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7일 미국 심장병 환자 데이비드 베넷(David Bennett, Sr.)은 메릴랜드 대학 의료 센터(University of Maryland Medical Center, UMMC)에서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7시간의 대수술 끝에 이식된 심장이 정상적으로 박동하기 시작하자, 전 세계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술실에서 나오자마자 베넷과 UMMC 수술진은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으며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었다. 일반인에 불과한 베넷이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던 이유는 바로 그가 돼지의 심장을 이식 받았기 때문이었다.
사실 이 수술이 최초의 이종이식 수술이었던 것은 아니다. 기록상 최초의 이종이식 수술은 1906년 중년 여성 환자의 팔꿈치에 돼지 신장을 이식한 수술로, 수술 후 불과 몇 시간도 지나지 않아 환자가 혈전증으로 사망한 사례다. 1912년에 혈관 봉합술이 개발되고 1963년과 1984년에 더욱 효과적인 면역억제제가 사용되었음에도 이종이식은 썩 좋은 성과가 없었다. 침팬지 신장을 이식 받은 한 환자는 운 좋게 9개월 동안 생존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이식 후 한 달을 못 넘겼다.
사실 면역계의 원리를 생각하면 이종이식의 연이은 실패는 당연하다. 면역계는 인체를 침입자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생겨난 것으로, 기본적으로 인체에 속하는 '자기'와 그렇지 않은 '비자기'를 식별할 줄 알아야 한다.
면역계가 아군을 공격하는 최악의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 신체 내 모든 세포는 '인간백혈구항원(human leukocyte antigen, HLA)'을 지니고 있다. HLA는 세포를 위한 시민권 같은 존재로, 만약 이식 장기의 HLA를 수혜자의 면역계가 비자기라 인식한다면, 이식 장기가 손상되거나 극심한 면역거부반응 때문에 수혜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 유전적 차이가 적어 HLA가 비슷할 확률이 높은 형제 사이에도 면역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데, 종부터 다른 이종이식의 면역거부반응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그러면 왜 21세기에 이종이식이 시행되었을까?
사실 이종이식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던 것은 아니다. 먼저 아무리 장기이식 및 보존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고령화와 평균 수명 증가 덕분에 공급의 문제는 여전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코로나19 동안 의료 과부하가 일어나 장기 기증과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2020년에만 약 5만년의 총합 기대 수명이 줄어들었다. 이종이식이 가능하게 된다면 장기를 '사육' 가능하게 됨으로 이 같은 공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거기에 90년대부터 지금까지 면역거부 반응을 크게 감소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면서 이종이식이 다시 각광받았다. 1992년에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단백질을 갖춘 돼지가 탄생했으며, 유전자 가위 등 신기술을 사용해 총 10종류의 개량을 거쳐 인간의 장기와 유사한 장기를 가진 돼지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결국 2022년, 세계 최초로 유전자 조작을 거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이야기는 페니실린의 발견이나 코로나19 백신 개발처럼 긍정적일 수 밖에 없는 의학적 발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사례는 여러 윤리적 차원의 쟁점을 제시한다.
첫번째는 인간 생명 연장을 위한 동물 희생의 윤리성이다. 비록 돼지는 인간만큼의 이성을 갖추진 못했지만 지능 지수가 침팬지 같은 유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며, 지적 능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행복, 고통, 두려움 등의 감정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 부분은 도축과 동물 실험에 대해 얘기할 때도 다뤄지는 문제지만, 이제는 단순 동물이 아닌 '유전자 조작' 동물이 중심에 있다. 인간의 뇌세포를 주입한 생쥐가 월등한 기억력과 사고력을 발휘한 사례처럼 인간의 유전자를 일부 받은 돼지도 인간에 한층 더 가까워질 수도 있다. 유전자 조작이 더욱 발전돼 돼지가 인간의 장기와 구별 불가능한 장기를 생성할 수 있다면, 그 돼지는 짐승에 더 가까운가, 인간에 더 가까운가?
두번째는 이 수술 자체의 윤리성이다. 의학 발전을 위해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실험은 불가피하지만 본 수술은 그런 실험적 시도와 거리가 멀다. 원래 미국 식약청은 유전자 조작 돼지의 장기 이식을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 판단하여 승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뇌사자를 상대로만 실험을 한 것이다. 그러나 베넷이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 이식 우선순위가 낮은 점을 고려해 특별히 허가했다. 10번의 유전자 개량은 면역거부반응을 완전히 억제하기에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의식이 있는 환자를 상대로 할 수 있는 실험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수술을 진행한 것이다.
또한, 공식적으로 밝혀진 적은 없었지만 베넷이 전과자라는 점도 수술의 진행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는 1988년 술집에서 시비가 붙은 남자의 등을 칼로 여러 번 찔렀다. 피해자는 결국 하반신 마비로 여생을 보냈다. 흉악 범죄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극도로 부정적이니, 수술의 결과가 어떻든 여론이 나빠질 수 없다.
결국 베넷은 수술 후 두 달이 지나자마자 면역거부반응으로 사망했다. 장기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재, 본 수술이 더 많은 이종이식수술의 계기가 될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확실한 건 기술이 발전하고 이 같은 사례가 많아질수록 여러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