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신약의 허가와 급여권 진입이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 이제는 약에 붙어있는 '억'대 가격표가 새삼 놀랍지 않은 상황이 됐다.
대부분 그동안 치료제가 없던 희귀질환을 표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에게는 소위 '꿈의 신약'이라는 타이틀로 불리기도 한다.
환자들의 요구도가 크기 때문에 정부도 초고가 신약의 가격부담을 인정하면서도 호의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모양새다.
CAR-T 치료제 '킴리아(티사젠렉류셀)'이 지난해 허가에 이어 올해 급여권에 진입한 상태이며, 척수성근위축증(SMA)치료제 졸겐스마(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하며 급여를 위한 큰 산을 넘었다.
급여이전 알려진 킴리아와 졸겐스마의 가격은 각각 5억원, 25억원 선이다. 희귀질환, 평생에 한번, 원 샷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는 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가격의 크기가 큰 만큼 허가와 별개로 급여진입에 대해서는 여러 시각이 교차했다.
다만 졸겐스마의 경우 25억원에 달하는 약가를 급여등재 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킴리아의 5억보다 부담이 더 큰 만큼 정부의 고민도 깊다는 게 업계의 관측으로 현재 20억원 안팎을 가이드라인으로 잡고 협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문제는 고가약이 연달아 급여권에 진입하면서 건강보험 재정의 관리 문제가 뒤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올해 상반기 급여 등재 및 확대를 확정지은 약제가 총 13개 품목으로 현재 건강보험 재정 추가 소요액이 391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 추가 소요액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난 한해 투입액인 2564억원을 올 상반기 만에 단숨에 넘어섰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복지부는 하반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을 통해 고가약 관리방안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현재 노바티스의 유전성망막질환 치료제 럭스터나(눈 한쪽 당 5억)가 있으며, 화이자의 희귀질환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의 치료제 빈다맥스(연간 2억5000만원) 등이 급여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가운데 복지부가 고가약 관리방안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는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로슈 닉 호리지 대표는 한 간담회 자리에서 "오리지널 특허가 만료되더라도 타 회사가 제네릭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며 "특허 만료에 대한 오리지널의 적절한 가격인하가 있다면 선순환을 통해 향후 혁신 의약품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 같은 선순환 구조이 형성은 혁신적인 투자에 대한 노력을 받을 수 있는 환경 조성이라는 시각이 동반돼야한다는 시각을 전제로 한 말이다.
결국 계속해서 초고가 신약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고가약의 관리방안 뿐만 아니라 제네릭 등 기존 약제와의 균형을 맞춘 관리가 더 강조되는 시점이 된 셈이다.
최근 '초고가약'이라는 말에 가려져있지만 혁신신약의 등장은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례를 남기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가 실타래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낼지도 주목받고 있는 시점에서 슬기로운 해법을 내놓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