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기준 확진자 수가 30만 명을 넘었고 재택치료를 받는 확진자는 15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돼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 확대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감염병 전담병원이자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에 근무하며 현장에서 재택치료 관리에 직접 참여했던 의사로서 재택치료의 경험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모든 확진자에게 생활치료센터를 포함한 입원치료를 적용해왔다. 이어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시행 후 모든 확진자의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난 10일부턴 오미크론 변이 특성에 따른 확진자 폭증으로 집중관리군만 재택치료 대상이 되는 새로운 재택치료 체계 개편안이 도입됐다.
외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재택치료 원칙으로 대응한 것에 비해 뒤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 일선 현장에서도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고 자세한 내용의 재택치료 가이드라인이 배포되면서 폭증하는 코로나 환진자에 대한 지속 가능한 의료대응체계로 자리잡고 있다.
현재 본인이 근무 중인 병원은 지난해 10월 21일부터 발 빠르게 재택치료 관리를 시작했고 이후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같은 해 12월 1일부터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주변 지자체와 협력병원 협약을 통해 재택치료 대상자를 등록하고 있으며, 보건소가 보내온 신규 대상자 리스트를 의사가 검토해 등록을 승인하고 병원 EMR에 접수되면 건강 모니터링이 시작된다. 전담팀에는 건강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간호사 24명,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원무 직원, 의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의사직은 기존 진료 업무와 병행하는 식이다.
관리 인원은 지난달 7~13일간 일평균 997명에 하루 최대 1179명이었고, 증가세가 심해지면서 집중관리군만 재택치료 대상이 되면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상근직 포함 간호사 24명이 3교대로 근무하며 24시간 상시 모니터링 및 상담을 실시하고 있다. 야간과 주말에는 병원 당직전문의 의사 2명이 관리에 참여하고 있으며 당번 약국이 있어 야간에도 비대면 진료 및 약처방이 가능하다.
간호사가 1일 2회 건강 모니터링을 시행하면 그 내용을 생활치료센터 진료지원시스템 입력한다. 의사는 그 내용과 환자가 자가 입력한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등의 정보를 참고해 비대면 진료, 격리해제 여부 결정 등의 업무를 하게 된다.
건강 모니터링은 전화 통화로 진행되며 통화가 3회 이상 안 되는 경우 보건소에서 재택 장소를 직접 방문해 환자 상태를 확인한다. 비대면 진료도 보통 전화 통화로 하고 필요시 화상 진료를 시행한다.
진료 내용 기록은 건강 모니터링과 마찬가지로 의사가 진료지원시스템에 입력하고 병원 EMR에도 기록을 남긴다. 먹는 코로나 치료제 등 약 처방이 있는 경우 팩스를 통해 처방전을 약국으로 전송하며 처방약 보유 여부에 대해 필요시 약국과 소통한다. 입소 첫날, 5일째 정신건강평가를 실시해 고위험군은 지역사회 정신건강복지센터로 연계하여 심리상담을 받도록 한다.
비대면 진료 후 추가로 대면 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단기외래센터나 응급실 방문 등 환자에게 관련 안내를 제공한다. 입원이 필요한 경우 모니터링 간호사, 의사, 지역 보건소, 중앙사고수습본부 병상배정팀으로 구성된 응급 핫라인을 통해 병상 배정을 요청한다. 주로 단체 메신저 창에서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병상 배정, 이송 등의 요청이 이뤄진다.
예정된 격리 해제 1일 전에 간호사가 격리해제 예정자 리스트를 의사에게 전달하면 환자가 자가입력한 정보, 임상증상, 모니터링 내용 등을 종합해 의사가 격리 해제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필요시 격리 해제를 보류하고 모니터링을 지속하도록 하고 있다.
재택치료 관리를 하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부분과 관련 제언을 하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재택치료는 환자가 앱을 통해 건강상태 및 증상을 스스로 입력해야 하는 체계다. 하지만 최근 재택치료 대상자 중 고령자가 많아 앱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청력저하 등의 이유로 의사소통에 제약이 있어 초회 모니터링에 많은 시간이 할애되고 있다.
이는 건강 모니터링 간호사들의 업무 로딩 증가로 이어지며 모니터링 내용의 질적 저하, 비대면 진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의 건강상태 자가입력 방식에 대한 다른 대안이 필요하겠다.
건강 모니터링과 비대면 진료시 의사 결정 과정에서 환자가 자가 입력한 체온, 맥박, 산소포화도 정보와 함께 현재 상태에 대한 자세한 문진이 필요하겠다.
일반적인 코로나 증상, 응급실 방문과 입원치료의 적응증에 대한 의료진의 지식이 및 임상 경험이 중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재택치료 질관리를 위해 재택치료 관리 의료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인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 보건소, 지역의사회, 지역거점병원 간의 긴밀한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며 정기적인 회의를 통해 코로나 관련 지식의 업데이트, 변경된 정책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으면 한다.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며 재택 키트 배송 지연, 민원 응대 지연 등 보건소 행정 업무에 차질이 생기고, 이로 인해 확진자가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으로 전화하여 행정 관련 문의 및 항의를 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 모니터링 및 진료의 역할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에 민원 응대의 업무가 추가되는 것이다. 이미 보건소에서 관리 가능한 인원을 초과하는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다.
그나마 집중관리군만 재택치료 대상자로 정책이 수정되며 보건소 업무량이 줄었으나 여전히 확진자의 모든 민원을 보건소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상황이다.
불필요한 행정력 소모가 있지는 않은지 검토해보고 필요하다면 다른 기관이나 단체로의 업무 분산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마지막으로 재택치료 관리 정책은 단순히 원격진료의 초기 형태가 아닌 다양한 역할의 직원 협업과 경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스템이다. 기존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소규모 의원급에서는 인력 및 자원부족으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별로 코로나 재택치료 관련 의료기관 행정 업무를 담당하는 지원 조직을 두고 의료기관 간 인력을 공유해 의료진은 환자의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영국, 싱가포르, 미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자가격리자를 대상으로 가이드라인만 제공하고 모니터링을 위한 별도의 행정력을 투입하지 않다. 반면 우리나라 재택치료 관리는 대상자에 일대일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 환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증상 악화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을 가진 것이다. 관련 자원을 잘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한다면 대규모 확진자를 관리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대응체계의 좋은 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