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대학병원 심장‧순환기내과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겨냥한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마케팅 공세가 한층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전체 2500억원 시장으로 성장한 경구용 항응고제(NOAC)에 심전도 검사기로 이어지는 새로운 '시장'으로 발전 중이기 때문이다.
26일 제약업계와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국내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업체 투자 혹은 협약을 통한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복지부가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기를 의사가 활용할 때 지급하는 행위 수가를 올해 초 세분화하는 동시에 확대함에 따른 것이다. 이에 헬스케어 시장의 성공 가능성을 눈여겨 본 국내 제약사들이 관련 업체 투자 혹은 협약을 통해 영업‧마케팅에 나서는 형국.
국내 기업 중심으로는 ▲유한양행-휴이노 ▲대웅제약-씨어스테크놀로지 ▲삼진제약-웰리시스 ▲종근당-스카이랩스 ▲동아에스티-메쥬 등이 대표적이다.
이에 뒤질세라 최근 한미약품도 해당 시장에 가세했다.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얼라이브코어의 심전도 측정 의료기기인 '카디아모바일6L'의 국내 의원급 유통을 독점하기로 한 것이다.
얼라이브코어의 경우 지난해까지 안국약품과 공동판매를 해왔지만 지난해 말 부로 계약을 종료하고 한미약품과 손을 잡은 셈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카디아모바일6L 국내 유통과 함께 또 다른 심전도 검사기 업체와의 협력도 타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한양행이 휴이노 지분 투자를 통해 공동 영업‧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점을 벤치마킹한 사례다.
해당 업체의 경우도 자체 개발한 심전도 검사기를 허가 받아 현재 유통 중인 터라 한미약품과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상황.
익명을 요구한 심전도 검사기 업체 임원은 "올해 상반기 수가가 새롭게 개편됐기 때문에 하반기와 내년 시장이 본격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 1500억원에서 2000억원의 의료기관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한미약품까지 시장에 가세했는데 글로벌 업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라 경쟁업체로서는 경계할 것"이라며 "글로벌 제품인 만큼 경쟁 품목보다 데이터가 훨씬 더 많은 데다 독보적인 영업라인을 구축하지 않았나. 더구나 다른 국내 업체 지분 투자를 통해 심전도 검사기 시장을 장악하려고 하는데 이를 통해 해외 수출도 엿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OAC 연계된 처방시장도 '성장' 가속화
제약업계와 의료계는 한 목소리로 심전도 검사기 시장 활성화를 계기로 NOAC 시장도 요동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형 국내 제약사들 상당수가 심전도 검사기 시장에 발을 들인 만큼 자사가 보유한 NOAC 품목을 연계한 영업‧마케팅에 집중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인데, 결국 대학병원 순환기내과 및 일선 내과 중심 의원급 의료기이 주 공략 대상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심전도 검사기 시장을 진출한 제약사들을 보면 주요 NOAC 제네릭 품목을 보유하거나 글로벌 제약사 오리지널 품목의 영업 대행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제약사를 꼽는다면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NOAC 처방시장 선두를 달리는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에독사반)를 공동 판매하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약 432억원에 달하는 처방액을 기록하면서 전년 상반기(402억원) 대비 7.7% 성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관계사인 대웅바이오는 최근 본격 제네릭 시장이 형성된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 후발약을 출시하며 NOAC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마찬가지로 경쟁사인 유한양행과 동아에스티, 종근당, 한미약품, 삼진제약 등도 NOAC 후발약 품목을 보유하거나 진입을 추진 중이다.
즉 이 같은 NOAC 시장에서의 성공에 더해 심전도 검사기 시장까지 연계된 새로운 시장이 형성 될 것으로 제약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심전도 검사기 품목을 보유한 제약사 임원은 "전국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심전도 검사기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며 "주요 학회들과의 관계 형성도 추진 중인데 관련 의약품과 연계된 영업‧마케팅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NOAC 처방과 연계된 대학병원 순환기내과와 개원 내과 중심으로 제약사 영업이 이뤄질 것이지만 신경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뇌졸중과 심방세동과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신경과도 심전도 검사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고 말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 김한수 고문(21세기내과)은 "홀터라는 기계가 2~3000만원에 달하는 고가라 일선 개원가가 이를 구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하지만 심전도 검사 관련 수가에 따라 기기 시장이 형성되면서 개원가도 활용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사용하는 수도 많아지고 있다"며 "이제는 심방세동 위험이 있는 만성질환자들이 개원가에서 관리하는 시대로 전환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한수 고문은 "대학병원은 이미 부정맥이 있는 환자가 가서 약물치료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지만 개원가에서는 정기적으로 질환의 평가를 위한 것으로 성격 자체가 다르다"며 "어찌 보면 개원가의 활용 가능성이 더 크다.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심전도 검사기를 활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개원가 시장이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