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비정규직법안에 대한 협상이 결렬된 채 여야간 공방이 지속되면서 사립대병원들의 고민이 늘어만 가고 있다.
사립대병원들은 법안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노조의 반발을 무릅쓰고 해고를 단행하는 것도 무리가 있는 반면, 공공병원이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막연히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부담된다는 반응을 내보이고 있다.
병원별 수십명씩 대상자 선정…노사 모두 부담감 표출
A대학병원 관계자는 "현재 내부적으로 파악하기에는 21명 정도가 계약만료가 다가왔다"며 "이들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 병원외에도 상당수 사립대병원들에는 계약이 만료됐거나 계약만료가 다가오는 직원들을 고용하고 있는 병원들이 상당수다.
A병원이 21명의 해당자가 있는 것을 비롯, B병원도 이미 30여명의 대상자를 선정해 놓은 상태며, C병원과 D병원도 5~10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직원들의 거취문제를 놓고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들이 이렇듯 고민을 지속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가장 먼저 노조와의 마찰이 가장 큰 부담이다.
경영진은 4년이나 노사갈등을 겪었던 인천성모병원이나 지난해 큰 사회적 파장을 몰고왔던 강남성모병원 사태를 기억하며 부담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
또한 법안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한솥밥을 먹던 직원들을 대규모로 해고시키는 것도 마음 편하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같은 부담감은 노조도 마찬가지다. 물론, 비정규직 해고에 대해서는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비정규직 법안의 근본적인 결함을 병원에 책임을 묻는 것이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A병원 노조 관계자는 "사실 정부의 잘못으로 병원노사 모두가 힘든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병원도 비정규직 인원들을 모두 해고하면 병원에 큰 타격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병원 경영진들도 어떻게든 고용을 유지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며 "하지만 공공병원들이 정부방침에 따라 대규모 해고를 단행하고 있으니 압박도 느끼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소나기는 피하자" 편법 계약연장 확산
이에 따라 대다수 사립대병원들은 무기계약직이라는 법외의 방안을 강구하거나 일주일 휴가, 1~2개월까지 계약연장 등으로 단기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최대한 시간을 벌어가면서 사태의 추이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실제로 E병원은 최근 계약이 만료된 직원들에게 무제한 고용보장을 약속하며 정규직 전환을 무마했으며 일부 병원들도 6~7년 계약을 보장하고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부담감을 줄였다.
이외 타 병원들은 지난 달 2년이 넘어가는 직원들을 우선 해고하고 다시 계약하거나 1개월, 혹은 2개월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 가며 시간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보건노조 관계자는 "대다수 병원들이 편법을 동원해 계약기간을 연장하며 사태추이를 살피고 있다"며 "하지만 우선 비정규직 직원들의 고용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대규모 해고보다는 낫기에 병원에 반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며 만든 법이 오히려 2년마다 해고하는 법이 되어버렸다"며 "노동부에서 대규모 집회 등을 통해 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