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시작하고 보건소로부터 양성자 신고 시스템 접근 권한을 받아 관련 행정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22일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의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시행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한의사 RAT를 비급여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사비용은 5천원~1만원 수준으로, 양성자를 신고하는 코로나19 정보관리시스템 접근 권한을 받아 의과계 의료기관이 하는 것처럼 RAT를 진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한의사의 RAT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만큼 관련 수가를 인정받을 수 없는데, 한의계는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자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손해를 감수하기로 했다는 것.
한의협은 한의의료기관에서의 RAT가 감염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의과계 의료기관에선 검사 후 관련 의약품을 수령하기 위해 약국을 방문해야 하는데, 한의의료기관은 바로 한의약을 처방하는 것이 가능해 동선 낭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한의협 권선우 의무이사는 "급여 인정을 바라고 RAT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의무"라며 "한의사들이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와 당연히 국민을 위한 서비스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한의사의 RAT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중앙사고수습본부의 발언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방역당국은 RAT 검사에 있어 진료과의 구분을 두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제 와 한의사의 참여를 막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이유에서다.
또 전날 복지부가 설명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평소 호흡기를 주로 보는 전문의가 있는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RAT에 참여토록 제한했다"는 입장도 허위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RAT를 진행하는 8000여 곳의 의료기관 중 2000~3000곳이 호흡기전문과와 거리가 먼 산부인과, 비뇨기과, 피부과, 정신건강의학과 등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정부 발표는 RAT에서 한의계를 배제하기 위한 정부의 궁여지책이라는 것.
또 한 의사단체 임원이 한의사는 RAT 역량이 부족하다는 발언한 것을 두고 악의적인 폄훼라고 반박했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코로나19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가로부터 면허를 받은 의료인인 한의사가 감염병 환자를 치료하고 방역 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며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의료를 독점하고 있는 의과계 의사의 눈치 보기에 급급해 한의사의 참여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규탄했다.
이어 "한의사는 해부학적 구조를 제대로 교육받지 않아서 RAT를 실시하면 안 된다는 한 의사단체 임원의 발언은 오만하고 잘못된 선민의식을 보여주는 행태"라며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국민의 안위는 생각지 않고 한 직역만 두둔하는 정부는 책임을 지고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한의사 RAT 정확성에 대한 우려도 일축했다. 한의사와 의사가 사용하는 RAT 키트는 동일 제품으로 정확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 또 한의계에서도 코에서 시작해 비인두, 식도로 통하는 부위를 다루는 비위관삽관술이 급여로 채택돼 비인두도말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률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2013년 12월 26일에 헌법재판소에서 난 판결에 따르면 보건위생상 위해를 가할 우려가 없고 단순 판독을 요하는 진단기기는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 RAT 키트는 이에 위배되지 않는 진단기기인 만큼 한의사의 사용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
다만 한의계 RAT를 진행하면서 의과계 고소·고발에 휘말리는 한의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를 구제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제 의료계 일각에선 RAT를 진행하는 한의진료기관을 의료전담 수사팀이 구성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하려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한의협 홍주의 회장은 "법으로 한의사 RAT를 제대로 판단 받을 기회로 오히려 고발 조치를 환영한다"며 "다만 유·무죄 여부를 떠나 소송에 휘말리는 것은 진료에 지장을 줄 수 있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관련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과계는 한의사 RAT는 의료법 위반이며 행정처분 대상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법률은 한의사가 서양 현대과학에 기본 원리를 둔 진단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이에 위배 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4월 광주지법 선고에 따르면,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하지 않거나 여기 응용·적용되지 않는 혈액·소변검사 등은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특정 검사 결과를 판단하는 방식에 있어 한의계와 의과계에 차이가 있다"며 "이는 면허 범위와 관련된 문제기 때문에 단순히 RAT 검사가 인체에 유해한지 아닌지를 볼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의과계가 봐도 어려운 전염병이고 관련 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한의계가 자체적으로 RAT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한의약을 처방한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