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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 보고…헌재 공개변론을 앞두고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발행날짜: 2022-03-21 05:10:00 업데이트: 2022-03-21 11:33:11

이세라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지난 해 3월 29일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공개를 의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공개에 관한 기준' 고시 일부개정을 시행했다. 고시에 따르면 비급여 진료비용 등 현황조사·분석 공개항목은 현행 564항목에서 616항목으로 확대된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구상 각종 비급여 전체가 포함된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내용면에서는 의사도 구분하기 힘든 의료행위들을 모두 일일이 구분해서 정부기관에 보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급여 진료내역 등을 보고하게 하여 국민들의 개인정보 마저도 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관련 3월 24일 헌법재판소에서 공개 변론이 열린다.

비급여 문제로 의사들과 정부가 첨예한 대립이 된 것은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를 위해 강행된 문재인 케어에서 더욱 심해졌다. 비급여 문제는 환자 치료를 위한 보다 나은 선택권에 대한 문제도 있지만 더 솔직히 표현하면 보험급여 수가로는 의료기관 대부분이 채산성을 맞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저수가라고 하고 박리다매를 해야만 유지하는 장사에 비유할 수 있다. 그런데 박리다매가 안되는 경우 즉 환자 숫자가 많지 않은 진료과들은 비급여가 없다면 생존할 수 없다. 현재 저수가에서도 환자숫자가 늘어나기 쉬운 진료과로, 내과와 이비인후과가 있고, 환자수가 적어서 경영이 어려운 진료과로 외과나 흉부외과가 있다. 외과나 흉부외과는 이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로 생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정부에 의해 번번이 묵살해 되어왔다.

강남의 개원가에서 의료제도의 왜곡을 보여준다. 대한민국의 최고 번화가 강남구에는 2월 23일 현재 1802개의 의원이 있다. 이중에서 약 70%에 해당하는 의원들이 미용이나 성형과 관련된 진료를 하고 있다. 반면 우리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필수 의료라고 표현하는 내과의원은 101개, 외과는 34개(이중 18개만 미용성형과 관련이 적은 진료중이다) 산부인과(대부분 분만과는 관련 없는 진료를 하고 분만을 하는 의원은 없다 ) 그리고 소아청소년과는 34개 뿐이다. 지나친 불균형이다.

박리다매로 생존하는 비용 구조를 강요하다 보니 비급여가 있어야만 강남에서 생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강남의 현상은 전국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이렇게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상황에서 비급여 보고제라는 전대미문의 법률을 통해 비급여 진료를 강제로 줄이기만 하면 의료 시장은 더욱 왜곡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의료행위는 환자와 의사사이의 신뢰(라뽀)를 바탕으로 하는 당사자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관계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 의료비는 의사와 환자 개인간의 사적인 관계로 대등한 민사계약의 대가관계로 지급된다. 더욱 사적인 영역이 비급여 진료인데 이 일에 대해 모든 것을 공개하고 보고하도록 강요하는 나라는 전세계에 없다.

비급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도 건강보험 보장률 강화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법이 있다. 수도권이나 도심이 아닌 곳의 지역 주민이 해당 지역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본인부담금을 10%로 낮추어 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적용해야 할 것이 있다. 의사 1인당 환자진료 수를 적극적으로 제한하고 대신 진료비는 현재보다 3배 정도 상향시켜 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지역으로의 인구이동은 물론 의료서비스의 개선과 의료전달체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고 진료비 총액의 급격한 상승을 막을 수 있으며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법률적 제한이라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정부는 지금껏 의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자하지 않았다. 정부가 2년간 코로나19 치료비로 건강보험 재정에서 8600억원인 반면 재난지원금으로 사용한 추경이 144.6조원 8600억원도 건강보험료에서 지출했다. 여러 면에서 볼 때 의료분야에 정부정책의 전환과 의료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생명이 소중하다고 하면서 의료비 상승만을 통제하면 의료인은 물론 보건의료노조의 미래도 희망적이지 않다. 저수가로 정책으로 인해 탄생한 비급여와 그 비급여를 통제하려고만 하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다. 의료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선순환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한다. 법률로 통제만 하는 방식보다 훨씬 갈등이 적고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