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병원과 대학병원 단합을 위해 첫 발족한 병원협회 인수위원회가 사실상 임원 추천 기능에 그쳐 정책과제 선정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의료전달체계 재정립이 최우선 과제로 부각되는 가운데 대학병원 분원 설립 억제를 놓고 중소병원과 대학병원 합의 도출에 진통이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 윤동섭 차기 회장은 29일 오전 2차 인수위원회 회의를 열고 신설되는 회무위원회를 비롯한 상설위원장 인선을 논의한다.
앞서 윤 차기 회장은 정관 개정에 따라 최근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인수위원회는 윤동섭 차기 회장을 위원장으로 대학병원 4명과 중소병원 4명으로 구성했다.
대학병원 위원은 순천향대의료원 서유성 의료원장, 가톨릭중앙의료원 이화성 의료원장, 이화의료원 유경하 의료원장, 강원대병원 남우동 병원장 그리고 중소병원 위원은 동군산병원 이성규 이사장과 뉴고려병원 유인상 의료원장,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김상일 병원장, 홍익병원 라기혁 병원장 등이다.
개정된 운영 규정에 따르면, 인수위원회 역할은 위원장 추천과 회무위원회 위원 추천 등으로 규정되어 있다.
인수위원회 기능과 역할을 인선으로 제한한 셈이다.
병원협회 현안 추진 방향 설정은 회무위원회에서 맡는다.
회무위원회는 대정부 협상 또는 병원계 통일된 의견, 사업계획 수정 및 변경 그리고 사무국 운영 방향 설정. 상임이사회에서 위임한 사항 등 새로운 정책결정 기구이다.
인수위원회 활동 기간도 모호하다.
운영규정에는 '인수위원회는 회장 취임 후 30일 범위 내 운영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회장이 7일간 운영하든, 30일간 운영하든 문제될게 없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중소병원계에서 인수위원회 실효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윤동섭 차기 회장은 비공개로 열린 인수위원회 첫 회의에서 의료전달체계 기능 재정립 중요성을 강조했고 인수위원들도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학병원 분원 설립이다.
중소병원들은 대학병원 분원 설립 억제를 병원협회 정책과제로 채택해야 한다며 강경한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의료취약지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병원 분원 설립 허용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의미다.
윤동섭 차기 회장은 무분별한 분원 설립에 반대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인수위원회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중소병원협회 임원은 "인수위원회가 상설위원회 위원장 인선에 집중할 뿐 현안 과제에 대해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무엇보다 대학병원 분원 설립은 모든 중소병원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좌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방 중소병원 병원장은 "대학병원 의료원장인 윤동섭 차기 회장 입장에서 분원 설립 문제는 계륵일 수 있다. 하지만 병원계를 아우르는 수장으로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상생을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단독 출마한 윤동섭 연세대 의료원장은 '소통과 단합된 병원협회'를 공약으로 내걸고 임원추천위원들의 만장일치로 회장에 당선됐다.
그가 당선 소감에서 언급한 "병원장들의 선택이 후회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이 5월 취임과 동시에 대학병원 분원 설립을 비롯한 현안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병원협회 임원은 "윤동섭 차기 회장이 민감한 현안을 회무위원회에 넘길 가능성이 크다. 병원협회 회장 자리가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절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