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가협상의 달이 시작되었다. 또 3차 상대가치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새정부가 들어서 새로운 의료제도에 대한 갈망은 환자, 의료인들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있겠으나 제도차원으로 보면 기존의 틀들이 완고하여 혁신적인 제도 개편은 쉽지 않다.
가입자와 공급자의 관점의 차이, 일부 의료기관과 일부 환자들의 부적절한 제도와 의료이용, 개혁 우선순위의 차이 등은 항상 공회전만 만들고 10년 이상 지속된 환산지수 계약 틀을 바꾸지 못했다. 정해진 밴드는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투입이 아닌, 물가인상 연동으로 건강보험요율만을 고려한 결정이며 공급자들은 협상이 아닌 통보에 불만을 느낀다.
필자 역시 수년전 참여한 밤샘 수가계약 노력에 비해 얻어지는 결과물(환산지수 인상률)에 대한 회의를 느꼈으나 그 제도는 현재도 변화하지 않고 있다. 이는 환산지수 계약과 상대가치점수 개편이 연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라 생각하였으나 건정심 산하 위원회, 기획단 등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이원화 되어 있고 서로 다르게 결정되는 구조 하에서는 근본적인 개혁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였다.
쉽지는 않고 이를 실행하기에는 건강보험법 개편 등이 수반되야 하겠으나 희망사항이니 생각하고 한번 적어보고자 한다.
첫째 의료기관 종별에 맞는 상대가치점수제가 필요하다. 의원급은 외래진찰료, 병원급 이상은 입원료, 또 그 이상 상급의료기관은 중증환자 입원-수술-연구-교육수련에 맞는 상대가치가 적용되어야 하며 종별에 맞지 않는 상대가치 행위는 해당종별에서 지양하는 행위로 점진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현재 모든 병의원들이 서로 경쟁하는 구조에서는 효율도 떨어지고 외적 비용만 증가한다.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의원과 대형병원 외래가 경쟁하는 구조에서는 부동산 위치, 인테리어, 의료기기 등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도심에는 병원들이 몰리고 지역 외곽에는 의료기관이 가지 못하며 지역별 의료격차가 생긴다.
그렇다고 상대가치점수를 모두 쪼갤 수는 없으나 외래진찰료와 만성질환관리, 의원급 권장 수술-시술, 전문병원에서 주로 시행하는 검사-처치-수술, 종합병원 이상에서 시행하는 응급, 중증질환, 연구-교육수련 등 적어도 3개 유형으로 나누고 이에 맞는 상대가치를 의료기관들이 선택하게 하면 종별 기능에 맞는 기관들로 분화될 것이다.
둘째 필수의료에 대한 영역 설정과 이에 대한 충분한 가산이 필요하다. 혹자는 민간의료기관 공급체계(private provider)로 인해 공공의료가 붕괴되었다고 주장하나 사실 이미 대한민국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로 인해 공공의료(public sector)를 담당하고 있다. 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대로 의료기관은 비영리 사업자임에도 병원경영에 적자는 오롯이 사업주가 책임저야 하는 구조로 공공성을 강조받음에도 무한경쟁을 할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필수 의료인력이 공급이 안 되는 소아 관련 과(소아과, 소아흉부, 소아외과, 소아마취, 소아재활), 휴일-응급을 책임져야 하는 과(절단, 다발성외상, 중증골절, 화상 등) 등에 가산이 필요하다. 현재의 전공의 지원이 높은 인기과는 QOL이 중요한 진료과이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시대에 의료인력도 숭고한 의료인정신만 강조해서는 공급이 되지 않는다. 시대에 맞는 현실적 수가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더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환산지수 계약의 적용은 위에서 언급한 상대가치 조정과 연동되어야 하며 또 현재의 행위별수가제와 기관보상방식으로 혼합하여 지급해야 한다. 이는 한국의료제도 발전을 위한 방향과 연동하여 생각해보아야 한다. 공공의료에 참여하는 민간병원이 손해를 봐서는 안되는 이유는 누구나 공감하나 보상방법을 기존 방식으로만 하다 보니 결국 도심지 다수의 환자를 확보하지 못한 기관들은 없어진다.
이미 소아 관련 진료과, 중증, 산과 문제 역시 마찬가지이며 이런 영역은 외곽 지역, 비인기과로 갈수록 심화되었다. 어느 정권이 오더라도 해결하지 못한 의료전달체계, 필수의료 공급은 위 두가지로 모두 해결되지 않지만 문제해결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인건 확실하다.
현재는 환자를 많이 봐야지만 유지가 되는 의료체계라면, 앞으로는 stand-by를 하더라도 일정수준 의료체계를 공급한다면 이에 대한 보상을 줄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해 볼 시기라 생각한다. (이는 무조건 건보수가로만 할게 아니라 예산이나 지자체의 부담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
사실 건정심, 재정운영위원회, 공급자들의 유형별 환산지수 계약, 상대가치 기획단과 3차상대가치 개편 등을 고려하면 위에 생각들은 너무 현실성이 없는 생각들이다. 하지만 확실한건 현재 수가계약과 상대가치체계에서는 혁신은 만들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이제는 유형종별에 집중하고 더 잘하는 걸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의료제도를 변화시켜야 한다. 의원급과 병원급이 무한경쟁하며 비의료적 요소인 부동산, 의료기기 등에 과도한 투자하는 것을 줄였으면 한다. 대치동 학원가에 밤 10시에 기다리면서 사교육을 욕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살기 위해 경쟁하지만 소수만 살아남는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
필자는 희망한다. 대한민국 의료제도가 의료기관들에게 무한경쟁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해도 지속가능하다는 확신을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