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가 더불어민주당의 간호법 의결은 대한간호협회의 로비에 굴복한 것이라고 규탄했다.
20일 서울시의사회는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궐기대회를 개최하고 간호법과 관련된 더불어민주당의 행태는 입법만행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법안소위에서 간호법을 단독으로 의결했으며 17일 본회의에서도 여당이 퇴장한 가운데 날치기로 통과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간호법은 의료법과 면허체계를 부정하고 이탈하려는 잘못된 시도며 국민 건강에 큰 위해가 될 것"이라며 "특정 직역 특혜법을 밀어붙이는 것을 본회는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의 간호법은 주요조항이 수정·삭제되면서 껍데기만 남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지만, 제정 시 언제든 알맹이를 채워 넣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민주당은 의사를 개돼지로 알고 의사에게 면허강탈법이라는 개목줄을 채우려고 한다"며 "그들은 코로나19 위기에 의료진이 헌신하던 와중에도 직역으로 편 가르기하고 의사를 무시하던 작태를 보였다. 이제는 의사를 토사구팽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또 2018년 대한간호협회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와 각각의 단독법 추진에 대한 협약을 맺을 것을 근거로 간호법 이후 한의사법이 등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사의 고유의 진료권을 침탈해야 간호사와 민주당이 산다면 이대로 죽기를 기다릴 수 없다"며 "오늘 궐기대회를 시작으로 서울시 4만 회원과 전국 14만 회원의 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 대의원회 이윤수 의장은 격려사를 통해 코로나19로 많은 의사가 사망했지만 정부와 국회가 유독
간호사에만 특혜를 제공하려는 상황을 짚었다.
이 의장은 "국회의 편 가르기가 평온했던 의료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에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목숨 걸고 진료에 임했지만 돌아온 것이 간호단독법이라면 도대체 누구를 믿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겠느냐"고 토로했다.
간호법 제정 의도에 의구심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법이란 시행과 규칙이 있고 처벌 조항이 있어야 하지만 간호법은 지위향상 조문만 있고 위반조항이 없다"며 "국회에서 만든 법이 이렇게 엉성해서야 제대로 된 입법이라고 할 수 있느냐. 간호단독법을 제정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라고 꼬집었다.
간호사들을 향한 호소도 담겨 있었다. 박 의장은 "간호사 여러분은 의료현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중한 파트너다. 정치간호사의 손에 이끌려 다니지 마시길 바란다"며 "여러분이 의료법을 떠나는 순간 아무도 위험으로부터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격려사 이후 25개구 의사회장은 차례로 올라가 간호법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법이며 철폐해야 한다는 구호를 제창했다. 또 박 회장은 간호법 저지 투쟁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의미로 삭발식을 진행했다.
서울시간호조무회 역시 간호법 저지를 위해 서울시의사회와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간호법은 오히려 간호조무사의 처우를 악화시키는 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시간무회 최경숙 회장은 "민주당은 간호법에 간호조무사 법정 단체를 담은 것이 간호조무사에게 최대 수혜라고 선전하고 있는데 이는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지금의 간호법은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시설, 보육시설 등 지역사회에서 근무하는 간호조무사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거나 범법자로 모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은 직역 간 갈증을 조정하지 않은 채 반민주적인 처사를 저질렀다. 본회는 서울시의사회와 연대해 간호법 폐기를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서울시의사회는 민주당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서울시의사회 서연주 정책이사는 해당 서항을 낭독하며 "간호법은 간호를 의료에서 분리시켜 독자적인 업무 영역으로 존재하게 함으로써 국민 건강을 해치고 보건의료 체계를 무너뜨리는 비합리적인 법"이라며 "우리가 역사적으로 정비와 보완을 거듭하며 갈고 다듬어온 의료법과 면허체계를 부정하고 이탈하려는 잘못된 시도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귀 당에서도 현재 산적한 보건의료 현안 그리고 여러 가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신 것으로 안다"며 "사회적인 논란과 갈등에 휩싸여 껍데기만 남은 법을 소모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더 시급한 과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다 같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