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석 전문의라는 게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입니다. 하지만 투석 전문의가 진료를 했는가는 예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양철우 신장학회 이사장
대한신장학회가 진행하고 있는 '투석 전문의 캠페인'의 내용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혈액 투석 시설에서 신장병 전문의(투석 전문의)의 치료가 환자의 생존에 유리한 영향을 미친다는 전국 코호트 분석 결과로, 이번 결과가 신장학회의 주장에 당위성을 부여할지 주목된다.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드래곤시티에서 온오프라인 방식으로 개최되는 제42차 신장학회 국제학술대회(KSN2022)에서는 투석 전문의가 환자의 사망률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대규모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심혈관 질환과 감염과 같은 합병증으로 인해 혈액투석 환자의 사망률은 여전히 높은 게 현실이다. 환자의 사망률은 질병의 개별적 요인뿐만 아니라 환경적 요인 및 절차 관련 요인(투석량, 투석 시간, 치료 요법 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환자 및 시설 수준 특성 외에도 의사 1인이 감당하는 환자 비율(환자 부하)이 임상 결과에 영향을 미치다는 주장이 나온 바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혈액투석실의 환자 부하는 예후에 영향을 미친다.
김도형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내과 교수 등이 혈액투석시설에서의 신장병 전문의 유무 여부가 환자의 생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전국 코호트 연구를 진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의 개별 상태 및 혈액투석시설 등 외부 요인에 따라 환자의 예후는 영향을 받는다는 선행 연구가 있지만 전반적인 사망률에 대한 조사는 없다는 점에 착안,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국내에서는 혈액투석실 운영을 위한 최소 인력에 대한 제한이 없어 학회 인증을 받은 신장내과 의사뿐 아니라 비 전공의들도 진료가 가능하다.
연구진은 자격을 갖춘 의사의 신장내과 치료가 투석 환자의 사망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평가하기 위해 2015년에 수집된 투석 품질평가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의 인구통계 및 임상데이터를 수집했다.
대상자 3만 5441명은 투석 외래환자로 주 2회 이상 투석 치료를 받은 18세 성인으로 평가 중에 입원했거나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은 환자는 제외했다.
투석실 내 신장내과 의사의 비율에 따라 비전문의 진료(0%, n=4586), 신장 전문의 진료(50% 이상, n=1만 3758명)그룹으로 나눠 2016년 1월부터 2019년 6월까지 모든 원인 사망률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해당 기간동안 총 사망은 7445명이 발생했는데 조사망률(crude death rate)은 신장 전문의 진료기관에서 1000인년당 69.6, 비전문의 진료기관에서 85.8로 나타났다.
생존율 추정에 자주 사용되는 카플란-마이어(Kaplan-Meier) 곡선으로 분석한 결과 생존 확률도 초기 1년까지는 비슷했지만 3~4년까지 진행되면서 격차는 점차 벌어졌다. 성향점수 매칭 이전 이후 결과는 비슷했다.
나이와 성,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 여부 등 다양한 변수들을 조정한 이후 위험비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망 위험은 비전문의 진료기관에서 약 10~13%까지 상승했다.
연구진은 "혈액투석실에서 신장병 전문의의 부재는 인구통계학적 및 임상적 매개변수를 조정한 후에도 모든 원인 사망률에 대한 독립적인 위험 요소였다"며 "또한 비전문의 치료군은 상대적으로 높은 혈장 Hb, 낮은 혈압, 저인산혈증 등의 특성을 보인 반면 전문의 치료는 심혈관 질환이나 다른 합병증이 없는 투석 환자에서 더 효과적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를 통해 신장내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은 환자의 사망률이 비전문의 진료 대비 환자의 사망률보다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이는 곧 신장내과 진료와 환자의 예후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고 혈액투석실의 신장내과 전문의의 존재는 환자의 결과를 개선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와 관련 양철우 이사장은 "투석실은 투석 전문의가 해야 된다는 그런 단순한 명제를 대선 기간 당시 주장한 바 있다"며 "신장을 보는 의사로서 신장 전문의의 전문성이 인정받는 그러한 사회가 되는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회에서 말기 신부전 투석 환자들 등록사업 및 투석 전문의 제도(투석실 인증제도)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환자 보호를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법제화해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며 "암, 치매, 뇌졸중은 국가관리 질병으로 분류돼 있지만 연간 3조원에 환자만 10만명에 달하는 투석은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령화와 당뇨인구 증가 등 앞으로 매년 10%씩 투석 환자가 늘어날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가 체계적으로 투석 진료 시스템 및 환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투석 전문의 캠페인을 통해 하루에 6번씩 광고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투석 전문의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투석실 의사는 모두 전문의로 아는 등 인식 개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