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한해 살림살이를 책임질 수가협상에 각 유형을 대표해 나선 공급자 단체 수가협상단은 모두 예년과 달리 적어도 한 번 이상의 경험을 갖고 수가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간의 경험을 갖고 있음에도 수가협상단은 "쉽지 않다"는 비관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11일 대한약사회를 시작으로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와 순차적으로 1차 협상을 하고 있다.
올해 수가협상에서 눈길을 끄는 점은 수가협상단의 경험이다.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을 비롯해 공급자단체 협상단 모두 기본 2년, 적어도 한 번의 수가협상을 경험해본 것.
우선 건보공단 수가협상단장인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가협상을 진행하게 됐다. 협상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종헌 빅데이터운영실장은 2019년부터 4년째 수가협상에 참여하며 협상장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 박영달 단장(보험부회장) 역시 과거 수가협상 경험을 가진 인물이다. 2015년 수가협상에 단원으로 참여했던 박 부회장은 7년이 지난 현재 협상단장으로 돌아왔다.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단장이었던 이영민 대외협력본부장은 협상단원으로서 박 부회장과 합을 맞추게 됐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같은 멤버로 수가협상에 참여한다. 김동석 수가협상단장을 필두로 조정호 보험이사,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 강창원 대한내과의사회 보험부회장이 함께한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3년 연속 '결렬'의 늪에서 못 벗어나다가 지난해 모처럼 3% 인상률을 받아든 만큼 올해도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인 이진호 부회장과 대한병원협회 협상단장인 송재찬 상근부회장은 올해로 4번째 협상에 참여한다. 대한치과의사협회 마경화 보험담당 부회장은 수가협상이 유형별 협상으로 전환된 이래 협상에 계속 참여한 산증인이다.
이 부회장은 "수가협상을 여러차례 참여하면서 가입자든 공급자든 100% 만족할 수 있는 협상은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됐다"라며 "어느정도 서로 양보하며 합리적으로 설득력있는 협상을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 말처럼 올해 수가협상단은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쉽지 않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실제 1차 협상을 마치고 나온 약사회는 같은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 놓였지만 지난해 협상때와는 확연이 분위기가 다르다며 고개를 저었다.
약사회 이용화 보험이사는 "약국 조제행위료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장기처방 증가로 약품비 비중도 올라가고 있는 등 약국 경영이 악화되고 있다"라면서도 "건보공단도 상황을 이해는 하는 입장이지만 가입자가 요구하는 바가 있고 하니 쉽지 않은 느낌이었다"라고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가입자와 공급자 사이를 조율해야 하는 건보공단도 쉽지 않은 협상이 될 것을 예고했다.
이상일 급여상임이사는 "수가인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에 대해 아직 구체적인 전달을 받지 못했지만 동결부터 최소 인상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공급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공급 인프라 유지를 위해서는 적정수가 유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입자와 공급자 시각차를 어떻게 줄여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어려움이 많다"라며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비롯해 보험료 부담 수준, 환자 진료에 필요한 인프라 유지 등을 함께 고려하면서 합리적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