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코로나19 치료 및 방역체계가 바뀌고 있다. 정부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확진자가 20만이든, 30만이든, 40만이든 '위드 코로나'로 가겠다는 것인다.
문제는 속도다. 크고 작은 코로나 관련 정책들이 쉴새 없이 바뀌고 있다. 앞만 보고 질주하는 경주마처럼 주변을 둘러보는 여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최근 개원가 한 원장은 "의사는 코로나에 걸려도 정부가 3일만 쉬라고 합니다. 같은 사람인데 말이죠"라고 토로했다.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의료공백이 우려된 정부는 '의료기관 업무연속성계획(BCP) 지침을 바꿨다. 코로나 확진 의료인의 격리 기간을 원래 7일에서 5일, 3일로 단축했다. 증상이 경미한 의료진은 최대 3일만 격리한 후 근무하도록 한 것이다. 의료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하지만 모순이 가득하다.
감염에 취약한 환자들이 집중된 감염 위험성을 생각하면 오히려 의료진의 격리 기간이 더 길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남는다. 경미한 증상의 의료인의 격리 기간을 최대 3일까지로 단축할 수 있다면, 일상에서 코로나 확진 후 재택격리 중인 국민은 왜 무조건 7일 동안 묶여 있어야 할까. 의료진은 되고, 국민은 안되는. 반대로 국민은 되고, 의료진은 안되는 이유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정부는 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RAT)에 나설 의료기관 신청도 그렇다. 감염 관리를 위한 의료체계가 확보됐다며 동네병의원의 신청을 그만 받겠다고 한지 불과 사흘 만에 다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대신 진료과를 제한하고 검사부터 치료까지 모두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신청 요건을 강화했다. 이후에도 정부는 RAT는 꼭 의사의 진찰이 선행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거듭 냈다.
이를 봤을 때, RAT 검사 및 코로나 치료 의료기관 신청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한 이유는 편법적으로 RAT 검사만 너무 많이 실시하는 일부 튀는 의료기관이 있고, 이를 배제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제도의 번복으로 의료체계가 확보됐다는 당초의 이유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일부에서는 '재정'을 생각한 조치였다는 의문이 나오기도 한다.
정부는 최근 재택관리 환자 중 집중관리군을 없애고 그냥 동네병의원이 모두 관리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드 코로나라는 방향성에는 충분히 부합한다. 현장 전문가들은 자칫 일차의료체계에 큰 변화가 올 수 있는 부분이니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고, 시행으로까지 '아직은' 이어지지 않았다.
단순히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정부는 제도 시행 후 번복 및 개정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혼란만 안겨주고 있다. 스치기만 해도 코로나19 확진을 받는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확진자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방역은 완화하고 있다. 치료체계도 동네의원이 전담하는 방향으로 풀고 있다.
방향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하더라도 그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책을 실제로 감당해야 하는 국민과 의료계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어느 때보다도 정책 결정에 있어서 정부와 소통을 한 적이 없다는 소리가 많이 들리고 있다. 정부는 처음 겪어보는 혼란의 상황일수록 원칙과 절차를 한 번 더 고민하면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