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간호사를 포함한 의료계 전 직역 처우개선을 위해 간호법이 아닌 다른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대한의사협회 박수현 대변인은 간호단독법 제정에 반대하는 10개 단체의 국회 앞 1인 시위에 참여해 간호단독법의 문제와 우려사항을 전했다.
박 대변인은 "환자를 살리고 치료하는 일은 의료계 내 특정 직역이 아닌 모든 직역의 협업과 조화를 통해 가능하다"며 "의료진이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르게 되면 결국 환자의 피해만 커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1인 시위에 참여하게 된 이유로 의사들이 간호사의 처우개선에 반대하고 있다는 오해를 풀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간호사는 불규칙한 교대 생활로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일상이 너무나 흔하고, 이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어야 환자 건강 또한 지킬 수 있어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간호단독법이 해답이 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 대변인은 "간호사 처우개선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의 수단이 될 근로환경 개선, 수가 인상 등 다른 방안들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하지만 다른 직역과의 소통 없이 단독으로 법을 제정하는 것은 부당하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단독법의 문제로 면허제도 근간의 현행 보건의료체계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꼽았다. 이 법안은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가 아닌,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변경해 간호사 단독으로 진료할 수 있게 여지를 뒀다는 주장이다.
의료행위는 협력이 필수인데 간호단독법이 제정되면 기존의 '원팀' 방식에 금이 가고 이는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져 환자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또 간호사가 없을 경우 응급상황에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가 간호법을 보유하고 있다는 대한간호협회 주장도 반박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연구결과에 따르면 OECD 38개국 중 간호사 단독법을 보유한 국가는 11개 뿐인 것으로 드러났다는 이유에서다.
박 대변인은 "호주와 덴마크의 경우 과거 간호사 단독법이 존재했지만, 보건전문직업법이 제정됨에 따라 폐지됐다"며 "산개된 보건의료인력 관한 사항을 하나의 법에 통합함으로써, 법 적용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보건의료인력 간 체계적인 협업을 권장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대부분 국가가 의료는 '협업'이 핵심임을 강조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의사들은 간호사 처우개선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강조했다. 장기화 된 코로나19 사태로 의료 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는 전우와 같은 관계며 오히려 간호단독법이 이들을 갈라 치기하고 있다는 것.
박 대변인은 "최근 의협은 새 대통령 당선인에게 ‘의료진 사기 진작’을 요청했는데, 여기에 간호사도 포함돼 있다"며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수록 우리나라 보건의료를 지탱하고 있는 각 보건의료직역이 힘을 모아야 실질적인 처우개선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