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한류열풍이 불기 시작한지 10여 년. 90년대 후반부터 성형 수술을 문의하는 환자들이 한국 연예인 이름을 지목하기 시작했다. 초반엔 그저 그랬다. 하지만 한국 드라마와 가요가 인기를 끌며 한국 연예인처럼 해달라는 주문이 늘기 시작했다. 이젠 중국 내 성형에서도 한국 연예인처럼 보이게 하는 성형이 인기다.
중국 미용성형 교수로 20년을 지낸 옌빙안(闫炳安) 씨 , 그리고 성형 수술 전문의로 16년간 일한 리야만(李亚蔓) 씨도 한번쯤 한국을 찾고 싶어졌다. 나름 성형술에 일가견이 있다 자부했지만, 눈·코·윤곽의 성형 기술에 부족함이 있었다. 한국식 성형술에 대한 수요가 늘었지만, 기술 부족으로 수술을 못해 줬던 기억도 있다. 부끄러움보다 환자에 대한 미안함이 앞섰다.
한국행을 계속 생각만 했지,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1년 전에 한국이 의료관광을 개방한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이때부터 봇물처럼 각종 중국 성형학회에서 한국행 러쉬가 이어졌다.
주변 동료들도 한국에 갔다 왔다. 한국 성형외과를 둘러보고 온 동료들의 입소문이 금세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도 한국의 성형 기술을 칭찬하는 소리를 들었다. 더욱 보고 싶어졌다. 그러던 차에 소속해 있던 북경미용협회에서 100여명의 대규모 성형외과 참관단을 모집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기회다 싶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21일부터 26일까지의 짧은 여정이지만 선진 성형 기술을 참관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들떴다. 인천공항에 내리자 왠지 공항 규모가 작다고 느껴졌다. 도중에 잠시 백화점에도 들렀다. 물품 수도 적고 규모도 작았다. '한국 성형 기술에 괜히 기대가 너무 커 도리어 실망하는건 아닐까' 하는 잠시의 불안감이 생겼다.
이들이 참관하기로 결정한 곳은 원진성형외과. 병원에 들어서자 불안감은 안도감으로 바뀌었다. 중국에서 환자 유치로 자자한 명성 그대로였다. 배울게 너무 많았다. 찬찬히 병원을 돌며 직원 유니폼과 병원 시스템,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살폈다. 진료, 예약, 치료, 시술의 과정이 체계적이라는 데도 놀랐다. 성형 기술뿐만 아니라 병원의 전반적인 부분들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좋았다.
2~3일을 호텔에서 묵었다. 어제(25일)은 드디어 참관을 할 수 있었다. 그동안 관심 있었던 눈·코·윤곽에 대한 수술법을 볼 수 있었다. 원진성형외과의 규모에도 놀랐지만, 눈, 코 등 부위마다 끊임없이 수술이 있어, 참관하고 싶은 곳에 들어가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참관 중에는 '이런 수술법도 있구나' 감탄하기도 했다. 참관을 마치고 질문을 쏟아냈다.
중국에서도 의료관광을 활성화해 한국의 환자를 유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곳에서 1:1 전담 코디가 붙어다니며 통역과 가이드 역할을 충실히 해줘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성형수술 외에 체계화 된 서비스도 배워야할 점이라 느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오고도 싶어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슴 속에 단단한 다짐 하나가 생겼다. 참관을 마친 옌빙안 씨가 웃으며 말했다.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성형 수술 실력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하고 싶어요. 중국에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곧 한국의 성형 수술 실력을 따라잡아야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잖아요. 긴장하셔야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