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제도(일명 만관제) 활성화를 위해 환자관리료를 통합한 정액수가 신설과 성과보상이 추진된다.
또한 환자관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전화와 문자 외에 ICT 기반 건강관리플랫폼 연계 방안 등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에 새로운 변화를 예고했다.
메디칼타임즈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30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HJ 비즈니스센터에서 비공개로 진행한 '제1차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정책위원회 회의 안건' 자료를 입수했다.
이날 회의는 만성질환관리 본사업 추진을 위한 공식적인 첫 자리로 향후 진행될 사업 모형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회의 자료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 주재 정책위원회를 발족하며 산하에 사업모형과 교육, 통합, 질환확대 등 4개 분과위원회를 설치했다.
사업모형 분과는 수가개선과 본인부담률, 성과보상, 참여자 인센티브 및 스마트케어 코디네이터 도입 등 본사업 핵심 업무를 담당한다.
교육 분과는 서비스 제공자(의사, 케어코디네이터) 교육 및 양성, 환자 교육체계 마련을, 통합 분과는 유관사업 연계 통합 모형과 효과 분석을, 질환확대 분과는 확대 대상 질환 선정과 수가 및 평가, 보상 등을 세부 논의한다.
정책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본사업 방안 마련을 목표로 수시 개최하고, 분과위원회는 2주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사업모형·교육·통합·질환확대 등 4개 분과위원회 '설치'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은 2019년 1월 고혈압과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후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2021년 12월말 기준, 109개 지역 3781개 의원급을 선정했고, 등록 의사는 3337명, 등록환자는 45만 8225명으로 집계됐다.
선정 의원 3781개 중 실제 환자 등록 의원급은 2488개(65.8%)이며 이중 진료비 청구 의원은 2028개(53.6%)이다.
또한 진료비 청구 의사는 2549명이며 등록된 케어코디네이터는 간호사 83명과 영양사 7명을 합쳐 90명에 불과하다.
환자등록 의원과 등록환자는 매년 증가했다.
2019년 12월 환자등록 의원은 1474개, 등록환자 17만 1678명을 시작으로 2020년 12월 1552개, 22만 4300명, 2021년 12월 2488개, 45만 8225명으로 늘어났다.
■청구 의사 2549명, 참여 의원 증가세…케어코디네이터 90명 '불과'
선정의원 중 300명 이상 환자등록 의원 수도 2019년말 6.1%에서 2021년말 17.3%로 증가한 반면, 환자 미등록 의원은 같은 기간 42.4%에서 34.2%로 감소했다.
또한 등록환자 46만명 중 16만명이 검진 바우처를 이용했고, 3만명에게 자가측정기기를 지원했다.
특히 사업 참여 환자의 임상지표 개선효과도 확인했다.
혈압과 혈당, 당화혈색소 조절률 개선으로 시범사업 참여 환자와 비참여기관 환자 대비 임상검사 시행률 1.7배, 약물 순응도 1.5배 증가했다.
등록환자는 시범사업 참여 전후 비교해 연간 내원일수 1.2일 감소했다. 이는 미등록환자 내원일수 0.6일 감소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고혈압과 당뇨병 합병증 발생도 참여 환자와 비참여기관 환자 대비 입원 0.5배, 합병증 관련 응급실 방문 0.5배 줄었다. 진료비 절감과 합병증 발생 예방, 생산성 손실 절감에 따른 의료비 편익은 3.17배 절감됐다.
복지부는 현 사업 모형 한계도 명확하게 인지했다.
■시범사업 성과와 한계 존재…지역의사회 통한 신청 진입 '허들'
지역의사회 중심 20개 의원을 모아 신청하는 방식으로 지역의사회가 없거나 시범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지역 의원은 진입 제한을 받는다.
또한 케어코디네이터 고용 기관은 전체 등록기간 중 2.3%에 불과했으며, EMR와 요양기관정보마당 등 혼재된 환자관리와 청구 업무 부담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단방향 문자 위주(문자 95.4%, 전화 4.6%)로 비대면 환자관리 서비스 제공과 함께 주 3회 이상 지속적으로 3개월 이상 확인하는 경우 청구할 수 있는 환자관리료II 청구건수가 시범사업 시작부터 2021년 6월까지 23건에 그쳤다.
복지부는 그동안의 성과와 한계를 바탕으로 올해 6월 본사업 전환을 목표로 새로운 모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본사업 성패를 좌우할 환자 본인부담률은 외래 법정 본인부담률 30% 적용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환자관리료 경우 환자의 도덕적 해이 발생 우려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면제를 검토하고, 진찰료는 질병관리청 시행 중인 만성질환관리제와 같이 재진부터 10% 감면 적용할 예정이다.
더불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와 의원급 만성질환관리제를 본사업으로 통합 운영한다.
65세 이상 노인층 환자 본인부담 증가(본인부담률 10%, 기존 진찰료 명세서와 분리 청구->본인부담률 30%, 통합청구) 부담은 추가 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참여 환자 체감도 제고를 위해 본인부담금 일부를 건보공단이 의원에 사후 환급하는 방식에서 환자에게 직접 정액형 현금 바우처(국민행복카드 등) 형태 지급으로 의료기관과 약국에서 해당 카드 결재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동네의원 참여 유도를 위한 방안도 논의됐다.
■환자관리료 통합 정액수가 신설…환자관리 성과 사후 보상
현 2개의 환자관리료를 통합해 환자 당 정액수가를 신설한다. 세부적으로 환자 위험도에 따른 환자관리 난이도 및 수준 등을 추가 반영했다.
정액 환자관리료에 환자 위험도에 따른 별도 수가를 마련해 환자관리 성과에 따른 사후보상으로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더불어 참여 의원의 환자관리 및 임상지표 개선 평가 후 우수한 상위기관에 성과보상 방안을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행정부담 경감을 위해 기존 전산시스템을 EMR 연계 기반 시스템으로 조정하고, 심사평가 및 사업 운영에 필수적인 적정분량 자료만 수집하도록 개선한다.
사업 참여 유도를 위해 미참여 지역의사회 의원의 경우 인근 지역의사회나 광역의사회를 통한 신청 그리고 지역의사회를 경유하지 않고 개별 의원 참여 신청 허용 등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이중 눈에 띄는 방안은 ICT 기반 건강관리플랫폼을 활용한 환자관리이다.
복지부는 의사 또는 케어코디네이터가 의원급 외 디지털헬스케어업체를 통해 제공되는 건강관리서비스를 활용해 자가 측정수치 모니터링과 맞춤형 교육 콘텐츠 제공 등을 활용할 방침이다.
문자와 유선을 통한 관리와 동일하게 환자 당 정액수가 지급을 적용한다.
건강관리서비스는 MB정부 시절 복지부가 강하게 추진했으나 의료계 반대로 무산됐다는 점에서 의사협회와 개원의사회의 분명한 입장 정리가 필요한 사항이다.
본사업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등록 전 사전교육과 보수교육 의무화 그리고 의학회와 당뇨병학회, 고혈압학회 등을 통한 전문화된 교육콘텐츠 마련 등을 병행한다.
사업 참여 신청 후 환자등록을 하지 않거나, 환자관리 성실도가 저조한 의원에 대한 재참여 제한 등 패널티 부과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성인 천식·COPD 질환군 확대…환자관리 저조한 의원 재참여 '제한'
또한 질환군도 성인 천식과 COPD(만성폐쇄성폐질환)으로 확대한다.
본사업과 연계해 성인 천식과 COPD 관리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표준화된 진료지침 이행과 환자 교육, 상담 관리 기반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단독 상병(천식과 COPD) 또는 복합 상병(천식과 COPD+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한 사업 및 수가모형도 검토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정책위원회와 분과위원회를 5월까지 운영해 쟁점별 실행방안을 도출하고 5월 중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 소위원회와 본회의에 보고하는 추진 일정을 잡았다.
만성질환자 통합관리료 본인부담률 적용 근거(건강보험법 시행령 별표 2 개정 검토) 마련과 사업 평가 및 인센티브 지급 근거 마련 그리고 건강관리서비스 인증제 근거 마련 등을 거쳐 6월 중 본사업을 시행한다.
상견례를 겸한 정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기일 보건의료실장과 당뇨병 권위자인 가톨릭의대 내과 윤건호 교수를 공동 위원장으로 선정했다.
정책위원회는 공동위원장 2명을 비롯해 사회단체와 의료단체, 보건의료 전문가, 지역운영위원회, 수행기관, 정부 등 2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