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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치료재료 쓰고 돈 못받는 병원 '답답'

안창욱
발행날짜: 2009-02-25 12:16:13

복지부, 재사용 처벌 강행…"추가사용 인정하는 게 우선"

보건복지가족부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한 의사를 처벌하기 위한 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그러자 병원계는 정당하게 사용한 치료재료 비용을 보존할 수 있는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를 강행하면 제2의 임의비급여 파동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가족부가 의료기술, 의료기기 등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을 설립하고도 전혀 활용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는 25일 “병원이나 의사들은 일부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 가능하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식약청으로부터 1회용으로 허가받았기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수용, 이를 재사용하는 의사를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최근 의료기관이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라고 복지부에 권고한 바 있다.

국민권익위가 이같이 권고한 것은 일부 국공립병원을 대상으로 일회용 의료기기 실태조사를 한 결과 개당 3만~200만원선인 일회용 카테터나 스탠트 등을 재사용하는 사례가 다수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병원계는 답답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대학병원 관계자는 “일부 카테터나 스텐트의 세부인정기준을 보면 급여인정 횟수만 정해놓고 그 외에 사용한 것에 대해서는 공단에도, 환자에게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그러면 병원은 불가피하게 추가 사용하고도 손해를 감수하라는 거냐”고 따졌다.

일례로 풍선확장카테터를 이용한 기관지확장술은 카테터를 1개만 인정하고 있을 뿐 추가 사용시 환자에게 비용을 부담시킬 근거가 없다.

경피적 관상동액 확장술에 사용되는 카테터 역시 2개까지 급여를 인정하지만 추가사용시 누가 비용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무하다.

실제로 권익위가 적발한 치료재료 상당수도 이런 것들이다.

이 관계자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 사태 이후 일정 기준을 초과한 약제에 대해서는 환자가 본인부담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지만 치료재료는 아직도 비용 별도산정 근거가 없는 게 태반”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무조건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하지 말라고 할 게 아니라 의료기관이 정당하게 추가사용한 치료재료에 대해서는 공단이든, 환자든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병원의 경제적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합리적인 급여기준을 마련한 후 처벌해도 늦지 않다”고 못 박았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해도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없는지, 사용 가능하다면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것인지 임상기준을 마련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또다른 대학병원 교수는 “고가 일회용 카테터는 건강보험에서 인정하는 것 외에 추가사용하더라도 비용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사용하는 사례도 있다”면서 “무조건 쓰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임상적으로 재사용 근거가 있는지 전문기관이 검증하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선진국들도 일부 일회용 치료재료를 재사용하고 있는데 한번만 사용하고 폐기하라는 것은 낭비이자 국부 유출”이라면서 “보건의료연구원이 각 국의 사례를 수집하고, 재사용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복지부는 보건의료연구원과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문제를 협의하거나 연구용역을 의뢰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설립 취지에 역행하고 있다.

다만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기관에서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과 관련해 제안을 한다면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