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체계 개편 작업에 대한 의료계 여론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진료비 심사제도 및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의료인 인식조사'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의사는 분석심사 선도사업 진행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17년 출범 후부터 환자 중심, 의학적 근거 기반의 진료비 심사체계로의 전환을 목표로 분석심사 선도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연구는 2020 전국의사조사 자료를 활용해 실제 진료하는 의사 44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행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제도에 대한 인식과 평가, 진행 중인 정부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인지 여부 및 세부 방안에 대한 평가 수준을 조사했다.
주요 연구결과를 보면 현행 진료비 심사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응답자의 84.2%가 부정적이었다.
진료비 심사제도의 문제점은 6점(매우 부정)척도를 기준으로 ▲진료비 심사 후 이의신청 등 행정절차 문제(5.33점) ▲심사기준의 의료자율성 침해 문제(5.29점) ▲심사기준 개발과 적용과정의 문제(5.28점) ▲심사 실명제 문제(5.23점), 심사 관련 위원회 및 운영방식의 문제(5.21점) ▲심사 후 조정 내역에 대한 설명 부족의 문제(5.15점) 등으로 조사됐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은 전체 응답자의 10.4%만이 이를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개편방안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는 6점(매우 긍정)척도를 기준으로 ▲임상진료지침 및 임상문헌을 심사기준으로 활용(4.50점) ▲전문가심사제도 전환을 위한 위원회 도입(4.19점) ▲주제별 분석심사 적용을 위한 청구명세서 개편(3.68점) ▲심사제도와 적정성 평가제도의 연계 확대(3.65점), 주제별 심사로의 전환(3.52점) ▲가입자를 포함한 사회적 협의체 운영(3.09점) 순으로 평가됐다.
정부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향에 대한 의사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라는 응답이 0.7%, 부정적이라는 답변이 59.0%였다. 또 현재 진행 중인 분석심사 선도사업 사전 인지 여부는 93%가 모르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분석심사 선도사업 대상자의 0.3%만 확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연구진은 분석심사의 낮은 인지도를 이유로 선도사업 설계와 운영상의 문제를 지적했다. 선도사업 대상항목이 이미 각종 평가제도 적용항목으로, 분석지표의 변화나 선도사업의 영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 또 임상진료지침이 비교적 잘 정립된 질환 위주라 전문가의 중재·개입이 덜 필요하고, 의료현장의 의견수렴 기전 역시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사들은 현행 건강보험 심사제도에 대한 불만족이 매우 높고, 정부의 심사평가체계 개편방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에도 불구하고, 진행 중인 분석심사 선도사업 및 심사평가체계 개편방안에 대한 인지도·이해도가 낮은 만큼 정부·정책 당국의 고민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은 "심사평가원은 건강보험 진료비 심사제도에 대한 의료현장 정서를 이해하고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방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선도사업은 본 사업에 앞서 효과를 검증하고 적절한 환류가 필요한 만큼 선도사업 과정의 투명한 공개와 의료현장의 의견 수렴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