시장은 3파전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아달로체는 지난해 3분기 약 4억 원의 매출을 올린 뒤 4분기에 2배가량 오른 4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2021년 약 1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기대보다는 아쉬운 성적표지만 아직 처방코딩이 없는 대학병원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는 이보다 더 높은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를 실시하는 류마티스내과 A 교수는 "아달로체가 처방권에 진입했지만 실질적으로 처방이 가능한 병원은 아직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조금씩 처방 경험이 늘고, 처방가능한 병원이 늘어난다면 작년보다는 사용이 늘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아이큐비아 자료 기준 지난해 휴미라의 매출은 약 911억 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부터 2017년 695억 원 ▲2018년 855억 원 ▲2019년 962억 원 ▲2020년 1040억 원 등으로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바이오시밀러 등장에 따른 약가인하 타격이 매출에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실제 휴미라의 지난해 매출을 분기별로 살펴보면 1분기 275억 원을 기록한 뒤 2분기 206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이후 3분기 211억 원, 4분기 219억 원으로 비슷한 매출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국내 약가구조상 바이오시밀러가 가진 큰 강점 중 하나인 가격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점은 후속 주자인 아달로체와 유플라이마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애브비가 휴미라의 약가 인하를 수용하면서 기존 41만1558원인 휴미라40mg의 보험 상한가가 28만8091원으로 인하된 상황.
바이오시밀러인 아달로체40mg의 경우 기존 휴미라 보험급여 상한가의 59% 수준인 24만4877원으로 설정돼 있다. 유플라이마 역시 마찬가지의 가격이 설정돼 있다.
여기에 국내 환자들이 건강보험 산정특례를 적용받아 부담하는 비용의 차이는 몇 천 원 정도에 불과해 바이오시밀러의 장점에 대한 체감정도가 적다.
휴미라의 약가인하를 기준으로 했을 때 휴미라와 바이오시밀러의 약가 차이는 43214원. 산정 특례 적용 시 실제 환자들이 부담하는 약가 차이는 약 4400원 수준으로, 휴미라의 표준 용법에 따라 2주 1회 투여할 경우 한 달 약가 차이는 약 8800원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이상헌 회장(건국대병원)은 "의사 입장에서는 오리지널 치료제를 잘 사용하고 환자가 불만이 없는 상황에서 치료제를 바꾸는 것은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며 "환자 예후에 차질이 없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도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경우는 잘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강상범 교수 역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했지만 국내 약가 정책상 실질적으로 환자가 부담하는 가격 차이는 거의 없다"며 "아달로체가 국내에서도 어떻게 임상데이터를 쌓아가는지가 앞으로 처방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즉, 현재로서는 휴미라에서 아달로체와 유플라이마를 굳이 쓸 이유가 없다는 의미. 그럼에도 임상현장은 새롭게 등장한 옵션인 만큼 신규환자에게는 사용 경험을 늘려갈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제약사가 제품의 장점을 어필하는 부분 보다 실제 임상현장에서 느끼는 부분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며 "처방이 늘고 환자예후나 경험이 피부로 느껴지면서 좋은 옵션이라고 확인을 갖는데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간 경쟁 불가피…에피스‧셀트리온 차별점은?
결국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가 시장에 2종류가 등장했지만 당장에 휴미라가 가진 영역을 가져오기 보다는 신규환자를 대상으로 바이오시밀러간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유플라이마의 경우 주사액을 기존 대비 절반으로 줄이고 다른 바이오시밀러에 포함된 '시트르산염(Citrate, 구연산염)'을 제거해 제형개선이 이뤄졌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유플라이마는 고농도 제형으로 주사액을 절반가량 줄이다보니 환자 통증이 적은 차별화된 강점을 갖췄다"며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의 필요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는 고농도 제형이 임상현장에서 환자에게 투여할 치료제를 결정하는 과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상급종합병원 류마티스내과 A교수는 "고농도로 주사액이 적게 들어가면 환자 입장에선 덜 아플 수도 있지만 큰 차이를 주는 요소는 아니다"며 "시트르산염을 제거의 경우 통증이 줄어들고 휴미라 계량버전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시밀러간 경쟁에서는 그런 요소보다는 임상 경험과 데이터가 주는 차이가 가장 크게 작용 할 것"이라며 "아달로체와 유플라이마가 유럽 상황이나 국내 임상 정도도 다른 것으로 알고 있어 이런 점이 추후 결정에도 작용하게 될 것으론 본다"고 전망했다.
대학병원 치료제 허가 변수…시밀러 양자 택일 가능성도
또 전문가들은 의료현장의 판단 못지않게 각 대학병원에서 내리는 결정에 따른 영향도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일례로 일부 대학병원은 한 성분에는 한 가지 치료제만 두거나 관리의 문제로 오리지널 치료제와 바이오시밀러 치료제 하나씩만 허가해주는 경우가 있다는 것.
경기도 소화기내과 B 교수는 "의사 입장에서는 결국 치료제가 들어와야 처방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치료제가 없다면 처방도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며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처방경쟁도 제형의 차이보다 이런 부분이 더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즉, 병원 내부 사정이나 관리 등을 이유로 모든 병원에서 아달로체와 유플라이마를 모두 처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두 바이오시밀러 중 일부만 처방리스트에 올릴 수 도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된다면 먼저 시장에 진입해 처방코드를 확장하고 있는 아달로체가 시장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B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시밀러가 국내에서 자리 잡으려면 단순히 가격적인 부분보다 주사를 놓기 편하고 통증이 덜하다는 등 실질적인 편의를 체감할 수 있는 게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