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가 개발 중인 코로나백신의 임상3상 결과가 성공적이라는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그 어떤 수치도 제시되지 않고, 결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peer review 또는 의견도 없이 그저 성공이라며 샴페인이 터트려지고, 주가는 또 출렁인다. 현재의 대통령도 개발 초기 이 회사의 공장을 방문했는데, 새 대통령 역시 해당 공장을 방문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화이자든, 모더나든, 아스트라제네카든 그 어떤 백신의 임상3상 성공 소식이 이런 방식으로 전달된 적이 있었는가? 아직 데이터도 채 정리되지 않았고, 안전성 데이터는 아예 분석조차 되지 않은 이 시점에 어떻게 이런 뉴스가 나올 수 있는지 참으로 이해할 수 없고 우리나라의 임상 성공 보도 방식이 부끄러울 뿐이다.
그럼 과연 SK바사가 개발한 백신은 과연 성공일까? 우선 임상3상의 성공과 상용화 성공은 전혀 다른 개념임을 알아야 한다. 임상3상에 성공했다고 모두 상용화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임상3상에는 성공했지만 이미 다른 경쟁 의약품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즉 개발 속도가 늦었을 때 상용화를 포기하기도 한다. 또 임상3상에는 성공했지만, 대상 바이러스가 바뀌는 경우인데,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우세변이종이 계속 바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먼저 SK바사가 개발한 백신의 임상3상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즉, 임상3상이 성공했다 하더라도 허가 및 상용화되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첫째, 아직 코로나 백신의 COP(correlates of protection)가 확립되지 않았다. COP는 임상 효과를 대리할 수 있는 면역학적 지표로서 감염병의 후기 백신 개발에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초기 개발돼 현재 상용 중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 등은 모두 이중맹검으로 백신과 위백신을 투여해, 각 군에서 증상이 있는 코로나 감염이 어느 정도 발생하는지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으로 진행이 됐다. 이는 수만명에게 투여해 수개월 관찰하는, 막대한 비용이 투자돼야 하는 임상 디자인이다. 보통 초기 이와 같은 방식으로 시행된 임상시험의 후속연구로서 COP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축적되면 후속 백신은 COP를 대리지표로 하는, 비교적 수천명 정도의 임상시험으로 진행될 수 있다.
작년 말부터 COP 연구결과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아직 확립되지는 않았다. 그래서 WHO, FDA, EMA 등 어떤 백신 승인 기관도 이와 같은 방식의 임상시험에 대한 지침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SK바사의 코로나 백신의 임상3상은 아직 COP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중화항체 역가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렇게 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COP가 중요한데, 문제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COP 연구결과가 전무하다. 즉,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대비 중화항체 역가가 유의하게 높고, 항체 양전율이 높다고 한들 그것이 실제 오미크론 우세종 상태에서 어떤 임상적 의미가 있을지에 대해 해석을 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둘째, 위에 언급한 첫번째 한계로 인해 비교대상으로 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real world 오미크론 효과가 중요할 수 있는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2회 접종은 오미크론에 대해 거의 효과가 없었다. 그러므로 비교대상으로 하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택한 점은 더 그 결과를 해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가 추정하건데 비록 임상3상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그 임상3상의 디자인이 현재 글로벌 백신 승인 기관에서 인정하고 있는 형태가 아닌 점, 코로나 백신의 COP가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아직 전혀 데이터가 없는 점, 비교 대상으로 삼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오미크론 효과가 떨어져서 이 백신 대비 비교 우위에 있다는 것을 해석하기 난해한 점 등으로 비록 식약처가 무모하게 내놓은 가이드라인대로 임상시험을 진행해 성공했다 할지라도 식약처조차 이 백신을 승인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만약 식약처가 이 백신을 승인한다면 그 명백한 근거를 반드시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인생도 그러하지만 과학은 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이다. SK바사가 개발한 백신이 과연 상용화될지 알 수 없으나, 이 회사가 이번에 백신을 개발하면서 쌓은 노하우는 소중한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비록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훌륭한 경기를 치룬 선수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냈다. 그런데 왜 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멋있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일까? 만약 SK바사가 임상3상 종료 소식을 전하면서 솔직하게 상용화되기 어려운 한계들을 설명했다면, 그럼에도 개발과정의 노하우는 소중한 자산이 됐다고 얘기했다면, 나는 이런 칼럼을 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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