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인정되는 의료 학술대회에 대해서는 규제를 합리적으로 하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쌍벌제 하위법령 제정 때 학술대회 지원 부문은 너무 타이트하게 통제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불법리베이트와는 학술대회 지원은 그 성격이 다른 만큼 학술대회는 '출구전략'을 마련해 국제학회 유치 등 정상적이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복지부의 쌍벌제 하위법령 제정 논의에서 공익성이 강한 학술대회는 제약사 등의 후원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도록 하고, 이를 공정경쟁규약에도 반영하는 방안이 비중 있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그동안 의학회를 중심으로 제기된 강력한 우려를 수용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학회는 공정경쟁규약 시행과 쌍벌제 법안 국회 통과로 국제학술대회가 취소 또는 축소되는 등 파행을 빚자 정부 요로에 합리적인 개선을 촉구해왔다. 생존권에 위협을 느낀 컨벤션 업체들도 이를 적극 문제 삼고 나섰다.
급기야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3일 전시 회의산업 발전방안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최태영 한국 전시 및 회의산업협회장이 "공정경쟁규약 시행 이후 의약 관련 국제회의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많다"고 하소연했고, 이 대통령은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 조치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이 "학술대회 규제를 합리적으로 하라"고 주문한 것은 단순히 즉흥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자칫 해외환자 유치 등 글로벌 헬스케어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럼 당장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가. 해법은 간단하다. 공정경쟁규약 가운데 학술대회 후원을 규제하는 조항을 현실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다.
김성덕 대한의학회장은 "새 규약은 제약회사당 홍보 부수를 2개 이상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영상의학회 등 대규모 장비 전시가 필요한 부스는 사실상 유치가 불가능해졌다"면서 "학술활동에 장애가 되는 독소조항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학회는 지금까지 자체적으로 TF를 꾸려왔으며, 오직 학회지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대안 마련 작업에 몰두해 왔다"며 "이번에 이 대통령의 말씀도 합리적인 학술대회 지원은 허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학회 지원은 애초부터 금액을 정하지 않고 기준과 절차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다. 대통령 말씀도 그런 맥락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15일 열리는 제3차 TF에서 의학회가 대안을 제시하면 국제학회와 국내학회 간 차별을 두지 않고 개선 벙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도 불법 리베이트는 근절돼야 하지만 과도한 규제로 정상적인 학술활동 등이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 확고해 조만간 학회들의 숨통을 트는 개선안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