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리베이트 자정 결의가 줄을 있자 제약업계 영업사원이 그야말로 갈 길을 잃었다.
김해시의사회를 시작으로 촉발된 제약사 영업사원 병의원 출입금지 조치는 현재 경남, 충남, 경북 의사회 등 9곳에 이르렀고, 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현 의원급 출입금지령을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게다가 지난 25일(어제)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에서 영업사원들의 보건소 출입 금지령을 내렸다.
의료계는 이런 행동을 통해 리베이트 받고 약이나 처방하는 의사로 비춰질 수 있는 오해 소지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쯤되자, 국내 제약 영업사원들은 한마디로 죽을 맛이다.
고만고만한 복제약을 갖고 영업력으로 경쟁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현실을 감안할 때, 도저히 뭘 해야될지 모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국내 한 제약사 신입 영업사원은 "하루에 20여 곳 가까이 병의원을 돌고 있는데, 기존에 친분이 있던 원장들 빼고는 병의원 문 앞에서 PDA(개인휴대단말기)에 기록만 하고 돌아간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원장을 만났다는 가정하에, (PDA에 위치 찍고) 30분 가량 차에서 대기하다가 다른 병의원으로 이동한다. 이런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중견 영업간부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다른 제약사 중견 영업간부는 ""우리 같은 경우는 이미 원장들이랑 친분이 많지만, 이런 점을 더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생겨났다"며 "아마도 특정제약사 약을 대량으로 처방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 같다"고 귀뜸했다.
이 간부는 "이제는 특정제약사 약을 많이 써주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기존에 뚫어놓은 거래처(병의원)도 특정제약사보다는 여러 제약사 약을 골고루 써주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영업사원은 "오늘은 상사가 (쌍벌제로) 분위기가 심란해 병의원을 돌아다니지 못하겠다며, 자신의 PDA를 맡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며 "할 수 없이 상사 출입처도 왔다갔다 하면서 PDA 찍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